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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시 출신 3명 중 2명 "차별ㆍ불이익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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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시 출신 3명 중 2명 "차별ㆍ불이익 받았다"

입력
2018.04.17 04: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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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가 느끼는 차별감은 배려 없이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에서 비롯할 때가 많다. 검정고시인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일보는 사단법인 검정고시지원협회와 함께 ‘검정고시인이 받는 차별’을 주제로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일주일간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검정고시인(시험 준비 학생 포함) 67명이 조사에 응했다.

‘검정고시인은 같은 학력의 비검정고시인에 비해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2.7%(42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3명 중 2명 꼴이다. 이 42명에게 차별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영역(복수응답 허용)을 묻자 ‘사람들의 시선’(27명)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이어 대학입시(23명)나 취업(18명), 학연 등 인맥(12명)을 꼽았다.

‘가장 듣기 싫은 말이나 질문’에 대한 주관식 답변에는 검정고시인들이 받는 편견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한 10대 여성 응답자는 ‘너 왕따 당했니?’ ‘내신 망했니?’와 같은 질문을 꼽았다. 검정고시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 이유’(18명)‘, 본인 또는 부모의 신념’(10명), ‘입시 전략의 일환’ ‘건강상의 이유’(각각 8명) 등이 꼽히고 ‘학교생활 부적응’은 비교적 적은 4명에 그친 설문 결과와는 크게 상충하는 대목이다. 설령 실제 학교 폭력 피해자나 가해자라고 하더라도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배려 부족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검정고시인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던진 질문이나 충고 역시 상처가 될 수 있다. 10대 남성 응답자는 ‘학교를 안 다니면 사람을 버린다’ ‘어디가 안 좋아서 학교를 그만 뒀냐’와 같은 질문이 듣기 싫다고 했고, 또 다른 10대 남성은 ‘더 버티지 그랬냐’는 말을 꼽았다.

초중고 졸업장은 1등부터 꼴찌까지 결격사유만 없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유독 검정고시 합격자에게는 시험의 난이도를 문제 삼으며 자격 시비를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검정고시는 쉬워서 제대로 된 학력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말이 듣기 싫다고 답변한 이들도 상당수였다.

‘검정고시 출신이야?’라고 되묻는 질문 역시 이들에게는 적지 않은 상처다. 출신을 묻고서는 신기하다는 듯 ‘다시 봤네’라고 하는 태도에 담긴 무언의 비하 또는 구분 짓기가 차별로 다가갈 수 있다는 얘기다.

제도 개선 방안을 묻는 주관식 질문에는 ‘대학 입시의 선택 폭을 넓혀 달라’ ‘검정고시의 난이도를 높여 사람들이 무시하지 못하게 하자’ ‘검정고시라는 이름을 바꿔달라’ 등의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은주 검정고시지원협회 총무이사는 “검정고시 준비생에게 일탈 프레임을 씌우는 ‘학교 밖 청소년’ 명칭부터 바꾸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 대방중학교에서 지난 7일 치러진 2018학년도 제1회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서 한 만학도 응시생이 시험 시작 전 동료 응시생에게 수학 문제를 묻고 있다. 뉴시스
서울 동작구 대방중학교에서 지난 7일 치러진 2018학년도 제1회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서 한 만학도 응시생이 시험 시작 전 동료 응시생에게 수학 문제를 묻고 있다. 뉴시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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