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원 상당… 신입생 55명 모두 입어
행인 시비 등 우려해 삼엄한 경비
이탈리아 명품 아르마니제 고가 교복을 채택해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 도쿄 긴자의 다이메이 소학교. 도쿄=연합뉴스

대부분의 일본 공립 초등학교 입학식이 열린 지난 6일 도쿄 긴자(銀座)에 위치한 다이메이(泰明) 소학교에선 주오(中央)구 직원과 경찰, 학부모ㆍ부모 연합회(PTA)가 지켜보는 가운데 입학식이 진행됐다. 학교 주변의 삼엄한 경비 때문인지 부모 손을 잡고 등교한 55명 신입생의 표정엔 긴장감이 묻어났다.

소학교 입학식에 경찰이 동원된 이유는 올해 초 불거진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아르마니 교복 채택 논란 탓이다. 이 학교는 올해 신입생부터 상ㆍ하의, 셔츠, 블라우스, 모자 등을 포함한 기본 복장이 4만엔(약 40만원), 가방과 조끼, 스웨터, 양말까지 갖출 경우 최대 8만엔(약 80만원)에 이르는 교복을 채택했다. 기존 교복이 1만7,000엔(약 17만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올랐다. 이 학교 교장은 “제대로 갖춰 입는 것의 중요성을 느끼는 것이 국제 감각의 양성으로 이어진다”고 배경을 설명했지만, “부모 정장보다 더 비싸다” “교복을 사지 못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하느냐”는 비판 여론이 거셌다. 도쿄 번화가에 위치한 만큼 ‘부자 이미지’를 살리려는 학교의 전략이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왔다.

여론의 도마에 오른 이후 이 학교 재학생들은 등ㆍ하교 도중 행인들에게 붙잡혀 “이게 아르마니 교복이냐” “너도 다이메이 소학교에 다니냐”라는 질문을 받는 등 괴롭힘을 당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학생 안전을 명분으로 입학식에 경비 인력이 동원된 배경이다. 이날 신입생 56명 중 결석한 1명을 제외한 55명이 전부 아르마니 교복을 입고 등교했다.

이전에는 교복 착용이 학생들 간 빈부 격차를 드러내지 않아서 바람직하다는 평가가 다수였다. 그러나 사립도 아닌 공립학교가 고가 교복을 채택하자, 가계에 대한 부담을 우려하는 것부터 교복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경제적 격차가 사회문제인 상황에서 시대에 역행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시대 흐름에 맞춘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치마 일색이었던 여학생 교복이 바지를 함께 채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홋카이도(北海道) 등 일부 추운 지방에서 방한을 이유로 도입되기도 했으나 최근 종교적인 이유나 성적 소수자 배려 차원에서 도입되고 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지난 2일 보도했다. 후쿠오카(福岡)현 고가(古賀)시의 현립 겐카이(玄界)고등학교가 이 경우다. 이 학교는 전교생 60%가 여학생인 데다 외국인 부모나 조부모를 둔 학생도 40명이나 된다. 그래서 종교상의 이유로 피부를 드러내선 안 되는 학생들의 입학을 염두에 두고 여학생에게도 바지 교복을 허용했다. 후쿠오카 여자상업학교 역시 “성적 정체성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지난 학기 시범 시행을 거쳐 이번 학기부터 정식으로 바지를 채택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