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기 맞은 유족들 “정부에 바랍니다”

#1
“생명안전공원 건립 반대하는 분들
돈보다 생명 먼저 생각했으면”
“못다한 진상규명 이뤄지길
구조 방기ㆍ수사 방해 책임 물어야”
#2
“아직 가족 품에 못 돌아온 5명
뼈 한 조각이라도 돌아오기를”
“사고 터진 후에야 호들갑
안전사회 약속 지켜달라”
지난 10일 목포 신항에 누워있는 세월호 선체. 4년의 세월만큼 녹이 슬었다. 홍인기 기자

피눈물마저 말랐다. 304명이 바다로 떠난 지 4년이다. 그래서 누구는 울음을 멈췄다고 말한다. 더 이상 봄꽃 아래 세월호를 떠올리지 않을 것 같다고도 한다. 촛불이 승리하고 박근혜 정권이 탄핵되면서 조금이나마 세월호 참사의 죗값을 받은 것 아니냐고도 한다. 사람들의 가슴에 활짝 피었던 노란 리본조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세월호를 잊고 있음이다.

세월호 참사 4주기(16일)를 맞아 한국일보는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단 한 가지를 묻기 위해 유족들을 만났다. 이들 중 몇몇은 4년 동안 분노를 삭이느라 이를 모두 잃었고, 다른 말을 하는 언론에 지쳐 더는 가족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대다수 유족은 세월호를 잊어가는 사회를 지켜보는 게 아프고 외롭다고 했다. 여전히 수면 아래 머물고 있는 수많은 의혹을 문재인 정부가 풀어줄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대통령이 바뀌었어도 달라질 게 없다는 말도 나왔다.

세월호 유족들이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소망을 담아 한국일보에 보낸 친필 글귀들.
“다 하지 못한 진상규명을 기대합니다”

“1년을 기다렸어요. 문 대통령이 예전에 단식도 하고 약속했듯이 이번 정부에서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을 해주길 바랍니다.”

단원고 2학년 7반 오영석 군의 아버지 오병환(47)씨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4월 16일을 앞두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문재인 정권으로 바뀌면서 가족들이 기대하는 게 있어요. 황전원 위원이 야당 추천으로 들어가 있어서 걱정이지만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2기가 1기보다 막강할 것 같아요.” 8반 안주현 군의 어머니 김정혜(47)씨도 “정부에서 힘을 보태 제대로 된 진상규명 할 수 있는 사람들이 특조위에 와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검찰 수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고 당시 침실에 있었고 은폐ㆍ조작이 있었다는 점이 드러났지만, 아직 밝혀야 할 것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불명확하며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불신이 크다. 8반 지상준 군의 어머니 강지은(49)씨는 “원인을 제대로 밝혀야지. 교통사고가 나도 규명을 한다”며 “누구 잘못이 큰지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7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행정안전부든 해양수산부든 (청와대나 부처의) 상황실이든 어느 부서든 제대로 한 사람이 없어요. 초동 대응했던 해경부터 다 뭐했던 사람들입니까. 원인규명이 안 되니까 한 목소리로 은폐하고 조작하고, 이를 모두 밝혀 주세요.”

유족들은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현장 공무원들은 그대로라고 우려했다. 지금 선조위도 해수부 영향력 하에 있어 “진상 규명을 하는 게 아니라 방해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10반 권지혜양의 어머니 이정숙(53)씨는 “시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다 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오산이다”며 “그 밑에 ‘라인’은 안 바뀐 것 같다”고 했다. 이씨는 “처벌받아야 할 사람들이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있다”며 “검찰이 밝힌 7시간도 빈 시간이 많고, 무엇보다 대통령이 뭘 했느냐가 아니라 왜 안 구했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구조를 방기했던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내 잘못이 아니다, 우리 잘못이 아니다라고 하는데 누군가 책임을 지는 라인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오병환씨는 “겨우 해경 한 명 처벌되고 다 빠져나갔다”고 분개했다. 실제 해경의 구조조치 미흡을 수사했던 검찰은 법무부와 청와대의 압력으로 우여곡절을 겪었다. 맨 처음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해경 123정장 김모 경위는 퇴선 방송을 하지 않고도 했다고 거짓 인터뷰 했고 근무일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광주지검이 김 경위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하려 했으나 법무부가 막았고, 변찬우 당시 광주지검장이 사표를 쓰겠다고 버텨 겨우 기소할 수 있었다. 결국 김 경위는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윗선에 대한 수사까지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데도 당시 압력을 넣은 당사자로 지목된 황교안 장관 등 법무부 고위층은 직권남용 등에 대한 수사를 받지 않았다.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10일 밤 목포 신항에 누워있는 세월호 선체. 홍인기 기자
“아이들이 고향에서 쉴 수 있게 해주세요”

“납골당을 ‘결사반대한다’라고 방송하면서 욕을 합니다. 그게 우리 이웃입니다. 애들이 이곳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는데도 그런 시선뿐이며 공격까지 합니다.” 강지은씨를 비롯한 많은 유족은 경기 안산시가 단원고 인근 화랑유원지에 건립을 추진 중인 생명안전공원(세월호 희생자 추모공원)에 대한 지역 사회의 이기적인 반응에 분노하면서 이를 억누를 정부의 지지를 무엇보다 바란다고 했다. 자유한국당 안산시 의원들과 유원지 인근 주민들이 “지역경제를 망친다”라며 추모공원 반대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어서다. 아예 방송차량에 해골사진을 넣어서 ‘납골당 반대’라는 방송도 나온다고 유족들은 전했다.

