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 투수 변신한 김정후
2013년 이만수 감독에 낙점 불구
무안타로 2군 추락… 부상에 좌절
고교 은사 권유로 투수 전향 후
日 사회인야구 거쳐 두산 입단
절실한 기회, 혼신의 투구에
팬들 “묵직한 공 오승환 닮았네”
두산 투수 김정후가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넥센 전에 앞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지난 1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8-1로 앞선 9회말 1사에서 두산은 낯선 이름의 투수를 등판시켰다. 마운드에 선 그는 직구와 커터 등 빠른 공 위주로 섞어 던지며 두 명을 공 10개로 요리했다. 두 번째 등판한 13일에도 9회말 1이닝을 깔끔하게 삼자 범퇴로 끝냈다. 빠른 공은 최고 구속 151㎞를 찍었다. 타구가 모두 내야를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공이 묵직했다. 서른이라는 늦은 나이에 마운드에 오른 김정후(30)가 이제는 타자가 아닌 투수로 야구 인생의 2막을 힘차게 열어 젖힌 순간이었다.

김정후(가운데)가 지난 10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전에서 경기를 마무리 한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두산 제공.

김정후는 경동고와 단국대, 상무를 거쳐 2013년 SK에 외야수 자원으로 입단했다. 당시 스프링캠프에서 SK 최고 용병 크리스 세든을 상대로 만루 홈런을 터뜨리며 이만수 감독으로부터 4번 타자로 낙점받을 정도로 기대를 받았다. “계약금 3,000만원 짜리 선수가 30억짜리 선수에게 홈런을 쳤다”는 농담까지 나왔다.

하지만 정규리그는 달랐다. 시범경기 4번 타자로 나섰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고, 정규 시즌에서도 5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라는 초라한 기록을 남기며 2군으로 추락했다. 이듬해인 2014년 스프링캠프에서는 청백전 MVP를 받을 정도로 페이스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외야에서 슬라이딩 수비를 하다 왼쪽 어깨를 심하게 다쳤다.

이후 1년간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냈다. 다시는 야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다 고교 시절 투수코치였던 곽채진 언북중 감독이 “학생들을 가르쳐 보자”라며 집 밖으로 끌어냈다. 이후 곽 감독은 “어깨가 좋으니 투수로 전향해 봐라”고 권유했고 김정후는 그렇게 다시 야구장에 섰다. 김정후는 “공을 던져봤더니 147㎞가 나오는 걸 보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뛸 곳이 없어 일본으로 넘어가 사회인야구를 했다. 한국으로 치면 2군 급 선수들이 뛰는 수준의 리그다. 여기에서 김정후는 9이닝 무실점 완봉승을 거뒀다. 삼진은 무려 19개. 1-0으로 승리했는데, 그 1점마저도 ‘타자’ 김정후가 친 장외 홈런이었다. 김정후는 “자신감이 붙었던 계기”라고 했다.

지난해 5월 한국에 다시 돌아온 김정후는 입단 테스트를 받은 후 두산에 육성 선수로 정식 입단했다. 그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기회를 간신히 부여잡았다. 그래서 그의 투구는 더욱 절실하다. 김정후는 “너무나도 소중한 기회다. 당연히 공을 던질 때 혼을 담아 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역동적인 김정후의 투구폼. 두산 제공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돌부처’ 오승환이 롤모델이다. 대학 선배이기도 하지만 끝없이 추락했던 시절 오승환의 동영상을 수없이 돌려보며 마음을 추스렸다. 실제로 그의 투구를 지켜본 팬들은 “다른 투수보다 2~3배는 무거워 보이는 직구가 마치 오승환의 돌직구를 닮았다”는 평가를 내린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성공적인 투수 데뷔전이라고는 하지만 팀이 크게 앞서는 상황이었다. 박빙의 상황에서 해결할 수 있어야 진짜 투수로 거듭날 수 있다. 또 주무기인 직구 외에도 다양한 변화구를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큰 경기에서 약해지는 멘탈도 다잡아야 한다. 이강철 투수코치는 “아직 만들어가는 과정의 투수지만 마운드에서의 정신력과 게임 운영 능력을 쌓는다면 앞으로도 좋은 결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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