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의 세계

학술적으론 나비목 곤충이지만
나비는 더듬이 끝이 곤봉모양
나방은 갈고리ㆍ톱니모양 등 차이
누에나방, 비단으로 인류에 큰 영향
당뇨 치료제ㆍ화장품 원료로도 활용
나방 중 세계서 가장 유명한 녀석

꿀벌의 천적인 '꿀벌부채명나방'
플라스틱 공해 해결사로 부상
해충에서 익충으로 이미지 변신

나비와 나방은 같은 듯, 다른 듯 알쏭달쏭하지만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곤충입니다. 보통 나비는 화려하고 예쁜 곤충으로 나방은 칙칙하고 해충으로 인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나비와 나방 모두 우리와 매우 친밀하고 소중한 존재입니다. 학자마다 다르지만 보통 나비목(Lepidoptera)에 속한 나비와 나방은 전 세계적으로 20만종으로 추산되고 이중 나비가 2만종, 나방이 18만종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20만종의 나비목은 전 세계 동물의 약 10% 정도를 차지하는 매우 큰 분류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나방이 1만7,000종, 나비가 280여종 기록되어 있습니다.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인 구절초류의 꿀을 빨고 있는 흰띠명나방. 국립생태원 제공
나비와 나방을 구별하는 법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꼭 한번씩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나비와 나방은 어떻게 다르냐는 건데요. 대부분은 ‘나비는 낮에 날아다니고 나방은 밤에 날아다녀’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사실 전혀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반드시 맞는 이야기도 아닙니다. 물론 대부분의 나비류는 낮에 꿀을 빨고 수분을 흡수하고 일광욕을 하고 짝짓기를 합니다. 그런데 나방류 중에서도 벌꼬리박각시, 뿔나비나방, 깜둥이창나방, 흰띠명나방은 볕이 잘 드는 곳에서 핀 다양한 꽃에서 낮에 꿀을 빨지요.

날개를 접고 앉아 있는 왕그물물결자나방. 국립생태원 제공

나비는 앉아 있을 때 날개를 접지만 나방은 날개를 펼친 채 앉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나비는 대부분 날개를 접고 앉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일광욕을 하거나 수분 혹은 염분을 빨 때는 날개를 펼친 채 앉습니다. 나방은 날개를 펼친 채 앉지만 자나방류의 나방은 날개를 접고 않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관찰됩니다. 이들이 날개를 주로 접거나 펴고 앉는 것은 사실 날개의 구조 때문입니다. 나비는 앞뒷날개를 연결시켜주는 구조물이 없어서 날개를 쉽게 접을 수 있습니다. 반면 나방은 뒷날개 아랫면의 날개가시(frenulum)와 앞날개 아랫면의 보대(retinaculum)가 서로 연결되어 있어 앞뒷날개를 접고 있는 것이 구조적으로 매우 불편한 상황입니다. 행여 보대에서 날개가시가 빠지거나 날개가시가 앞날개의 윗면으로 빠져 나오면 되면 비행을 할 수 없어 날개만 퍼덕이는 경우가 생기고 포식자에게 노출되는 위험천만한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날개를 펴고 앉습니다. 하지만 일부 자나방의 경우 날개를 접고 앉을 수 있는 이유는 날개가시가 가늘고 길어서 날개가시가 보대에서 빠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듬이 곤봉모양의 끝부분이 낫 모양인 멧팔랑나비. 국립생태원 제공

나비와 나방을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더듬이입니다. 나비는 더듬이의 끝부분이 부풀어져 곤봉모양의 형태이거나 곤봉모양의 끝부분이 낫 혹은 ㄱ자 모양으로 되어 있습니다. 전자는 호랑나비상과(호랑나비과, 흰나비과, 부전나비과, 네발나비과)의 더듬이 모양이고 후자는 팔랑나비상과(팔랑나비과)의 모양입니다. 반면 나방의 더듬이는 갈고리 모양, 톱니 모양, 염주 모양, 실 모양, 깃털 모양 등 매우 다양합니다. 특히 많은 종류의 나방 수컷은 깃털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는 암컷의 페로몬을 인식하기 위해 표면적을 넓힌 결과물입니다.

