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감정을 폭발시켜
음악을 표현하기에 딱 좋아
이효리^보아 등 활용 점점 늘어
/그림 1지난 2월 발표된 가수 보아의 신곡 '원샷 투샷' 뮤직비디오에서 보아는 현대무용을 전공한 배우 이용우와 호흡을 맞춘다. 유튜브 캡처

지난 2월 발표된 가수 보아의 신곡 ‘원샷 투샷’의 뮤직비디오 중간 중간에는 지하철 승강장에서 춤을 추는 보아의 모습이 등장한다. 무대 안무처럼 절도 있는 안무와는 사뭇 다르다. 승강장에서 처음 만난 한 남성과 즉흥적으로 호흡을 맞추는 것처럼 보이는 이 장면들은 겨우 몇 초 정도 등장하지만 시선을 잡아 끌기에는 충분하다. 보아와 함께 춤을 추는 남성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배우 이용우다.

지난해 가수 이효리도 무대 안무와는 다른 모습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이효리는 ‘서울’ 뮤직비디오에서 현대무용가 김설진으로부터 배운 안무로 자신의 노래를 표현했다.

가수 이효리가 현대무용가 김설진과 협업해 만든 자신의 노래 '서울'의 뮤직비디오 안무. 유튜브 캡처

대중음악 뮤직비디오에 현대무용이 스며들고 있다. 현대무용은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노래의 가사와 음악을 표현하기 좋은 형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무용과 대중 사이의 벽을 허문다는 점에서 일석이조라는 평가다.

정통 발레나 한국무용은 기술적으로 신체와 무용의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완벽한 기술을 위해서는 절제가 필수다. 반면 현대무용은 무용수 내면의 감정을 폭발시켜서 드러낸다. 표현의 폭이 더 넓다는 것이다. 케이블채널 Mnet의 춤 경연 프로그램인 ‘댄싱9’ 에 출연해 유명한 현대무용가 최수진은 지난해 7월 가수 소피야의 ‘테라피’ 뮤직비디오에서 춤을 췄다. 사랑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다는 감정을 표현한 가사를 표현하는 안무를 만들었고, 즉흥적으로 여성의 우아함을 표현하려 했다고 그는 밝혔다.

현대무용가 최수진이 출연한 가수 소피야의 '테라피' 뮤직비디오. 사랑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다는 감정을 춤으로 표현했다. 유튜브 캡처

가수 선우정아의 ‘구애’에서도 사랑을 갈망하는 가사가 현대무용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감성적인 록 음악으로 입소문 난 가수 신해경의 ‘모두 주세요’ 뮤직비디오에는 현대무용가 최승윤이 출연해 몽환적인 음악을 몸짓으로 표현한다. 지난해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 부문을 수상한 가수 이랑의 ‘신의 놀이’ 뮤직비디오에서도 현대무용이 키워드다. 9명의 출연자들이 예술가들의 창작 과정을 안무로 구현한다. 현대무용에 대한 관심이 없던 대중들은 이러한 뮤직비디오를 보며 현대무용은 난해하다는 선입견을 깬다.

유투브에서 조회수 18억회를 기록한 가수 시아의 '샹들리에' 뮤직비디오에서는 미국의 현대무용가 매디 지글러가 춤을 춘다. 유투브 캡처

해외에서는 현대무용이 소통의 수단으로 더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호주 출신 유명 가수 시아(43)는 현대무용으로 자신의 노래를 표현하기로 유명하다. 미국 출신 무용가인 매디 지글러(16)가 2014년 ‘샹들리에’, 2016년 ‘더 그레이티스트’ 등 시아의 뮤직비디오에 잇달아 출연했다. 지난해 시아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와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AIDSㆍ에이즈)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만든 ‘프리 미’ 뮤직비디오에는 미국 영화배우 조 샐다나(40)가 출연했다. 그가 에이즈 진단을 받으며 겪는 충격과 슬픔을 연기하며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은 감정을 춤으로 나타냈다. 그래미 어워즈 수상자인 애드 시런(26), 저스틴 비버(22) 등의 뮤직비디오에도 현대무용이 등장한다. 남녀 간의 교감을 표현하는 듀엣 춤이나, 두 사람의 일상의 몸짓을 춤으로 표현하는 등 사소한 지점에서부터 현대무용과 접점을 만들어 낸다.

미국 영화배우 조 샐다나가 직접 출연해 에이즈 환자의 심경을 표정과 현대무용으로 표현한 가수 시아의 '프리 미' 뮤직비디오. 유튜브 캡처

국내에서도 이 같은 현대무용의 활용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무용단들에는 춤을 활용한 광고 제의도 종종 들어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중과 소통을 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중매체와의 만남을 관계자들도 반기는 눈치다. 임영숙 국립현대무용단 홍보팀장은 “대중에게 많이 노출될수록 현대무용이 ‘어렵다’는 벽이 무너지고 이해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춤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현대무용이 재미있다는 생각의 변화가 생겼듯 뮤직비디오, 뮤지컬, 영화의 한 장면이라도 현대무용과 관객들의 연결 지점이 많아지는 건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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