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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은희, 남편 신상옥 감독과 납북 후 탈출 '세상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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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은희, 남편 신상옥 감독과 납북 후 탈출 '세상 발칵'

입력
2018.04.16 21:4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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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북한 피납 5년에만 상봉한 최은희·신상옥 부부가 김정일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1983년 북한 피납 5년에만 상봉한 최은희·신상옥 부부가 김정일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연합뉴스

16일 별세한 배우 최은희씨는 북한 납치사건으로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2007년 출간한 최씨의 자서전 ‘최은희의 고백’ 등에 따르면 최씨는 전 남편 신상옥 감독과 함께 세운 안양영화예술학교(안양예고)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자 투자 유치를 위해 1978년 홍콩을 찾았다가 납북됐다. 홍콩에서 배를 타고 8일만에 북한 남포항에 도착했을 때 당시 북한 2인자인 김정일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최씨를 보자마자 김정일은 “내레 김정일입네다”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며칠 후 저녁 식사에 초대해 “(내가) 난쟁이 똥자루 같지 않습네까?”라는 농담을 건넸다. 이후 신 감독도 납북이 됐고, 옛 부부는 생각지도 못했던 장소에서 해후를 하게 돼 다시 부부의 연을 맺었다.

최씨와 신 감독 납북은 김정일의 직접 지휘로 이뤄졌다. 영화광이었던 김정일은 북한 영화의 획기적 발전을 위해선 남한 우수 영화인재를 수혈해야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고, 두 사람 납북까지 결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남한에선 두 사람이 6년 가까이 행방불명으로 인식되고 있다가 1984년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두 사람이 금강산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들을 공개한 후 납북을 공식화했다.

김정일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최씨와 신 감독은 북한 영화 역사를 바꿔놓는다. 신 감독의 제작 지휘아래 최씨가 메가폰을 든 영화 ‘돌아오지 않은 밀사’는 북한 영화 사상 최초로 해외 로케(체코)를 했고, 해외 영화제에 북한 영화로선 최초로 초청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 영화는 북한 영화로선 처음 배우와 제작진의 이름을 넣기도 했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 이외엔 국민에게 인기를 끌거나 유명해져서는 안 된다는 인식 때문에 북한 정부는 크레디트를 금지시켰었다. 최씨는 신 감독이 연출한 북한 영화 ‘소금’의 주연배우로 출연해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받았다.

최씨는 8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북한공작원들을 따돌리고 미국 대사관으로 피신하며 세계를 한차례 또 놀라게 한다. 김정일에 최대한 협조를 하다가 신뢰가 생기자 서방으로 탈출을 시도해 성공한 것이다. 김정일 입장에선 배신자였던 셈이다. 당시 최씨와 신 감독은 신변 안전을 이유로 미국에 한동안 정착했다.

자기 의지와는 무관하게 인연을 맺어야 했던 김정일이 2011년 숨지자 최씨는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에게 잘해주신 사람이기도 해 납북한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아쉬움도 있다”며 “우리는 (김정일의 지원에) 부응해 열심히 일을 해주고 와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진 않는다”고 밝혔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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