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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나눔]오픈소스 공짜아닌데 슬쩍 무임승차

입력
2018.04.07 09:0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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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오픈소스’ 생태계 주춤한 이유

“공짜다” 처음부터 잘못된 접근

라이선스 등 의무사항 인식 부족

개발 후에 곳곳서 저작권 갈등

저작권 공유 활발해야 생태계 성장

저작권이라 하면 흔히 책, 노래, 그림 등을 떠올리지만 갈수록 중요해지는 것이 각종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온라인 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드론 등 모든 분야에서 소프트웨어가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어서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현재 오픈소스소프트웨어(OSS)라는 명칭으로 저작권 공유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1998년 비영리단체인 오픈소스이니셔티브(OSI)의 리더 에릭 레이몬드가 ‘오픈소스(open source)’ 라는 개념을 쓰기 시작한 지 20년 되는 해다.

오픈소스이니셔티브 로고
오픈소스이니셔티브 로고

오픈소스 뿌리는 카피레프트와 리눅스

오픈소스는 여러 개발자가 개발의 핵심 요소인 소스코드를 공유하면서 소프트웨어를 함께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인이나 업계 관계자 등이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묻고 답하고 문제점을 지적해 주면서 프로젝트 개발 및 리뷰에 참여한다. 소스코드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일부 개발자에게 의존해서는 한계가 크니 더 많은 이가 머리를 맞대 공유 개발 방식을 통해 짧은 시간 안에 문제점을 고쳐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을 키우는 결과를 얻는다. 사용자 커뮤니티 확대로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확장되고 활성화되는 네트워크 효과도 있다.

오픈소스의 역사. 강준구 기자
오픈소스의 역사. 강준구 기자

오픈소스의 시작은 1991년 헬싱키대 학생이던 리누스 토발스가 리눅스(Linux)라는 운영 체계를 만들면서다. 이는 대형 컴퓨터에서만 작동하던 운영체계를 개인용컴퓨터(PC)에서도 작동할 수 있게 만들었는데, 특히 소스코드를 공개해 누구나 원하는 대로 쓸 수 있게 했다. 당시로서는 소스코드 하나가 큰돈을 벌어다 줄 수 있는데도 무료 배포해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기업, 인터넷 서비스업체, 연구 기관 등에서 리눅스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많은 개발자가 리눅스를 고치거나 보충하면서 레드햇, 우분투, 페도라 등 또 다른 소프트웨어를 세상에 태어날 수 있게 했다. 스마트폰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도 그중 하나다.

리눅스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출신 리처드 스톨만이 주축이 돼 1980년 초반 시작된 자유소프트웨어재단(FSF)의 카피레프트(copyleft) 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기업들이 소프트웨어를 독점하는 추세에 반발한 것으로 특히 향후 오픈소스의 저작권, 라이선스 문제의 기준점이 되는 GPL(자유소프트웨어 라이선스ㆍGeneral Public License)을 만들었다.

최초 제작자가 리눅스 오픈소스의 자체 규약(GNU)에 따라 조건들을 제시하고 이 조건을 따를 경우 적용받는 라이선스다. 저작권을 무기로 삼아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 대기업과는 사뭇 대조되는 이런 움직임은 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얻으며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키웠다.

국내 기업 90%가 오픈소스 활용 중

오픈소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기업 90% 이상이 오픈소스를 활용하고 있다. 전 세계 정보기술(IT)기업의 90% 이상이 사용 중인 보안웹서버도 오픈소스인 오픈에스에스셀(openssl)을 이용해 만들었다. 특히 1998년 에릭 레이몬드가 자유이용소프트웨어 대신 오픈소스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과 그 저작권의 패러다임도 바뀌었다.

국내 1세대 오픈소스 개발자이자 권위자인 김상기 KTDS 마이스터가 오픈소스 도입으로 KT그룹 전체의 데이터베이스 운영 비용이 5년간 2,000억원을 절감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국내 1세대 오픈소스 개발자이자 권위자인 김상기 KTDS 마이스터가 오픈소스 도입으로 KT그룹 전체의 데이터베이스 운영 비용이 5년간 2,000억원을 절감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국내 오픈소스 권위자인 김상기 KT DS 마이스터는 “이전까지 프리소프트웨어(free software)라 부르니 ‘무작정 공짜다’라며 오해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공짜가 아닌 소스코드를 공유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상업적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차원에서 오픈소스라는 말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픈소스가 등장하면서 오픈소스 기반 전문 소프트웨어 기업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해, 기업 사용자를 위한 보안과 고객 확보 등을 위한 기업용 기능을 개발하거나 기술 지원, 유지보수 등 해당 소프트웨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 이윤을 얻고 있다.

기존 기업들도 오픈소스를 활용한 솔루션을 도입해 쓰는 것이 일반화되었고, 내부에 오픈소스 개발자를 별도로 두고 외부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참여해 개발에 기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또 기업들이 오픈소스를 바탕으로 활용해 직접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나서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KT그룹의 데이터베이스시스템을 담당하는 KT DS는 기존 데이터베이스를 오픈소스를 활용한 오픈소스관계형데이터베이스(Postgre SQL)와 기업형 오픈소스(edb PAS)로 바꿔 5년 동안 2,000억원을 절감했다.

