수사 관련된 게시물은 비공개

“재판 대비, 증거인멸 비판 최소화 의도”
드루킹의 자료창고 메인화면. 네이버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 캡처

인터넷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원 김모(49ㆍ필명 드루킹)씨의 개인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창고’가 16일 오후 돌연 공개 전환됐다. 사건이 본격 알려지기 시작한 14일 비공개 전환된 지 이틀만이다. 17일 오후 현재 블로그에선 그가 2005년부터 올린 게시물 중 일부인 202개를 볼 수 있다.

누가 무슨 의도로 이 블로그를 다시 열었는지 세관의 관심이 쏠린다. 김씨는 지난달 25일부터 네이버 기사 댓글의 공감 클릭 수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로 구속돼 구치소에 있다가 17일 재판에 넘겨졌다. 구치소에서는 수감자 개인물품을 일괄적으로 보관해 김씨가 인터넷에 접속해 블로그 운영에 관여할 수가 없다. 현재로선 김씨와 함께 구속된 일당 외 또 다른 공범이나 김씨를 접견할 수 있는 변호사 등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해 블로그를 다시 공개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김씨가 온라인상 모든 흔적을 지운 것에 대해 ‘증거 인멸’이라는 지적이 일면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풀이도 있다. 향후 재판에 보다 유리하도록 손을 쓴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김씨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게시물은 다시 비공개 전환하거나,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

‘지금이야 말로 반격의 때다-MB세력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릴 때가 되었다’는 제목의 게시물은 16일 오후 공개됐지만 17일 오후 현재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없다. 이 게시물에는 ‘호감순 댓글을 보고 선플이 달려있으면 한 페이지 10개 정도 추천을 눌러 주십시오’ ‘악플들에 두더지 잡기를 해줍니다. 비추를 하나씩 날려주는 것입니다’ 등 김씨가 인터넷 댓글 조작을 적극 조장한 흔적이 있어, 다시 비공개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신입회원명단’ 등 경공모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서술돼 있는 ‘드루킹의 사물함’ 게시판은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블로그에 올라온 글은 ‘문재인의 집권은 시대정신이다’ 같은 국내외 정치 평론이나 ‘송하비결의 재해석-일본 대지진이 온다’ 등 예언서에 기반한 예측글이 대부분이다. 댓글 조작 정황은 ‘댓글을 달고 전화를 하면서 그를 지켜줘야 합니다’ 등의 표현에서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재공개 후 이날 오후(5시30분 기준)까지 블로그를 방문한 사람은 2만9,880명에 달한다.

김씨가 적극 홍보했던 ‘경인선(經人先ㆍ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블로그 역시 비공개 상태였지만 17일 오후 공개 전환됐다. 이 블로그엔 ‘이니 하고 싶은 거 다 해’라는 제목으로 문재인 대통령 응원글이 다수 올라와있는데 비공개 전환 전과 달리 일부 댓글이 삭제돼 있어, 이 역시 재판에서의 유불리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우경수(우윳빛깔 김경수)’ 사이트는 폐쇄된 상태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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