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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4주기 앞두고
사회안전, 재난대응 심층 여론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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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 여부 두고 정치적 잣대
“안전하지 않다”엔 79%가 공감
새 위협요인엔 “생태계 위험” 76%
“미세먼지는 中 탓” 재난의 국제화
#3
소방/경찰/병원 신뢰 높고
청와대 등 정부는 20~30% 그쳐

한국사회를 충격과 눈물로 뒤덮게 했던 4ㆍ16 세월호 사건 4주기가 다가온다. 무능했던 정부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무기력했던 모습을 반성하며 대한민국의 역사는 ‘세월호 이전’과 ‘세월호 이후’로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 터져 나왔다. 이후 촛불과 탄핵을 거쳐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안전ㆍ재난관리의 국가책임체제를 정비하겠다고 다짐했고,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안심사회를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지난 4년간 우리 정부의 재난 대응능력은 얼마나 달라진 걸까. 우리사회는 얼마나 세월호 이후 얼마나 안전했으며 앞으로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답을 찾기 위해 한국리서치는 3월 26일부터 30일까지 사회안전과 재난대응 전반에 대한 심층여론조사를 진행했다.

2월21일 전남 목포신항에서 세월호를 모듈트랜스포터(MT)에 실어 부두 수평 방향으로 재배치한 후 작업자들과 유가족들이 선체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재난대응 “달라지지 않았다” 51%, 재난 대형화, 안전이슈의 정치화 여전

세월호 이후 재난ㆍ재해 대응체제가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물어본 결과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답변이 51%로 과반이었다. ‘개선되었다’는 응답은 42%, ‘나빠졌다’는 응답은 4%에 그쳤다. 무엇보다 갈수록 대형사고로 터지는 재난사고가 불안하다. 우리 사회가 대형 재난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어본 결과 ‘별로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이 64%였고, ‘전혀 안전하지 않다’는(15%) 응답까지 합하면 10명 중 8명(79%)이 불안하다고 답한 셈이다. 문제는 안전문제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여전하다는 점이다. 정부의 지지기반인 진보층에서는 59%가 개선되었다고 답하고, 반대로 보수층에서는 67%가 달라진 것이 없다고 했다.

자연재해 중 85%가 지진 불안, 사회재난은 화재가 최대 불안

국민들이 우려하는 재난 요인에도 큰 변화가 감지된다. 정부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에서 규정한 자연재해 유형 중에서는 지진위험을 불안해 하는 응답이 85%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웃 일본의 문제로만 생각했던 지진이 연이은 경주, 포항 지진사태로 대학입시까지 연기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다음으로 우려되는 자연재해로는 가뭄ㆍ폭염(66%) 홍수ㆍ침수(64%) 태풍 강풍(61%)의 순이었다. 산사태(60%) 폭설ㆍ한파(60%) 해일(57%)을 위협으로 보는 여론이 뒤를 이었다.

사회재난 요인에서는 끊이지 않는 화재사건에 69%, 환경오염 사고에 67%, 가축전염병에 67%가 불안감을 피력했다. 붕괴 사고나 세월호 사건 같은 해상재난, 항공사고를 포함한 교통재난에도 66%가 불안하다고 답했다.

안전사회로 가는 길이 어려운 이유, 신개념 위험 등장

문제는 현재 ‘재난안전법’에 포괄되지 않는 새로운 위험요인들에 대한 불안감도 심각하다는 점이다. 신개념 안전위협 요인으로는 대기오염, 수질오염 등 ‘지구적 생태위험’ 요인에 대한 우려가 가장 높아 76%에 달했다.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생계위험이 69%, 약물중독, 학교폭력 등 사회 해체 위험을 꼽은 응답이 68%였다. 각종 질병과 생명윤리를 저해하는 건강위험, 사이버 재난 및 산업재해 같은 기술재난도 67%로 뒤를 이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방사능 유출사고나 테러와 같은 비전통적 위험요인에 대해서는 각각 61%, 59%수준이었다. 신개념 위험요인들은 ‘재난안전법’에 포함된 다른 재난유형 못지 않게 국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재난안전법’에 시급하게 포함시켜야 할 새 위험유형이 무엇인지 물어본 결과 지구적 생태위험을 꼽은 응답이 46%로 가장 높았고, 건강위험 39%, 사회 해체 위험 30% 순으로 나타났다.

자연재해가 사회재난으로 이어지는 복합재난 확산

국내외적으로 하나의 자연재해가 복수의 사회재난으로 연결되는 복합재난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2005년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도시기반시설의 붕괴로 이어졌고,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후쿠시마 원전 유출로 이어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진과 관련된 사회재난으로는 각종 붕괴사고(88%)나 화재(66%), 폭발(63%), 원전 방사능 유출(62%), 국가기반체제(에너지, 통신, 금융, 의료 등) 마비(61%)를 지목했다. 가뭄ㆍ폭염재해의 경우 가축전염병(56%), 인간 감염병(52%)의 확산이나 환경오염 사고(45%)와 복합될 수 있다고 답해, 자연재해의 성격에 따라 복합재난의 조합도 달라짐을 보여준다.

재난의 국제화 심각, “미세먼지 가장 큰 원인은 중국” 76%

복합재난 못지않게 재난의 국제화 문제도 심각하다. 당장 최근 심각해지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만 해도 차량 2부제 등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국민의 76%가 주된 원인을 ‘중국 등 주변국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경유차 등 자동차 배기가스라는 응답은 12%였고, 공장 매연이 5%, 화력발전소 등에서 배출하는 가스 3%, 공사장 먼지 2%의 순이었다.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 거듭나려면

재난은 갈수록 대형화, 복합화, 국제화되며, 새로운 유형의 재난들이 부상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는 정부와 관할부처는 물론 한국사회 전반의 변신이 미흡하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이다. 재난 대응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주체들 중 소방ㆍ경찰이나 병원의료기관 같은 현장 조직을 제외하면 청와대, 국무총리실과 같은 컨트롤 타워, 행전안전부 및 자치단체와 같은 주무기관이 제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방ㆍ경찰, 병원ㆍ의료기관 등 현장 조직이 재난대응과정에서 효과적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응답이 각각 62%, 50%로 높은 신뢰를 받았다. 반면 청와대(36%) 국무총리실(31%) 행전안전부(25%) 등 중앙부처는 그 절반 수준에 불과했고, 지방자치단체는 23%로 가장 낮았다. 청와대나 정부 고위조직보다 현장조직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것은 오피스 중심의 재난관리체제에서 현장조직 주도의 재난대응체제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예방, 대비, 대응, 복구라는 정부의 재난관리 역할 중에서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단계를 선택하라는 질문에 대해 사전 예방단계를 선택한 응답이 42%, 대응 단계 응답이 30%로 뒤를 이었다. 역대 정부에서 줄곧 대응중심 역할에서 예방중심 역할로 전환을 꾀했지만 아직은 예방에서도, 대응에서도 국민 신뢰를 받는데 실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민단체(31%) 시민 개개인(27%) 언론(24) 등 민간영역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10 명 중 3명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은 국민들 스스로도 정부 책임만 탓하기보다 민간 역할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평가한 결과로 보인다.

카트리나 허리케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빠르게 대형 복합재난과 신개념 재난 대응을 위해 통합 대응체계를 갖춰나간 미국, 일본과 달리 우리는 ‘세월호 7시간’ 논란에만 머물러 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달라진 대한민국으로 가야 할 길이 아직 멀어 보인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여론전문위원, 이동규 동아대 기업재난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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