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카톡방담 - 김기식發 살얼음 정국

# 文대통령 사람 오래 쓰는 스타일
장하성-김상조-김기식 트로이카
재벌개혁 완성체 포기 어려울 듯
주말 이후 국민여론 흐름 관건
그래픽=신동준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진퇴여부가 최대 이슈로 등장하면서 정국이 하루하루 살얼음판이다. 정치권이 긴박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청와대 단독회동까지 이어졌다. 이번 사태에 대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위기대응 방식이 지방선거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 무성하지만, 청와대는 현재 완강하다. 호재를 만난 야당이 이번 건을 제대로 요리하고 있는지도 평가가 궁금하다. 현장의 설왕설래나 분위기를 체크하기 위해 국회팀과 청와대팀이 카톡방에 모였다.

광화문 불나방(불나방)=문 대통령의 취임 이후 인사스타일을 봤을 때 김 원장을 끝까지 안고 갈 것 같나요.

여당탐구생활(탐구생활)=문 대통령은 사람을 오래 쓰는 스타일이라고 정평이 나있습니다. 조금 흠결이 있어도 한번 맡긴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잘 거두지 않는 편이지요. 그런 점에서 이번 사안으로 인사를 철회할 가능성이 낮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평생 낮술(낮술)= 논란 끝에 사퇴한 박기영 청와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후보자나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사례를 보더라도 문 대통령의 고집과 소신이 엿보입니다. 다만 여론의 악화에 자진사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당나귀)=문 대통령이 정치적 유ㆍ불리를 떠나 원칙을 중시한다는 게 민주당 내 공통된 평가입니다. 하지만 김 원장이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지요.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도 끝내 여론을 이기진 못했죠.

올해도 가을야구(가야)=낙마를 위한 청와대의 조건은 3가지라는 게 정치권 정설입니다. 김 원장이 실정법 위반을 했는지, 직무수행을 못할 정도의 흠결인지, 마지막으로 국민여론일 텐데요. 앞의 두 가지가 아니라면 결국 여론입니다. 주말을 거치면서 흐름이 어떻게 갈지가 관건이지요. 다만 문 대통령 지지율이 워낙 높으니, ‘벌어 놓은 게 많은데 도둑이 들고 사기를 좀 맞았다고 집안 기둥이 흔들리지는 않는다’는 고약한 심보로 접근하는 느낌이. 이런 일 하나 둘 쌓이다 한순간에 패가망신 할 수도 있는데요.

불나방=문재인 정부 조각 당시 민주당이 야당 때 대여공세를 폈던 입장과 다르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 논란도 결국 ‘내로남불’인가요.

탐구생활=“우리 다같이 피감기관의 돈을 받아 출장을 갔다 왔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입니다. 국민들에게 정치 염증을 불러온 부분도 있죠. 개혁을 추진해야 할 책임 있는 집권세력의 태도가 아니라고 봅니다.

광화문 찍고 여의도(찍고)=의원이나 공무원들이 세금으로 외유성 출장을 가 비난을 산 적은 과거에도 많았죠. 김 원장으로 촉발되긴 했지만 “17~19대 국회 산하기관 비용으로 해외출장 간 국회의원이 3분의 1은 된다”는 우상호 민주당 의원의 말처럼 논란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겁니다. 따가운 시선을 느꼈는지 최근 수년간 외유성 출장이 많이 줄었어요.

탐구생활=출장 심사제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있습니다. 시대변화에 맞춰 의원 출장의 윤리성 강화가 절실합니다.

# “다같이 피감기관 돈으로 출장”
與, 대통령 높은 지지율에 취해
고약한 심보, 집권당 태도 아냐
개혁 저항하는 금융권? 삼성?
김기식 흔들기 배후 추측 무성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기식 금감원장의 '갑질외유'를 지적하며 국정조사 요구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불나방=야당들은 과연 정권에 대한 견제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보나요.

세탁기=오랜만에 제대로 대여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섣부르게 임종석 비서실장 UAE 출장 의혹을 제기했다가 역공을 당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체면을 살린 셈이죠. 그런데 김 원장의 출장에 동행한 김모 인턴의 성별이 여성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뉘앙스를 흘린 것은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저급한 공세였죠. 당장 당내에서도 “비판하려면 제대로 해라”는 뒷말이 나왔습니다. 본질은 인턴의 성별이 결코 아니었기 때문이죠.

찍고=재미있는 건 한국당이 겉으론 김 원장의 즉각 해임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가 버티면 버틸수록 웃는 게 한국당이라는 점입니다. 지방선거 판세가 여당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 좀처럼 반전 기회도 생기지 않았는데, 김 원장을 고리로 정권에 대한 공세를 계속 퍼부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야당 일각에선 “차라리 김 원장을 사퇴시키지 말자”는 말까지 나옵니다. 결국은 청와대가 나서서 홍 대표에게 일대일 회담까지 제안토록 만들었으니 한국당이 이번에 제대로 한 건 했어요.

불나방=재벌 저격수로서 김기식의 상징성과 업무능력은 다들 인정하는 것 같나요.

탐구생활=김 원장은 의원 시절 금융권 저승사자로 불린 만큼 업무능력에서 타 후보자를 압도한다는 게 중론입니다. 더구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참여연대 출신 재벌개혁 트로이카 완성체를 이뤘죠. 대통령이 이 동력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점이 관건입니다.

불나방=김 원장을 금감원장 내정 직후부터 흔드는 건 누구 작품일까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많네요. 재벌, 보수언론 등 추측이 무성합니다.

탐구생활=실제 금융감독체계 개편으로 금감원이 감독권한을 가지면 당장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큽니다. 삼성의 지배구조 변화가 불가피한 겁니다. 칼끝에 서있는 삼성이 이 사태의 실질적인 배후로 지목되는 이유지요.

당나귀=민주당 내에서는 김기식 흔들기의 배경에 개혁에 저항하는 금융권이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그 뒤에는 재계가 있다고 보죠. 앞서 최흥식 전 금감원장이 금융권 채용비리부터 개혁의 칼을 들이대자, 최 전 원장에 대한 채용비리를 흘려 저항했다는 시각이죠. 의혹을 쏟아내고 있는 이가 공교롭게도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입니다. 보수 성향의 경제학자로, 참여연대에 대응해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시민사회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대표 출신이기도 하죠.

낮술=김 원장은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을 강력하게 주장해 왔는데요. 김 원장과 같은 시기에 홍일표 현재 청와대 행정관의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USKI) 지원 중단 개입이 함께 터져 나온 것도 수상했죠. 홍 행정관은 김기식 의원의 보좌진 출신입니다. 이를 두고 재벌개혁을 흔드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여권에서 제기됐지요.

불나방=김기식 폭탄을 끝까지 안고 갈까요. 출구전락은 거론 되나요.

낮술=청와대와 여권은 야권 반발을 정면 돌파한 뒤 안착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케이스를 기대하는 눈치입니다. 김상조 위원장의 경우도 다운계약서, 부인 특혜채용, 자기논문 표절 등이 논란이 됐지만 결국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고, 공정거래위원회를 비교적 순항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당나귀=여당에서 분명한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게 우려됩니다. 가뜩이나 청와대 출장소냐, 2중대냐는 비난이 많은데 말이죠.

가야=국민의 절반 이상은 김 원장의 거취표명을 요구하는데 민주당은 여전히 대통령의 지지율에 취해있는 것 같네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민주당이 왜 이렇게 겁쟁이가 됐는지 이해가 안 되요. 지방선거나 한반도 정세 등 다른 변수 뒤에 숨어 마냥 시간 끌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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