강씨는 “자식 잃은 부모일 뿐인데, 해결할 수 없으니까 공격하고 피해자가 당당할 수 없게 만들었다”며 “어디에서 ‘나 세월호 엄마예요’라고 말을 못 한다”고 괴로움을 전했다.

6반 신호성군의 어머니 정부자(50)씨는 “희생자들이 여덟 군데에 흩어져 있다”라며 “이곳 화랑유원지는 단원고 아이들이 유치원 시절부터 소풍 오던 곳이고 주말이면 자전거를 타던 추억이 서린 고향이다”고 생명안전공원 건립을 염원했다. 정씨는 “아이들이 고향인 이곳에, 왕래할 수 있는 곳에 잠들게 해주면 덜 외롭겠다”고 한탄했다. 5반 오준영군의 아버지 오홍진(57)씨도 “안산에서 가장 큰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많은 분이 ‘납골당 들어온다 혐오시설이다’라고 비하하고 반대하고 있다”며 “내 이웃을 배려하고 내 자식이고 가족이라 생각한다면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전남 진도 팽목항에 날리는 세월호의 리본들. 홍인기 기자
“미수습자가 돌아올 수 있게 해주세요”

총 304명의 희생자(123정이 도착하기 전 세월호에서 추락해 사망한 1명 포함) 중 미수습 실종자는 5명이다. 가족들은 마지막 기대를 내려놓지 않고 있다. 세월호는 13일 현재 목포신항에서 선체 직립을 준비 중이다. 세월호에 L자 모양으로 설치하는 총 66개의 철제 빔을 크레인에 연결해 들어 올려 바로 세우는 방식이다. 한두 달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작업이 중요한 이유는 세월호 선수 좌현 구간 등이 협착돼 수색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직립 후에는 정밀 수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수색 구간에서 실종자들의 유해를 발견할 수 있기를 가족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미수습 희생자인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부인 유백형(57)씨는 “시신 없이 빈 관으로 장례 치러 가슴이 저리다. 뼈 한 조각이라도 찾았으면 좋겠다”며 “4주기가 다가왔어도 우리는 2014년 4월 16일 그날 그대로다. 항상 현재 진행형이다”고 말했다. 미수습자 권재근씨의 형 권오복(64)씨도 “동생 가족이 수습되기를 기다리며 3년 7개월 동안을 세월호 현장에 있었다”며 “세월호 선체가 직립하고 수색이 재개되면, 다시 현지에 갈 생각인데 그때 정부가 머물 거처를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말했다. 부부나 직계 가족이 아닌 경우, 세월호 보상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3년 넘게 생업을 접는 동안 그는 집을 팔아야 했다. 권씨 가족은 제주도로 이사를 하던 중 참사를 당해, 딸(지현)만 구조됐다. 부인만 시신으로 돌아왔을 뿐, 재근씨와 조카 혁규는 아직 찾지 못했다. 초등학생 조카 지현양은 고모가 키우고 있다. 걱정이 컸다. 권오복씨는 “학교에서 놀림을 당해 아이가 벌써 학교를 세번째 옮겼다”며 “일베에 지현이를 욕하는 글이 올라와 경찰이 찾아내 형사처분 여부를 묻길래, 법대로 해달라 요구했다”고 분개했다. 권씨는 “모욕글을 올린 일베 회원들이 합의해달라고 전화하길래 절대 안 한다고 했다”며 “요즘은 세월호에 대한 인터넷 모욕에 대처하려고 페이스북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미수습자 명단에는 단원고 남현철ㆍ박영인 군도 남아 있다. 시신을 찾은 희생자 가족도 미수습자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다. 오홍진씨는 “세월호가 직립해 수색하지 못한 구역을 꼼꼼하게 살펴 단 한 분이라도 더 모셔올 수 있었으면 하는 게 부모들의 가장 큰 바람”이라고 전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지난 10일 세월호 리본들 사이로 목포 신항에 누워 있는 세월호 선체가 보인다. 홍인기 기자
“안전사회 약속 지켜졌으면 합니다”

또 다른 비극이 이어지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바람도 쏟아졌다. 5반 ‘작은 건우’ 아버지 김정윤(51)씨는 “우리 아이들처럼 불상사를 겪지 않게 정부가 참사에 대해 교육을 시키고 방지할 수 있는 예방책을 마련하기를 바란다”며 “매뉴얼을 만들어서 모든 사고 현장에서 정부가 한결같이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이 이뤄지기를 원한다”고 소망했다. 그는 “사고가 터지고 나면 항상 안전을 강화한다고 하는데 실제 보면 대처 능력이 변하지 않았다”라며 “이젠 아이들이 보호장구 없이 자전거 타는 것만 봐도 속이 상한다”고 덧붙였다. 오홍진씨도 “어처구니없이 운항되는 노후 교통수단들이 더 이상 허용되지 않게 규제를 해야한다”며 “국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게 시스템과 법령을 강화해달라”고 말했다.

“분향소가 사라지고 아이들을 위한 미사도 4주기 이후엔 끝난다고 하네요. 점점 정리되고 있음이 느껴져요. 사람들이 ‘이제는 잘 되어가고 있잖아’라고 말하면 아직 막막한데요.” 희생자 박성호군의 누나 박보나(24)씨는 하루가 다르게 세월호를 잊어가는 사회가 아쉽다고 했다. 박씨는 ‘단원고 희생자 형제ㆍ자매 모임’을 통해 그동안 삼성 백혈병 문제, 위안부, 제주 4ㆍ3, 광주 5ㆍ18, 강정마을 등 여러 사회 이슈를 공부하고 여행하며 적극적인 사회 활동가로 변모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이진희 기자 river@hankookilbo.com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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