곤봉모양의 더듬이를 갖고 있는 제이줄나비. 국립생태원 제공
나비와 나방의 구별은 경험일 뿐

나비목을 뜻하는 ‘Lepidoptera’는 그리스어로 인편 또는 비늘이란 뜻의 ‘Lepido’(=scale)와 날개란 뜻의 ‘ptera’가 합쳐진 말입니다. 즉 인편이 있는 날개를 가진 곤충을 뜻하죠. 학술적으로는 나비와 나방을 구분하지 않고 나비목에 포함된 곤충으로 이해합니다. 프랑스에선 ‘빠삐용(papillon)’을 나비와 나방이란 뜻으로 함께 사용하고, 북한에서는 나비와 나방을 낮나비와 밤나비로 부릅니다. 그러나 영어에선 나비를 버터플라이(Butterfly)로, 나방을 모스(Moth)로 나누어 부르고 우리나라에서도 특별히 나비와 나방을 구분합니다.

깃털모양의 더듬이를 갖고 있는 밤나무산누에나방. 국립생태원 제공

왜 우리나라에서는 나비와 나방을 따로 부르고 나비보다 나방을 부정적으로 인식할까요? 아마도 역사적인 경험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나비는 늘 우리 곁에 함께하는 대상이었습니다. 신사임당과 남계우의 초충도나 화접도에서는 나방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제비나비나 흰나비 종류의 나비들이 꽃과 함께 화려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한복, 병풍, 등잔불 장식, 빗, 노리개, 도자기 등 우리생활 곳곳에 나비가 친숙히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러니 배추흰나비의 애벌레인 배추벌레가 배추나 무의 잎을 모조리 갉아 먹어도, 줄점팔랑나비의 애벌레가 벼의 잎을 갉아 먹어도 나비는 사람에게 많은 피해를 입히지 않고 늘 우리와 함께 하는 친구라는 인식이 은연중에 각인된 것 같습니다.

실모양의 더듬이가 특징인 쌍줄푸른밤나방. 국립생태원 제공

반면에 나방은 털이 많고 징그럽고 해충이란 이미지가 널리 퍼져 있죠. 사실 나방은 나비에 비해 털복숭이처럼 털이 많습니다. 나비는 손으로 만지면 인편이 조금 묻어 나오지만 나방은 우리 주변에 날아오기만 해도 공기 중에 많은 인편(비늘)을 날리고 다닙니다. 또한 한여름 밤, 나방의 인편이 몸에 묻으면 가렵기도 하고 빨갛게 부어 오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심지어 독나방류의 인편이 사람 몸에 묻으면 독나방피부염이라는 염증을 일으킵니다. 또 전기가 흔하지 않던 예전에는 많은 나방이 등잔불에도 날아와 사람의 심기를 건드리는 경우도 흔했습니다. 사람이 좋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던 거죠.

솔나방의 애벌레인 송충이는 어떨까요? 1960년대에 청소년기를 지낸 이들은 전국에 소나무 잎을 갉아 먹는 송충이가 매해 발생해 학교에서 송충이를 잡아오라는 숙제 아닌 숙제를 했다는 얘기를 종종 하는데요. 앞서 조선왕조실록에는 송충이가 많아 구제하였다는 기록이 75건이나 기록되어 있습니다. 조선시대 민초들이 먹고 살 궁리 이외에도 송충이를 잡을 궁리를 또 해야 하니 나방에 대한 원망이 많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심지어 정조 임금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무덤이 있는 경기도 수원의 화산(華山)에 송충이가 대발생하자 살아있는 송충이를 삼켜버렸다는 일화도 전해집니다. 일국의 임금이 화가 나서 송충이를 삼켜버렸는데 나방애벌레를 좋아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이런 역사적인 배경 때문에 우리가 지금처럼 나비와 나방을 나누어서 생각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나방이 우리에게 늘 부정적인 영향만 끼치고 있었을까요?

