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기소

검찰 “관계자들 진술 과거와 달라져”
다스 압수수색 이전엔 수차례 기각
“살아있는 권력 못 건드린 탓” 지적
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한동훈 3차장검사가 110억원대 뇌물수수 의혹 등으로 구속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기소 관련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검찰이 9일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 실소유주라는 전제 하에 이명박(MBㆍ77)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하면서 지난 2007~2008년 같은 의혹을 수사했던 검찰과 정호영 특별검사팀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것과 180도 다른 결론을 냈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팀이 ‘살아 있는 권력’을 상대로 철저한 수사를 벌이지 못해 불행한 역사가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10년 전 검찰 및 특검 수사 결과 달라진 이유를 묻는 질문에 “수사를 받는 관계자들이 조사 시점의 이해관계나 사회적 분위기나 영향 받는 관계 등이 거기에 따라 수사가 진전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이었으니 경제적 이익 등을 충분히 고려해 감히 이야기할 수 없었거나 (이 전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들 한다”고 덧붙였다. 10년 전에는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이 철저히 방어했지만 이번엔 인적 방어망이 무너져 내렸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번 수사에선 이 전 대통령 측근들 대다수가 등을 돌린 점이 결정적이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팀은 뜻하지 않은 선물을 여러 차례 받았다”고 했을 정도다. 다스 전ㆍ현직 사장이 “다스는 MB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고, 자금관리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이나 다스 협력업체 금강 대표 이영배씨도 이 전 대통령의 자금 관리 현황 및 흐름에 대해 술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을 보좌했던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도 검찰 수사에 협조해, 사실상 이 전 대통령 곁엔 아들 시형씨나 부인 김윤옥 여사 정도만 남았다. 이들은 과거 검찰ㆍ특검 수사에선 대책 회의를 하며 칼끝이 이 전 대통령을 향하지 않도록 했었다.

시대적 상황 변화도 한몫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주범으로 지목돼 탄핵된 데 이어 지난 6일 1심에서 징역 24년형을 선고 받았다. 실권을 쥐고 있던 현직 대통령도 단죄 받은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은 전전(前前) 대통령이 보호막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해묵은 의혹을 밝히고자 했던 거센 여론도 이들에겐 압박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2007년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검찰 관계자는 “당시 법원이 다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나 계좌 추적 영장을 수 차례 기각했지만, 이번엔 같은 내용의 영장이 발부됐다”며 “정권 교체 영향이 없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의 눈치를 본 탓인지 과거 검찰ㆍ특검 수사가 허술했던 정황이 적지 않다. 이번 수사팀은 1995~2007년 이 전 대통령 부부가 다스 법인카드로 약 5억7,000만원어치를 썼고, 다스가 조직적으로 비자금 349억원가량을 조성한 사실을 밝혀냈다. 법인카드 사용내역이나 철저한 회계 분석이 있었다면 사실관계를 밝혀냈을 것이란 뜻이다. 당시 ‘제3자 소유로 보인다’고 결론 냈던 도곡동 땅의 이상은 다스 회장 지분을 끝까지 추적했다면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현 상황에서 당시 수사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기엔 정치적 여건이나 수사 기법 발전 등의 변화가 컸다”면서도 “검찰이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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