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한석 직토 대표

건강 데이터 기반, 보험사는 상품 개발
계약자는 정보 제공하고 암호화폐 받아
싱가포르에 법인 세워 기업공개
기관 투자금 150억원 조달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직토 사무실에서 서한석 직토 대표가 블록체인 기반 보험 플랫폼 '인슈어리움 프로토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보험사는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자유롭게 구매하고 개인은 암호화폐로 데이터 사용료를 보상 받는 플랫폼"이라고 소개했다. 직토 제공

“제품 말고 데이터를 살 순 없을까요?”

2014년 미국 최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에서 40일 동안 1억8,000만원의 투자금을 모아 한국 업체 중 최고 기록을 세우며 주목받기 시작한 직토가 그 기회를 잡게 된 것은 한 고객사의 질문에서 비롯됐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직토 사무실에서 만난 서한석 대표는 “직토 제품을 몇 대 사면 직토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받을 수 있냐고 묻더라”며 “병원, 제약사를 비롯해 헬스케어와 관련된 곳들은 기기보다 데이터를 더 필요로 한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고 말했다.

더 가치 높은 상품을 팔아야 한다는 고민은 손목에 차면 걸음 수를 측정해 주는 웨어러블 기기를 판매하던 직토가 2016년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업체로 변신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2017년 주목할 만한 한국 10대 스타트업’으로 직토를 선정한 이유 역시 직토가 이용자들로부터 확보한 빅데이터의 가치를 높게 봤기 때문이다.

사업 초반 직토의 주력 제품은 ‘직토워크’라는 스마트밴드였다. 단순히 걸음 수만 측정하는 다른 제품들과 달리, 기기 안에 신체의 움직임 속도와 회전 정도를 측정하는 감지기(센서)가 탑재돼 잘못된 걸음걸이를 감지하고 진동을 울렸다. 하지만 직토워크 판매량에만 매달려야 하는 사업모델은 한계가 있었다. 삼성 애플 등 글로벌 기업처럼 새 모델을 꾸준히 출시하는 것도 힘에 부쳤고, 투자금에 비해 생산량이 효율적으로 따라오지 못했다.

직토는 돌파구로 애플리케이션(앱) ‘더챌린지’를 출시했다. 직토워크를 포함해 기어S 핏빗 가민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 5종을 등록할 수 있고 삼성전자(S헬스)와 애플(건강앱)의 걸음 수 측정 앱도 연동되는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 안에서 이용자들은 각종 걷기 대회에 참가해 경품을 받을 수 있다. 서 대표는 “기존에는 핏빗 이용자는 핏빗 앱, 애플워치 이용자는 애플워치 앱만 이용할 수 있었다”며 “더챌린지 안에 제조사와 관계없이 많은 이용자가 모여 있다는 건 그만큼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한 플랫폼 안에 축적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 9월 KB국민카드가 직토와 함께 출시한 보상형 신용카드가 대표적이다. 걸음 수가 많으면 최대 5%까지 포인트를 추가로 적립해 주는 헬스케어 특화 상품으로, 2만장 이상 팔렸다. 직토가 데이터로 돈을 벌기 시작한 셈이다. 서 대표는 “직토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는 보행 데이터인데, 보험사 등 고객 생활 습관 정보가 필요한 곳들뿐 아니라 병원, 통신사도 직토의 고객사가 됐다”고 말했다.

직토가 개발 중인 '인슈어리움 프로토콜' 생태계 개념도

웨어러블 제조사로 시작해 데이터 플랫폼 업체로 전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토는 블록체인을 활용하는 새 사업모델로 3라운드를 준비 중이다.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활용하는 ‘인슈어리움 프로토콜’로 새로운 개념의 보험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보험과 이더리움의 합성어인 인슈어리움 플랫폼에는 보험사와 보험 계약자, 각종 앱 개발자 등이 참여할 수 있다. 보험사는 식습관 운전습관 운동량 등 보다 정교한 데이터를 활용해 보험 상품을 만들 수 있고, 보험 계약자는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건네주는 대가로 암호화폐를 받는 시스템이다. 서 대표는 “습관을 분석해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 보험 업계를 연결하는 프로토콜”이라며 “기업들은 자유롭게 고객 데이터를 사갈 수 있고 고객도 데이터 사용료를 투명하게 보상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토는 이미 싱가포르에 별도 법인을 세워 인슈어리움 암호화폐공개(ICO)를 했다.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프라이빗 세일에 이어 오는 5월 개인 투자자들을 상대로 하는 퍼블릭 세일에 들어간다. 서 대표는 “프라이빗 세일과 퍼블릭 세일 각각 100억원씩 ICO로 총 2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며 “애초 예상보다 기관 투자자들의 투자금이 크게 늘어 퍼블릭 세일은 50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보험 블록체인이 가장 빠르게 성장할 영역으로 자동차 보험업계를 꼽았다. 그는 “지금 자동차 보험은 운전자에 대한 보험인데 앞으로는 승차공유, 자율주행차 등 보다 보험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하는 다양한 형태의 자동차 이용 방식이 나올 것”이라며 “수많은 센서와 앱 개발자들이 필요하고 이들의 데이터를 연결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인슈어리움 프로토콜이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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