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구나! 생생 과학]예술을 만드는 과학원리...프리킥 세계

게티이미지뱅크

‘유럽축구의 꽃’ ‘별들의 전쟁’ ‘꿈의 무대’ 등 다양한 수식어를 가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현재까지 골을 가장 많이 넣은 선수는 레알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알 마드리드 선수로 경기에 나서 지금까지 모두 119골을 넣었다. 이 중 프리킥으로 성공시킨 게 12골(전체의 10.1%)이다.

경기 내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축구공이 멈춰있는 순간이라고 해 ‘데드볼’이라고도 불리는 프리킥은 득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때 상대편 수비벽을 넘기는 프리킥의 우아한 곡선에는 유체역학의 비밀이 담겨 있다.

습한 날엔 바나나킥 차기 힘들어

축구 선수가 찬 공이 바나나처럼 휘어서 날아가는 바나나킥은 공의 좌ㆍ우 공기 흐름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공이 시계방향으로 회전한다고 할 때 공이 날아가는 방향을 기준으로 오른쪽은 공기의 흐름과 공의 회전 방향이 같다. 저항이 덜 생겨 공기의 흐름이 빠르다. 압력도 낮다. 공의 왼쪽은 정반대다. 공기의 흐름과 공의 회전 방향이 거꾸로다. 저항을 많아 받아 압력이 크고, 공기의 이동속도도 오른쪽보다 느리다.

2018-04-06(한국일보)

구강본 한국교통대 스포츠산업학 교수는 “압력이 높은 공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힘이 작용하면서 공이 오른쪽으로 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을 ‘마그누스 효과’라고 부른다. 1852년 독일 물리학자 구스타프 마그누스가 회전하는 포탄이나 총알이 한쪽으로 휘는 이유가 공기의 압력 차이라고 밝힌 데서 이름을 따왔다. 축구공(무게 410~450g)이 시속 90~108㎞의 속도로 초당 8~10회전 하며 30m를 날아간다고 할 때, 공은 당초 직선방향에서 4m나 안쪽으로 휘게 된다. 구 교수는 “회전수가 많을수록 축구공 좌ㆍ우의 기압 차가 확대돼 마그누스 효과도 커진다”고 말했다.

프리킥을 차는 지점과 상대 선수들의 수비벽을 최소 9.15m 떨어지도록 하는 규칙도 키커가 마그누스 효과를 고려해 만들어진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에 따르면 프리킥으로 찬 공은 대개 직선으로 날아가다가 9.15m 지점부터 휘기 시작한다. 이 순간 공에 실린 힘도 줄어든다. 프리킥 한 공에 맞아 수비수가 다치는 것을 줄이기 위해 마그누스 효과가 나타나는 9.15m 지점에 수비벽을 세우도록 한 것이다. 현재까지 기록된 프리킥 최고 속도는 시속 150㎞다. 가까이에서 맞으면 위험할 수밖에 없다. 이 공은 1997년 6월 프랑스에서 열린 4개국 초청 프레월드컵에서 브라질의 로베르토 카를로스 선수가 찼다. 마그누스 효과는 야구의 대표적 변화구인 커브에도 적용된다.

2018-04-06(한국일보)

그런데 바나나킥ㆍ커브는 공기 중 습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습도가 낮은 맑은 날일수록 마그누스 효과가 잘 나타난다. 공기의 밀도 때문이다. 공기 대부분은 질소(78%)와 산소(21%)로 이뤄져 있다. 이산화탄소와 수증기 등이 나머지 1%를 구성한다. 습한 날에는 수증기 비율이 높아져 공기가 상대적으로 가벼워진다. 산소 원자 1개에 수소 원자 2개가 결합해 분자량이 18(산소 원자량 16ㆍ수소 1)인 수증기가 질소 원자(원자량 14)가 2개 붙어 있는 질소 분자(분자량 28)를 대체하기 때문이다. 같은 부피지만 무게가 준 탓에 공기의 밀도(단위부피 당 무게) 역시 감소하게 된다. 공기의 밀도가 낮아지면 공과 공기 간의 마찰이 덜 발생하고, 이는 공의 좌ㆍ우 압력 격차를 줄여 마그누스 효과를 떨어뜨린다.

마그누스 효과는 일상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 하나가 중력을 이겨내고 무거운 비행기를 띄우는 양력이다. 양력을 최대한 발생시키도록 설계된 비행기의 날개는 위ㆍ아래의 생김새가 다르다. 날개 윗부분은 둥글고, 아랫부분은 평평하다. 날개의 윗면을 지나는 공기는 아랫면을 지나는 공기보다 긴 거리를 이동해야 하므로 윗면을 지나는 공기의 속도가 아래쪽보다 빠르다. 그래서 날개 위쪽 압력이 아래보다 낮다. 이러한 압력 차이로, 압력이 큰 날개 아래쪽에서 위로 힘이 작용하면서 비행기가 하늘로 뜨게 되는 것이다.

무회전 킥 만드는 공기 소용돌이

호날두가 잘 선택하는 무회전 프리킥 역시 공기가 빚어낸 마법이다. 발등 전체로 공 한가운데를 차는 무회전 프리킥은 공의 회전이 거의 없다. 마그누스 효과가 적용되지 않는다. 그 대신 영향을 미치는 게 카르만 소용돌이 효과다.

2018-04-06(한국일보)

회전 없이 빠르게 날아가는 공에 의해 갈라진 공기는 공의 매끄러운 표면을 타고 이동한다. 그러다 흐름이 흩어지면서 공 뒷면 위ㆍ아래에 크고 작은 소용돌이(난류)가 발생한다. 무회전 프리킥에서 발생한 소용돌이 크기가 축구공의 25%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1911년 헝가리 응용물리학자 카르만은 원통형 물체가 일정 속도로 공기나 물속에서 움직일 때, 물체 뒤에 소용돌이가 발생한다는 현상을 발견하고 자기 이름을 따 카르만 소용돌이라고 이름 붙였다.

소용돌이 안은 공기압력이 낮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압력이 높은 곳에 있는 축구공을 끌어당긴다. 공 뒤편에서 소용돌이가 위에 생기면 축구공도 위쪽으로, 소용돌이가 아래에서 발생하면 축구공 역시 아래로 움직이면서 공이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소용돌이가 생기는 과정은 불규칙하기 때문에 골키퍼는 물론, 무회전 프리킥을 찬 선수조차 공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다. 손가락 관절(너클)을 구부려 야구공을 잡은 뒤 회전을 주지 않고 밀어 던지는 너클볼도 카르만 소용돌이가 만든 작품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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