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근로혁명’ 길을 묻다] <2>불경기 속 자영업자들 위기감

# 자영업자들 한숨만
“점심•저녁 식사 손님 맞으려면
직원들 두 팀으로 나눠 운영해야
현재처럼 꾸려 나가면 범법자 돼”
# 비용 절감에 안간힘
“직원들 근무 주 5일제로 바꾸고
서비스 질 떨어질 우려에도
무인 주문기 도입 검토”
# 부담 줄일 묘수는
담배 등 소액결제 많은 매장들
카드 수수료라도 인하해 주고
임대료 인상 막으면 숨통 트여
최저임금 인상으로 타격을 받은 편의점 업계에서는 종업원 고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모색 중인 가운데, 편의점 이마트24가 서울 성동구에서 실험적으로 운영 중인 무인점포 성수백영점.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종로에서 8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이성우씨는 최근 걱정이 많아졌다. 이씨의 식당에선 8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어서 직원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2021년 7월부터 ‘주당 최대 52시간’인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 받는다. 점심과 저녁식사 손님을 맞이하려면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12시간을 일해야 하는데 휴무 없이 주 7일 운영하는 현재 방식으로는 도저히 법을 지킬 수 없다. 이씨는 “현실적으로 주당 52시간을 맞추려면 직원들을 점심, 저녁에 맞춰 두 팀으로 나눠 운영해야 한다”며 “인력난으로 직원을 구하기 어려운데 그렇다고 현재처럼 직원을 꾸려나간다면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주도 성장을 통해 경기가 나아지고 결국 자영업자의 사업까지 좋아질 수 있다고 믿어 당장 어려움에도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했지만, 여기에 주 52시간 근로제까지 겹치니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의 과실이 언제쯤 자영업자에게 돌아올지 그때까지 견딜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승우(가명)씨 역시 최근 밤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연초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지출이 늘자, 일단 직원들 근무를 주5일제로 바꾸고 식당 영업시간을 1시간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비용 절감을 하고 있다. 무인 주문기 도입도 검토해봤지만 서비스 질이 떨어지면 고객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에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정씨는 “수년 내에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고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정직원을 줄이고 손님이 붐비는 시간에만 일하는 파트타임 직원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약속한 최저임금 인상 속도는 자영업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직원고용을 기피하게 되면서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정부 정책 방향과 반대로 자영업자의 근로시간은 점점 늘고 있다. 음식점업과 소매업 분야 자영업자는 다른 업종에 비교해 가뜩이나 긴 근로시간이 더욱 증가하고 있어 한숨이 깊어진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전국 자동차ㆍ부품판매업, 도매ㆍ상품중개업, 소매업, 음식점업 등 4개 업종의 5인 미만 소상인 700명을 대상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조사한 결과 음식점업은 하루 평균 11.3시간, 소매업은 10.9시간으로 주 70시간을 훌쩍 넘긴다. 반면 소상인의 평균 휴무일은 한 달에 3일에 불과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마련했다. 월 210만원 미만을 받는 근로자 1명에게 월 13만원을 지원해주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서비스업 자영업자들은 일자리 안정자금 대책이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15년째 편의점을 운영하는 강승원(가명)씨는 “일자리 안정자금 신청이 저조해서인지 당국에서 신청을 종용하기도 한다”며 “어차피 일자리 안정자금은 4대 보험 내는 데 들어가기 때문에 대부분의 편의점 점주들은 일자리 안정자금을 4대 보험 자금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이성우씨도 “직원들 대부분 월 210만원 이상을 받고 있어서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할 수 없고 210만원 미만이라 해도 종업원 개인적 사정으로 4대 보험 가입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자영업자의 부담을 최소화할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자영업자들은 카드수수료 인하와 임대료 인상 억제,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 완화 및 지역ㆍ산업별 차등 적용 등을 거론했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빵집을 운영 중인 윤정은(가명)씨는 “소액 결제가 많은 매장은 수수료 부담이 큰데 카드수수료라도 인하해준다면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지역이나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고, 최저임금 인상률도 물가상승률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준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담배나 석유 등 세금 비중이 큰 제품만이라도 카드수수료를 낮춰달라는 목소리도 컸다. 강승원씨는 “편의점 매출에서 담배 비중이 큰데 담뱃값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세금에 대한 카드수수료도 판매자가 모두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김동환(가명)씨도 “휘발유 가격 중 60%가 세금인데 우리는 기름값에 대한 카드수수료뿐 아니라 정부가 걷어가는 세금에 대한 카드수수료도 모두 부담하고 있어 마진의 3분의 1이 카드수수료로 빠져나간다”고 하소연했다. 김일규 서울남북부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은 “직원 2, 3명 이상 고용하는 중소형 마트도 대부분 연 매출 5억원이 넘는데 2.5%가 넘는 카드수수료를 1%만 낮춰줘도 고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는 나아지지 않는데도, 오르기만 하는 임대료도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보다 자영업자를 괴롭히는 더 큰 고민이다. 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장은 “일본처럼 한 가게가 같은 장소에서 수십년간 영업하는 일이 가능하도록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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