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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배우자 없이 ‘부모’ 될 수 있다

입력
2018.04.14 10: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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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배우자 없이도 자식을 낳을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출산이 불가능한 동성커플 역시 생물학적 부모가 될 수 있다. 일반 체세포로 정자ㆍ난자를 만들고, 이를 인공수정시키는 기술(IVG)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어서다. 당연히 남녀가 결혼해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는, 전통적인 가족ㆍ부모 개념 역시 해체될 수밖에 없다.

이미 동물실험에선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2014년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Y염색체 이상으로 정자를 만들지 못하는 남성 3명과 정상 남성 2명의 피부세포를 유도만능줄기세포(iPS)로 만들어 쥐의 고환에 주입했다. 이식된 iPS는 완전한 정자로 자라나진 못했으나 모두 초기 단계의 정자세포까지는 분화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같은 해 5월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에 소개됐다. iPS는 이미 분화한 체세포의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 분화하기 전의 상태로 만든 줄기세포다.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배아(수정란)에서 채취한 배아줄기세포와 기능이 유사하면서도, 배아를 파괴하지 않아도 돼 윤리적인 문제에서 벗어났다.

2016년 10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는 쥐의 꼬리 세포를 iPS로 만든 뒤, 이를 난자로 분화하는 데 성공한 하야시 가쓰히코(林克彦) 일본 규슈(九州)대 교수팀의 연구결과가 실렸다. 연구진은 iPS로 만든 난자를 정자와 수정시켜 건강한 새끼 쥐를 낳았다. 이렇게 태어난 암컷과 수컷 모두 다른 쥐와 교배해 정상적인 자손을 낳았다. 인공난자로 태어난 새끼 쥐이지만, 정상적인 생식기능을 가졌다는 뜻이다. 하야시 교수는 “향후 5년 안에 사람의 일반세포로 난자를 만드는 길이 열리고, 10~20년 안으로 IVG 시술이 보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범용 중앙대 생명자원공학부 교수는 “X염색체만 가진 여성의 일반세포에서 정자를 얻는 건 어렵겠지만 XㆍY염색체를 모두 가진 남성 일반세포를 정자ㆍ난자로 만드는 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염색체 46개 중에서 성별을 결정하는 것은 2개 염색체(XㆍY)다. 성염색체가 XX면 여성, XY면 남성이 된다.

그러나 IVG는 벌써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글렌 코헨 미국 하버드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1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파괴적인 생식기술’이란 제목의 기고문을 보내 “인간 생명경시 풍조가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시험관에서 배아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만들 수 있다. 착상시키기 전 유전자 검사를 통해 눈동자ㆍ머리카락 색깔 등 원하는 형질의 배아를 선택하고, 나머지는 버리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유전자를 가진 아이가 태어날 가능성도 크다. 유명 연예인이 사용한 욕조에서 채취한 피부세포로 생식하는 일 등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자궁이 없는 남성은 이렇게 만든 수정란을 인공자궁에서 키우면 된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지난해 4월 미국 필라델피아 어린이병원 연구진은 조산한 새끼 양(105~115일ㆍ사람으로 치면 임신 23주)을 인공자궁에서 정상적으로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현재로서는 말조차 생소한 ‘유전적으로 부모가 되지 않을 권리’가 가까운 미래엔 사회 화두로 떠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우려에도 IVG는 불임ㆍ난임 문제를 끝낼 확실한 방법이란 측면에서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어릴 때 항암치료를 받아 생식능력을 아예 잃어버린 이들도 친자식을 얻을 수 있다. 류 교수는 “자연 질서를 거스른다고 비판받았던 시험관아기(IVF) 시술이 현재 보편적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불임ㆍ난임을 해결할 기술이 있는데도 부모가 될 기회를 포기하라고 말할 순 없다”고 말했다. 김선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미래형동물자원센터장은 “오남용을 피하고, 생명윤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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