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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쏙쏙 세계경제] 월가의 역설... 트럼프 막말 나올 때마다 ‘착한 투자’ 늘어난다?

입력
2018.04.11 17:5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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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뉴욕 주식시장 증권거래소에서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뉴욕=신화통신 연합뉴스
10일 뉴욕 주식시장 증권거래소에서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뉴욕=신화통신 연합뉴스

‘착한 투자는 ‘나쁜 뉴스(Bad news)’를 먹고 성장한다.’

미국 월가에서 최근 이같은 역설적인 투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반(反) 트럼프 정서가 녹아 있는 ‘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중시’(ESG) 투자 행태가 늘어나면서 관련 펀드 및 금융상품이 트럼프 특수를 가장 톡톡히 누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ESG는 말 그대로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기업의 재무성과뿐 아니라 이산화탄소 배출량 등 환경적 요소나 투명한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성과도 고려하는 투자 방식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트럼프 행정부가 ESG 투자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가치에 반하는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ESG 투자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작은 트럼프 대통령 등장 자체였다. 2016년 11월8일 미국 대선에서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12월에만 21억 달러가 ESG 투자 자금으로 유입됐다. 이에 따라 이들 펀드의 전월 대비 자산 규모는 3.5%나 증가했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대선 이후 최근까지 81억 달러가 꾸준히 들어왔고, 관련 자산 규모 역시 대선 때와 비교하면 13.1%나 커졌다. 펀드 회사들도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재무 성장 위주의 펀드 계좌는 폐쇄하고, 지속가능 펀드를 늘려나가고 있는 추세다. WSJ는 “착한 투자자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반하는 뉴스와 정책이 등장할 때마다 더 많이 돈을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시류에 편승하기 보다는 상황이 나빠질수록 스스로 믿는 신념과 가치에 맞는 기업에 돈을 넣는 용감한 투자자들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나쁜 소식과 착한 투자 사이의 비례관계는 이미 3, 4년전부터 감지되어 왔다. 파리기후변화협약 사례가 단적인 예다. 2015년 12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주도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합의를 담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됐을 때는 환경관련 펀드에서 자금이 유출(5,010만달러) 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하자, 9,850만 달러가 유입됐다.

착한 투자는 요즘 ‘임팩트 투자’라는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일자리, 고령화, 교육, 환경보호 등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기업을 적극 발굴해 투자하는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2012년 미국 최초로 사회성과 연계채권사업에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 뉴욕 교도소 청소년 수감자의 재범률를 하락 시키는 사업이었는데, 골드만삭스는 뉴욕시에 교정프로그램 운영비를 댔고 재소자의 재범률이 감소하면 원금에 수익을 얹어 돌려 받는 방식이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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