현재는 아파치재단, 리눅스재단 등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재단을 중심으로 소스코드 개발과 이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 소스코드 저장소인 ‘깃허브’에서는 약 38만건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약 2,000만명의 사용자, 개발자가 참여 중이다. 노스브리지와 블랙덕소프트웨어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65% 이상의 기업이 오픈소스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오픈소스 시장 규모는 약 600억달러(65조2,0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해외 대표 기업들은 오픈소스가 발전해야 기업들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보고 사용자, 참여자, 후원자로서 자금 지원, 개발자 채용 등을 통해 생태계 활성화에 적극 이바지하고 있다. 심지어 오픈소스와 정반대 길을 걸었던 마이크로소프트조차 최근 공개적으로 오픈소스를 포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기업들은 이를 통해 최신 기술에서 앞선다는 이미지를 높이고, 개발자 커뮤니티를 우군으로 얻는 동시에 세계적 기술 표준 선정 과정을 주도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또 좋은 개발자를 영입하기에도 훨씬 유리한 조건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내 오픈소스 저조한 이유는 “오픈소스는 공짜 인식 때문”

하지만 국내 오픈소스 규모는 1,602억원으로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25%에 불과하다. 국내 개발자 커뮤니티 248개 중 해외 커뮤니티와 프로젝트를 공유하거나 기술 교류 중인 곳은 14개로 전체 5% 수준에 머물고 있다.

국내 오픈소스 생태계가 활성화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오픈소스와 그 저작권은 공짜다’라는 인식이다. NIPA가 지난해 펴낸 ‘2016 공개소프트웨어 시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 762명이 공급 측면의 장애 요인으로 ‘공개소프트웨어는 무료라는 인식’을 가장 많이(62%ㆍ복수 응답 가능) 꼽았다. 조재홍 공개소프트웨어진흥팀장은 “오픈소스(공개소프트웨어)를 소비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유지 관리하는 작업은 인적 자원이 투입되는 서비스여서 당연히 비용이 발생한다”라며 “하지만 소비자는 누구나 바로 설치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밝혔다.

이런 오해는 저작권과 라이선스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픈소스는 소스코드 공개의무, 저작권 고지의무, 특허 포기의무, 사용권 고지의무 등 80가지가 넘는 라이선스 의무사항을 지키는 조건으로 소스코드를 자유롭게 사용하는데, 이를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오픈소스는 라이선스 종류만 2,400개가 넘고, 라이선스별로 지켜야 하는 규약이 달라서, 라이선스에 대한 관심과 전문지식이 부족하면 자신도 모르게 어길 수 있다. NIPA가 2016년 라이선스 검증을 요청한 개발 프로젝트 110건을 조사한 결과, 105건(95.5%)이 오픈소스를 사용했고, 이 중 39건(37.1%)이 라이선스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ㆍ외 오픈소스 주요 현황. 강준구 기자
국내ㆍ외 오픈소스 주요 현황. 강준구 기자

최진영 한국저작권위원회 공유정보팀장은 “소스코드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저작물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책 등 일반 저작물보다 다루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심지어 삼성, LG 등 대기업은 디지털 가전에 쓰이는 소프트웨어 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않을 경우 수출 금지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까지 있어 별도 대응팀을 두고 관리한다”고 밝혔다. 중소 영세기업은 프로그램 개발에 있어 오픈소스 의존 비중이 대기업보다 높은 반면 저작권 위반 여부를 점검하는 데 소홀한 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저작권 갈등도

오픈소스의 저작권을 둘러싼 갈등도 빚어지고 있는데, 특히 기업들이 오픈소스를 적극 활용하게 되면서 자주 충돌이 벌어진다.

한글과컴퓨터가 지난해 오픈소스 라이선스를 지키지 않고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혐의로 미 소프트웨어업체 아티펙스로부터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말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 카카오도 일명 ‘올챙이와 개구리’ 논란에 휩싸였다. 스타트업 ‘테드폴허브’ 대표 조현종씨가 웹에서 여러 데이터베이스(DB)의 관리 및 접근제어 기능을 제공하는 ‘올챙이(Tadpole DB Hub)’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카카오가 올챙이의 오픈소스 코드에 추가 기능을 더해 ‘개구리(Query executor Frog)’를 내놓고 내부 테스트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조씨는 지난해 말 오픈소스소프트웨어재단(OSSF)을 통해 카카오측에 라이선스와 저작권상 의무를 따랐는지 묻는 내용의 내용 증명을 보냈다. 조씨는 저작권, 라이선스, 상표권을 지켜달라 요청했지만 카카오 측이 마음대로 변경해서 썼고 이는 횡포라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이에 대해 “명칭 변경 행위는 라이선스나 저작권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캘리그라피 작가 이상현씨가 한국일보 ‘저작권 나눔’ 기획을 위해 쓴 ‘저작권 나눠요’ . 이상현씨 제공
캘리그라피 작가 이상현씨가 한국일보 ‘저작권 나눔’ 기획을 위해 쓴 ‘저작권 나눠요’ . 이상현씨 제공

정부와 기업이 오픈소스 가치를 존중해야

오픈소스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추구하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갈등과 법적 다툼이 생겼는데 특히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자들이 휩쓸리는 경우가 많아졌고, 개발에 대한 의욕을 깎아내리고 소스코드 공개 자체를 꺼리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오픈소스 개발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은 저작권 공유를 통한 공존보다는 자신들의 기술 유출을 걱정하며 오픈소스 개발자 그룹의 결과물을 얻으려고만 하는 ‘무임승차’ 시도가 많다”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가치 평가에도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오픈소스의 가치가 충분히 인정받는 환경 속에서야 저작권 공유가 더 활발해지고 국내 오픈소스의 기술, 기업, 인력이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재홍 팀장은 “해외에선 정부나 공공기관이 오픈소스를 우선 구매한 뒤 재구매율을 꾸준히 유지하도록 하고 민간기업은 오픈소스 개발자를 채용하고 대우를 충분히 해 주면서 개발자들이 개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한다”며 “정부와 기업 모두 오픈소스 전문 인력 양성과 개발자 그룹에 대한 지원을 통해 생태계를 키워 저작권 공유가 잘 이뤄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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