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스토리(11)] 지난 1월 세계대회인 몽백합배 우승 이후 부담감 떨쳐…반상 운영도 더 정교해져

박정환(왼쪽) 9단이 지난 2월 중국 베이징(北京) CCTV 스튜디오에서 열린 '2018 CCTV 하세배 한중일 바둑쟁탈전' 결승전에서 커제 9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집권 기간만 벌써 4년 6개월에 육박한다. 사실상 절대권력이다. 경쟁자들과의 격차도 크다. ‘인간 알파고’로 거듭났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국내외 바둑계를 평정 중인 박정환(25) 9단 얘기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박 9단은 지난 4월 기준 랭킹점수 1만70점으로, 53개월 연속 국내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는 한국기원 집계 이후 역대 최장 기록이다. 2위에 오른 김지석(29) 9단(9,819점)과 점수 차이 또한 크다. 누적상금 부문에서도 박 9단은 7억8,890만원으로, 2위 김 9단(1억8,270만원)을 크게 앞섰다.

박 9단은 최근 확실하게 한 단계 더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던 ‘국내용’이란 부정적인 이미지를 스스로 탈피하면서 반상(盤上) 운영 능력까지 한층 더 안정됐다는 평가다. 박 9단은 지난 1월 중국에서 열린 ‘제3회 몽백합(夢百合)배 세계바둑 오픈 대회’에서 박영훈(33) 9단을 누르고 지난 2015년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우승 이후 3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목진석(38) 국가대표팀 감독은 “요즘 박 9단 바둑을 보면 예전 보다 마음이 많이 편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 19승4패(승률 82.61%)를 기록 중인 박 9단의 세계대회 성적은 6전 전승이다.

박정환 9단이 지난 달 19일 일본 도쿄 일본기원에서 열린 ‘월드바둑챔피언십 2018’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박 9단은 특히 ‘알파고’와 ‘딥젠고’ 등 인공지능(AI) 바둑 연구를 기력 향상의 주된 요인으로 꼽고 있다. 그는 공식 석상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거나 창의적인 수들을 과감하게 두는 AI를 분석하면서 실전에도 응용하고 있다”고 소개할 정도다. 지난 1일 일본 AI인 딥젠고에 패한 박 9단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 동안 딥젠고에게 많이 배워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딥젠고를 비롯한 AI 프로그램들을 통해 프로기사들이 많이 배우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9단은 올해 세계대회에선 ‘몽백합배’와 ‘월드바둑챔피언십’, ‘하세배’ 등에서, 국내대회 가운데 ‘크라운해태배’와 ‘KBS바둑왕전’ 등에서 모두 우승했다. 일부에선 이젠 라이벌인 중국의 커제(21) 9단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는 긍정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9단은 ‘월드바둑챔피언십’과 ‘하세배’에서 커제 9단을 꺾으면서 상대전적에서도 8승6패로 앞섰다.

박정환(가운데) 9단이 지난 1월 중국 장쑤성에서 열린 ‘제3회 몽백합(夢百合)배 세계바둑 오픈 대회’에서 우승을 결정 짓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철저한 자기 관리와 바둑에 대한 열정은 박 9단의 또 다른 경쟁력으로 꼽힌다. 실제 “박 9단은 식사와 화장실을 가는 것 이외의 대부분 시간은 바둑을 두면서 보내는 것 같다”는 게 프로바둑 기사들 사이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초일류 반열에 올라섰지만 박 9단은 바둑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틈만 나면 스마트폰으로 바둑 사활(死活) 문제나 인터넷에 올라온 다른 선수들의 기보를 연구한다.

한 순간도 방심하지 않는 위기의식 역시 박 9단의 장점이다. 목 감독은 “다른 분야처럼 바둑도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조금만 나태해지면 뒤처진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 같다”며 박 9단의 상승세 비결을 전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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