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선욱ㆍ첼리스트 지안 왕
15일 롯데콘서트홀서 첫 듀오 연주
낭만주의 가득한 프로그램 구성
“섬세한 색채에 놀라움 금치 못해”
8년 전 지안 왕이 먼저 교류 제안
“같이 연주하며 많은 것 배운다”
김선욱도 존경 표현하며 협업
피아니스트 김선욱(왼쪽)과 첼리스트 지안 왕이 20년의 나이차를 뛰어 넘는 음악의 대화를 들려준다. 빈체로 제공

두 명이 연주 할 때와 그 보다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연주할 때 어느 쪽이 더 힘들까? 개성 넘치는 연주자끼리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람이 많을수록 연주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2중주가 3중주, 4중주보다 더 쉽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2중주는 두 연주자간의 두터운 친밀감이 필요하기에 생각보다 간단치 않은 연주다. 서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연주자 간 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피아니스트 김선욱(30)은 이렇게 표현했다. “실내악에서는 서로 양보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하지만 듀오 연주에서 마냥 양보만 한다면 음악은 빈 껍데기만 남고 비게 된다.”

김선욱이 늘 존경한다고 표현해 왔던 중국의 첼리스트 지안 왕(50)과의 대화를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20년의 나이차를 훌쩍 뛰어 넘은 두 사람은 서로를 말이 필요 없는 파트너라고 여긴다. 물론 두 연주자의 대화는 언어가 아닌 음악으로 이뤄진다.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듀오 연주회를 여는 두 사람을 이메일로 먼저 만났다.

지안 왕은 9세에 상하이 음악원에 수석 입학한 영재였다. 11세의 나이에 미국의 바이올린 거장 아이작 스턴(98)에게 발탁 돼 다큐멘터리 ‘중국의 아이작 스턴: 마오쩌둥부터 모차르트까지’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피레스, 바이올리니스트 오귀스탱 뒤메이와 함께 녹음한 트리오 앨범은 지금까지도 명반 중의 명반으로 손꼽힌다. 김선욱은 2006년 리즈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일찌감치 젊은 거장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연주자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첼리스트 정명화와 김선욱의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를 들었던 순간을 지안 왕은 생생히 기억했다. “김선욱의 색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어요. 피아노를 거의 부실 듯이 쳐야만 하는 강렬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섬세한 음색이었거든요. 그 안에 담긴 힘이 음악의 깊이와 의미를 찾게 해주는 연주자예요.”

김선욱의 연주에 매료된 지안 왕이 먼저 음악적 교류를 제안했다. 일본의 바이올리니스트 가미오 마유코와 함께 한중일 트리오를 꾸리는 등 2012년부터 실내악 작업을 이어 왔다. 과거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지안 왕과의 연주를 “축구 꿈나무들이 박지성과 같이 뛸 때의 기분”이라고 표현했던 김선욱은 지금도 “같이 연주하며 자신이 많은 것을 배운다”고 화답했다. “지안 왕은 특별한 소리를 가지고 있어요. 선이 굉장히 굵지만 유려하고 섬세한 부분에서는 폐부를 울리는 소리를 냅니다. 지안 왕 옆에 있으면 인위적인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연주한다는 인상을 깊게 받아요.”

두 사람의 듀오 연주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첼로와 피아노라는 서로 다른 악기를 연주하지만 두 사람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잘 맞는다고 했다. “별로 말이 필요 없는 관계예요. 해석에 대한 큰 충돌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음악이 흐르고 지금도 함께 듀오를 할 수 있는 거죠.”(김선욱) “김선욱은 엄청난 솔로 피아니스트이기도 하지만 굉장히 멋진 파트너입니다. 옆의 연주자를 도와주는 동시에 이끌어 갈 줄 알고, 어떻게 영감을 줘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는 피아니스트예요.”(지안 왕)

이쯤 되면 두 연주자 사이에 음악이라는 로맨스가 피어나고 있다고 여겨질 법도 하다. 실제로 이들의 연주회는 낭만주의가 가득한 프로그램으로 채워진다.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쇼팽의 첼로 소나타 그리고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는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결정한 레퍼토리다. 지안 왕은 “무엇보다 관객들에게 로맨틱한 저녁을 선사하고 싶다”며 “피아노 작품에 유난히 특출난 작곡가들이 쓴 곡을 김선욱이 훌륭하게 소화해낼 것이라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김선욱은 최근 첼리스트와 함께 한 무대가 유독 많았다. 그는 “첼로는 고음역을 내는 바이올린과는 다르게 피아노의 볼륨 조절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크지 않은 소리에서 다양한 색의 소리를 만들어 내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도전의식이 생기고 공부가 된다”고 말했다. 지안 왕과의 연주에서는 “두 악기가 서로를 번갈아 리드하기도 하고 함께 가기도 하는 2중주의 묘미를 관객들이 만끽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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