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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벚꽃 뒤로 동해바다…아름다워 더 짠한 간절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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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벚꽃 뒤로 동해바다…아름다워 더 짠한 간절곶

입력
2018.04.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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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 서생면 간절곶의 상징 ‘소망우체통’. 세상의 모든 간절한 바람들이 모이는 지명이다. 울주=최흥수기자
울주 서생면 간절곶의 상징 ‘소망우체통’. 세상의 모든 간절한 바람들이 모이는 지명이다. 울주=최흥수기자

‘간절곶에 해가 떠야 한반도에 아침이 온다.’ 울주 서생면 간절곶 표지석에 쓰인 문구다. 간절곶은 포항 호미곶보다 1분, 강릉 정동진보다 5분 일찍 해가 떠 독도와 울릉도를 제외하면 육지에서 가장 먼저 일출을 볼 수 있다.

불쑥 튀어나온 지형이 먼바다를 항해하는 어부들에게 간짓대(대나무로 만든 긴 장대)처럼 보여 ‘간절이 끝’이라 부르다, 1999년 10월 주변을 해맞이 장소로 정비하면서 공식적으로 ‘간절곶’으로 명명했다. 거친 파도가 날카로운 바위에 부딪혀 하얗게 부서지는 언덕 위에 세운 ‘소망우체통’은 간절곶의 상징물이다. 고기잡이 나간 가족의 안전을 간절히 기원하던 곳, 간절곶은 그렇게 세상의 모든 소망이 모이는 장소로 재탄생했다.

간절곶 비스듬한 경사면, 잔디광장 앞으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
간절곶 비스듬한 경사면, 잔디광장 앞으로 펼쳐지는 푸른 바다.
간절곶 한쪽에는 풍차를 세우고 유채가 만발해 이국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간절곶 한쪽에는 풍차를 세우고 유채가 만발해 이국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신라 충신 박제상의 부인이 딸들과 함께 왜에 간 남편을 기다리는 모습의 석상.
신라 충신 박제상의 부인이 딸들과 함께 왜에 간 남편을 기다리는 모습의 석상.

차량을 통제한 도로는 넉넉한 바다 산책로로 변모했고, 작은 풍차 옆에는 유채가 한창이어서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녹색 잔디가 깔린 광장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더욱 푸르고 시원하다. 그 언덕배기에 한 여인이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지긋이 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신라시대 충신 박제상의 부인 석상이다. 박제상은 왜(倭)에 볼모로 간 왕제 미사흔(未斯欣)을 돌려보내고 자신은 체포돼 ‘계림(신라)의 개ㆍ돼지가 될지언정 왜왕의 부하는 되지 않겠다’며 충절을 지키다 피살된 인물이다. 치술령 고개에서 그를 기다리던 부인은 결국 망부석이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치술령은 부인의 고향 두동면 만화리 뒷산이다.

서생면에는 왜와 관련한 가슴 쓰린 유적이 또 하나 있다. 바다가 바로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축조된 ‘서생포왜성’이다. 왜성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거치면서 왜군이 동남해안을 중심으로 쌓은 성으로 전국 30여 곳에 분포한다. 서생포왜성은 부산진을 함락한 왜군이 경주 안동 문경 등 경상도 내륙으로 진출하기 위한 거점으로 삼기 위해 선조26년(1593)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의 지휘로 쌓은 성이다. 한때 7,000여명이 주둔했던 서생포왜성은 해발 133m 산 꼭대기에 본성을 두고 정상부터 평지까지 모두 3단의 공간(3환)으로 쌓았다. 바깥 성벽을 넘어도 본성을 장악하려면 미로처럼 막힌 작은 성곽을 통과해야 하는 복잡한 구조다. 1594년부터 사명대사가 가토 기요마사와 4차례 강화협상을 벌인 곳으로도 유명하다.

서생포왜성에 오르면 진하해수욕장과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뒤늦게 핀 겹벚꽃이 아름다워 가슴이 짠하다.
서생포왜성에 오르면 진하해수욕장과 동해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뒤늦게 핀 겹벚꽃이 아름다워 가슴이 짠하다.
왜성 내부에는 일제강점기에 심은 벚나무가 무성하다.
왜성 내부에는 일제강점기에 심은 벚나무가 무성하다.
산책 나온 주민이 본성이 있던 꼭대기에서 쉬고 있다.
산책 나온 주민이 본성이 있던 꼭대기에서 쉬고 있다.

1598년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에 패한 왜군이 퇴각하면서 왜성의 건물은 모두 불타 없어지고 남아 있는 석축 주변에는 현재 벚나무만 무성하게 자라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심었다는데, 허물어진 돌무더기와 어우러진 모습이 그윽해 괜히 심사가 복잡해진다. 왜구의 횡포에 얼마나 시달렸으면, 지명마저 ‘서쪽으로 가야 산다’는 서생포일까. 화려한 벚꽃 잎은 모두 떨어졌지만 동해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는 뒤늦게 핀 진분홍 겹벚꽃이 속도 없이 화사하다. 곱씹을수록 가슴 아프지만 서생면에서 가장 훌륭한 바다 전망대임에 틀림없다. 서생포왜성은 임진왜란 직후부터 1895년까지 약 300년 동안 조선 수군이 동첨절제사영(同僉節制使營)으로 사용했다.

서생포왜성에서 내려다보이는 진하해수욕장은 수심이 얕고 파도가 잔잔해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폭 40m에 달하는 백사장이 1㎞ 가까이 펼쳐져 있고, 해변 중간 부분은 명선도라는 작은 섬과 연결돼 있다. 명선도는 일출 명소인 동시에 야경명소다. 은은한 경관조명이 밤마다 아담한 솔숲을 신비롭게 물들인다. 해수욕장과 강양항을 연결하는 인도교인 명선교도 조명을 밝혀 밤바다 분위기가 그만이다. 진하해수욕장은 수상레포츠 명소이기도 하다. 진하해양레저체험교실(052-239-8469)에서 제트스키, 윈드서핑, 딩기요트, 패들보드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진하해수욕장은 울산의 수상레포츠 명소다. 여행객들이 명선도를 배경으로 제트스키를 즐기고 있다.
진하해수욕장은 울산의 수상레포츠 명소다. 여행객들이 명선도를 배경으로 제트스키를 즐기고 있다.
다음달 4~7일 옹기축제가 열리는 외고산옹기마을.
다음달 4~7일 옹기축제가 열리는 외고산옹기마을.

다음달 울주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진하해변에서 10km 떨어진 외고산옹기마을에 가는 것도 좋겠다. 국내 최대 옹기마을인 이곳에서 5월 4~7일 울산옹기축제가 열려 평소보다 20~50% 정도 싼 가격으로 질 좋은 옹기를 살 수 있다. 축제 대표 프로그램도 ‘도붓장수 옹기장날’이다. 옹기장터에서 진행하는 깜짝 경매에 참여할 수 있고, 옹기 만들기 체험에 다양한 옹기 활용법도 배울 수 있다. 스마트폰 사진 콘테스트도 열린다. 축제기간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이메일로 접수하면 최우수작에 옹기쌀독 3개를 증정하는 것을 비롯해, 30여 작품을 선정해 선물을 준다. 자세한 사항은 옹기축제추진위원회(052-227-4961)에 문의하면 된다.

울주=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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