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슈퍼매치. 연합뉴스

#1. 지난 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는 4시간 44분의 ‘수중 혈투’로 치러졌다. 그러나 4차례의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는 명승부를 연출한 덕에 장대비에도 관중들은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2. 앞선 시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수원 삼성과 FC서울의 경기는 싱거운 0-0 무승부로 끝났고, 고작 1만2,122명의 관중만 입장했다. 서울이 2004년 5월, 안양에서 서울로 연고를 옮긴 이후 두 팀의 맞대결 최소 관중을 기록했다. 흥행을 모색하기 위해 ‘슈퍼매치’라 붙여진 라이벌전의 이름마저 무색해진 K리그의 초라한 자화상이다.

본격적인 야구와 축구 시즌이 돌아오며 스포츠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지만 두 종목의 간극은 더 벌어진 느낌이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의 지난해 정규시즌 평균 시청률은 0.883%였다. 포스트시즌 경기를 포함한 2017년 전 경기 평균 시청률은 1.07%였다. 프로배구가 0.831%로 도약했고, 남자 프로농구는 경기당 평균 0.2%, 프로축구는 0.11%였다. 지난해 10월24일 차범근 축구교실 페스티벌에 참석한 ‘한국 스포츠의 영웅’ 차범근 감독은 어린 아이들과 학부모들 앞에서 “축구를 선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축구를 할 때 아이들이 가장 행복했다는 말을 할 수 있게 해드리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축구하는 아이들이 부쩍 줄어들고 있다”며 탄식했다.

왜 야구는 되고 축구는 안 될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복잡하고 수많은 룰이 존재하는 야구보다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는 쪽은 분명 축구다. 야구인들과 축구인들 모두 입을 모으는 근본적인 이유는 팬들의 정체성이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대부분 확고하게 지지하는 팀이 있다.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하면서 정착된 구단 연고제는 지역 감정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결국은 그게 30년 넘게 야구를 지탱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셈이다. 반면 1983년 킥오프한 축구는 ‘축구팬은 있지만 축구 팀의 팬은 없다’는 말이 나온다.

야구와 축구는 10여년 전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한일월드컵이 열린 2002년 당시 프로축구 경기당 평균 관중수는 1만4,651명으로, 프로야구(4,825명)의 세 배에 달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말 그대로 축구는 명실상부한 '국민 스포츠'였다. 십 여년 간 야구 취재 현장을 다니면서 2000년대 초반 한때 축구장처럼 텅 빈 관중석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고전하던 프로야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으로 찾아온 붐업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젊은 층과 여성 등 국민 전반으로 저변을 확대하며 외양을 키웠다. 야구를 즐기는 팬이 늘면서 구단 수도 늘었고, 관련 산업도 동반 성장했다. 매일 벌어지는 전 경기를 중계 방송할 정도다. 지금 프로야구의 여성팬 비율이 50%에 육박한 데는 그 때 호기심에 찾아온 ‘초보 관중’들을 붙잡아둔 각 구단의 치열한 마케팅의 노력이 컸다. 전광판 등 시설물을 활용해 매 이닝 벌이는 이벤트, 야구를 몰라도 관중석에서 따로 노는 이른바 복합 놀이 공간이자 사교의 장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따라서 프로야구를 관람한다는 것은 단순히 ‘야구’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다. 영화관람, 문화 활동 등과 훌륭한 경쟁을 펼치며 저렴하지 않은 티켓 구매 효과를 충족시키고 있다.

반면 프로축구는 여전히 남성 중심이자 관람형 스포츠에 가깝다. 서포터스가 있지만 전문적인 집단처럼 인식된다. 야구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응원 문화에 동참하고 싶은 축구팬들이 설 자리가 좁다. 월드컵 무대에서야 비로소 첫 눈도장을 찍는 '깜짝 선수'가 아닌, 평소에 얼굴을 자주 봐오던 친숙해진 스타들이 축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슈퍼매치 흥행 참패를 목도한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은 “모두가 반성할 부분이다. 예전에는 다양했던 슈퍼매치의 콘텐츠, 좋은 선수들, 좋은 퍼포먼스 등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월드컵이 열리는 해지만 무관심이 지속되면 그저 4년에 한번 즐기고 마는 스포츠로 인식될 우려가 높다. 성환희 스포츠부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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