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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4주기] 박근혜정부 방해로 분통 터진 1기 세월호 특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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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4주기] 박근혜정부 방해로 분통 터진 1기 세월호 특조위

입력
2018.04.14 09:0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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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세’자도 듣기 싫어해”

직원 채용ㆍ예산 확보에만 8개월

신청한 예산도 절반으로 삭감

3월에 2기 특별조사위 출범

1기 조사 방해 등 해결과제 산적

3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참사특조위) 전체회의에서 장완익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참사특조위) 전체회의에서 장완익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진상규명 국장 채용 준비가 한창이던 2015년 8월. 특조위 관계자 A씨는 저녁 식사 후 사무실로 들어서던 중 훌쩍이는 소리를 들었다. 채용 실무를 맡던 한 직원은 수화기 너머로 “내부에서 정해진 것을 어떻게 하란 말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인 뒤 통화를 마치고 눈물을 흘렸다. A씨는 “나중에 확인해 보니 특조위와 인사혁신처가 협의해 진상규명 국장 공고를 내기로 해 준비하던 중 청와대로부터 ‘누구 잘되라고 공고를 내느냐’며 질책하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끝에 진상규명 국장 자리에는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가 선발됐고 11월 인사혁신처의 검증까지 받았다. 그러나 끝내 이 자리는 특조위 활동 종료까지 공석으로 남았다. 청와대로부터 임명장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종운 전 특조위 상임위원은 “청와대가 세월호의 ‘세’자도 듣기 싫어해 임명장을 고의로 주지 않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라며 “조사 업무의 지휘관 자리가 비게 돼 힘이 빠지는 상황에다 선발된 변호사는 이미 휴직해 미안한 마음이 컸다”라고 말했다.

직원 채용과 예산 확보에만 8개월, 실제 조사 기간은 9개월. ‘특조위 해체’를 주장한 두 명의 부위원장(새누리당 추천) 사퇴에 미파견 공무원 12명, 신청액(159억원) 대비 절반(89억원ㆍ2015년 기준)뿐인 예산까지. 세월호 특조위 1기의 1년 6개월은 박근혜 정부의 집요한 훼방 아래 소모전의 연속이었다. 지난달 특조위 2기 격인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출범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이유다.

특조위는 근간을 이루는 특별법 제정부터 청와대의 간섭을 받았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이 한창이던 2014년 7월 13일,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에는 ‘세월호 특별법, 국난초래, 법무부, 당과 협조 강화’라는 내용과 함께 ‘좌익들 국가기관 진입 욕구 강’이라고 적혀 있다. 당시 여당(새누리당)과 함께 특조위를 흔들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천신만고 끝에 특별법 제정 후 유가족들이 이석태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을 특조위원장으로 추천한 11월 28일 업무수첩에는 ‘세월호 진상조사위 17명, 부위원장 겸 사무총장, (정치지망생 호(好))’라는 글귀와 함께 ‘조대환’과 ‘석동현’(새누리당 추천ㆍ비상임위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후일 부위원장으로 선출된 조대환은 독단적으로 파견공무원의 복귀를 지시하고, 특조위 인원ㆍ예산을 축소한 시행령을 추진하는 등 지속적으로 방해한 인물이다. 임명 4개월 만에 “이석태 위원장은 정치적”이라며 특조위 해체를 주장하고 사퇴한 그는 1년 뒤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민정수석(2016년 6월~2017년 5월)을 지냈다.

이후 정부와 새누리당의 방해는 치밀하고 교묘했다. 김재원 당시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의 “세금도둑” 발언 이후 황전원(새누리당 추천) 비상임위원은 ‘설립준비단 해체’를 주장했고, 조대환 부위원장은 파견공무원 4명을 철수시켰다. 특조위 관계자는 “세금도둑 프레임이 씌워지자마자 거짓말처럼 여당 추천위원들이 짜 맞춘 듯 특조위에 반하는 행동을 시작해 당황스러웠다”라고 말했다. 수사권이 없는 1년 시한부 조직에 ‘시간 끌기’ 전략은 주효했다. 특조위 1기 관계자는 “조 부위원장 후임으로 온 이헌 부위원장은 느닷없이 이석태 위원장의 카드 사용 내역을 보고하라 지시했고, 파견공무원이 이를 거부하자 공무원들을 소집해 다그쳤다”며 “워낙 경위서 작성 요구가 많아 다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원회의에 올라갈 안건을 사사건건 트집 잡아 안건이 결정되는 데만 2~4주가 연기되는 경우가 허다했다”라며 “정부 눈치가 보이는 실무자와 비상임위원들도 ‘왜 이렇게 많이 조사하려 하느냐’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등 특조위 전체에서 실제 일하려는 인력은 절반 수준뿐이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첫발을 뗀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참사(세월호ㆍ가습기 살균제) 진상규명과 함께 1기 때 정부의 방해 의혹도 해결 과제로 삼을 예정이다. 황전원 상임위원이 다시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참여하면서 진통을 겪고 있는 특조위는 지금까지 4개 소위원회 구성(가습기살균제사건 진상규명, 4ㆍ16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안전사회, 지원)을 의결했고 인력구성, 예산, 주요 조사 과제 등은 추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3일 2차 전원회의에서 황필규 비상임위원은 “특조위 방해 행위도 진상규명의 항목”이라며 “조사활동 개시부터 1차 조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박종운 전 상임위원은 “1기와 달리 정부ㆍ여당이 방해하는 일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파견 공무원들의 운신 폭도 넓어질 것”이라며 “여전히 수사권이 없는 한계가 있지만 부처 협조 속에 순탄하게 조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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