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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 보강했다지만… 드루킹 댓글 조작에 뚫린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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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패’ 보강했다지만… 드루킹 댓글 조작에 뚫린 네이버

입력
2018.04.17 15:5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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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IP로 다수 ID 사용 제한 등

6년 전부터 댓글 정책 강화했지만

드루킹 측, 매크로 프로그램 이용

네이버, 댓글조작 사전 방지책 고민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주범인 ‘드루킹’ 김모(49)씨가 반복 작업 프로그램 매크로를 네이버 댓글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불똥이 여론 조작의 무대가 된 네이버로 튀고 있다. 네이버 신고로 김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이뤄졌지만, 역설적으로 네이버의 댓글 기능이 끊임없이 악용된다는 사실이 또 한번 확인되면서 네이버의 고민도 깊어졌다.

17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매크로는 여러 개의 명령어를 조합해 컴퓨터가 반복적인 작업을 수행하도록 짠 프로그램이다. 사람이 마우스나 키보드를 반복 조작하는 수고를 덜어줘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프로그램이다. 간단하게는 엑셀 스프레드시트에서도 구현이 가능하고 인터넷에서 쉽게 내려받을 수 있다. 2000년대 후반까지도 네이버 검색 시 위에 노출하기 위해 마케팅 업체들이 매크로를 많이 사용했다.

경찰은 드루킹 일당이 지난 1월 17일 밤부터 18일 새벽까지 매크로를 이용해 정부 평창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출전 기사에 달린 특정 댓글의 공감 수를 집중적으로 높인 것으로 조사했다. 당시 정부 비판성 댓글이 판을 치자 여권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네이버도 내부 점검 과정에서 매크로 활용 흔적을 확인해 같은 달 19일 경찰에 고소해 수사가 진행됐다.

댓글 조작설이 끊이지 않자, 네이버는 2012년 한 개의 아이디로 24시간 동안 달 수 있는 댓글을 20개, 댓글에 대한 답글 개수는 40개로 제한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또 하나의 댓글 작성 뒤 다음 댓글은 10초가 지나야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속해서 댓글 정책을 강화했다. 그럼에도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이 드러나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고 댓글에 대한 불신은 가라앉지 않았다.

네이버는 지난해 동일한 인터넷주소(IP)에서 여러 개의 아이디로 로그인할 경우 ‘캡차(CAPTCHA)’가 뜨도록 다시 댓글 정책을 보완했다. 캡차는 이용자가 사람인지, 컴퓨터인지 구별하기 위해 사람만 식별할 수 있는 문자와 숫자의 변형 이미지를 보여주고 입력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캡차가 뜨는 아이디의 개수는 대외적으로 비공개다. 네이버 측은 “이 숫자가 알려지면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네이버는 이처럼 계속 ‘방패’를 보강했지만 드루킹 일당의 ‘창’이 더 강했다. 이들은 614개의 네이버 아이디를 사용해 매크로를 돌리며 네이버의 방패를 무력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매크로 작업이 끝난 뒤에야 조작 흔적을 발견했지만 사전에는 막을 방법이 없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2월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개최한 ‘네이버 커넥트 2018’에서 “현재 댓글 정책이 적절한지 검토하고 플랫폼의 신뢰도를 회복하려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현재 동일한 댓글을 일정 횟수 이상 반복해서 올려도 캡차가 노출되도록 했고, 지난달 30일 댓글 정책에 대해 일반인 20명이 논의하는 ‘댓글정책이용자 패널’을 발족시켰다. 네이버는 다음 달 자동 댓글을 올릴 경우 처벌 근거를 만들기 위해 정관도 변경할 계획이지만 댓글 기능 악용을 완전히 막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많다. 한국사이버보안협회의 김현걸 이사장은 “매크로를 막는 대책은 결국 입력 로직이 바뀌는 것이라 금세 또 뚫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네이버 관계자는 “경찰 수사에서 매크로를 이용해 접근하는 구체적 방법이 파악되면 추가로 댓글 정책 보완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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