아시나요, 실크로드의 주인공을

전 세계 나방 중에 가장 유명한 녀석을 뽑으라면 이견 없이 누에나방이 뽑힐 겁니다. 누에나방의 애벌레인 누에는 인간과 함께 수천년을 동거동락하고 아주 중요한 부산물을 우리에게 주었기 때문이죠. 누에고치로 만든 비단은 인간의 의복문화를 혁신했고 또 다른 부산물인 번데기는 단백질 섭취원으로 큰 역할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누에는 동양과 서양을 이어준 최초의 무역로인 실크로드(silk road)를 만들어 동서양의 정치ㆍ경제ㆍ문화를 풍족하게 해준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어느 곤충이 누에보다 인간에게 영향을 많이 끼쳤다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최근 들어 누에나 누에 부산물로 당뇨병 예방과 치료용 제품뿐 아니라 화장품을 만들기도 하고 실크 단백질을 이용해 인공 뼈나 인공 고막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누에는 과거에서 미래까지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아닐까요?

날개를 펴고 있는 굴뚝나비. 국립생태원 제공

최근 해충에서 최고의 익충으로 이미지 변신을 하려는 나방이 또 하나 있습니다. ‘꿀벌부채명나방’이 그 주인공입니다. 원래 꿀벌부채명나방은 장수말벌과 함께 꿀벌집의 최대해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장수말벌은 보통 꿀벌들을 죽이고 애벌레를 잡아가는데 이 녀석은 주로 밀랍을 먹지만 꿀, 꽃가루, 애벌레 심지어 벌통까지도 닥치는 대로 먹습니다. 그러하니 양봉과 한봉을 하는 사람에겐 엄청난 골칫덩어리입니다. 필자의 대학원 시절, 옆 실험실에서 꿀벌부채명나방의 애벌레를 키우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애벌레를 유리병에서 키우기에 좋은 플라스틱 사육통을 권했는데 후배 연구원이 고개를 저으며 플라스틱 사육통을 뚫고 나와 키울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먹어 치우는 아주 강력한 녀석이라는 이야기죠.

이와 관련 지난해에도 이슈가 되었던 뉴스들이 있습니다. 바로 꿀벌부채명나방이 플라스틱 공해를 해결사가 될 수 있을까라는 기사들입니다. 실제 영국과 스페인의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꿀벌부채명나방의 애벌레가 비닐봉지를 빠르게 분해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1년에 전 세계적으로 5,000억개의 플라스틱병이 사용되고 있는 요즘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추가 연구가 진행된다면 쓰레기 매립장에서 소각해서 플라스틱을 없애는 것보다 꿀벌부채명나방의 애벌레로 비닐과 플라스틱을 없앨 수 있는 친환경적인 기술이 개발될지도 모릅니다. 이제 지구인의 골칫거리인 플라스틱을 우리가 해충으로만 바라보았던 꿀벌부채명나방이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하길 기대해봅니다.

날개를 접고 있는 끝짤름노랑가지나방. 국립생태원 제공

우리가 선입견을 가지고 보았던 나방의 기본 역할은 생태계의 먹이사슬 조절자입니다. 나방은 종수와 개체수가 다른 어떤 종류보다 많은 편에 속합니다. 여름 밤에 불이 훤히 켜진 주유소에서 보았던 수없이 많은 나방들, 가로등과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에 부딪히는 나방들, 빛이 있으면 어디든 몰려드는 나방들이 원래의 서식지에 없다면 나방이나 애벌레를 먹고 사는 상위포식자들은 그 다양성이 현저히 떨어질 것입니다. 특히 나방을 잡아서 어린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새들에게는 치명타를 줄 수 있습니다.

우리의 먹거리와 입을 거리 그리고 동서양의 문화교류의 상징인 누에, 플라스틱 분해 가능성으로 차세대 환경보전의 선두주자 꿀벌부채명나방, 먹이사슬의 중심 나방. 우리의 삶과 생태계의 풍요로움을 전달해 주는 나방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바뀌었으면 합니다.

조영호 국립생태원 환경영향평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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