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회장 선출된 김호철 변호사
새만금 소송 등 환경분야서 두각
“공무원이 되면 의결권 박탈 등
정체성 유지 위한 장치 있어”
민변 창립 30주년인 5월에 13대 회장에 취임하는 김호철 변호사는 “공익 변론은 민변의 핵심 활동이고 회원 대다수가 공익 활동의 장으로 민변을 택한다. 이 역량이 확대, 발전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 13대 회장으로 김호철(54ㆍ사법연수원 20기) 변호사가 선출됐다. 법조계 대표적인 환경 전문가로 꼽히는 김 변호사는 지난 12일 단독 출마한 회장 선거에서 투표자(회원 변호사 1,020명 중 537명 참여) 95%의 동의를 얻어 당선됐다. 임기는 5월 25일부터 2년이다. 1988년 5월 28일 활동을 시작한 민변은 이날 새 집행부 총회와 함께 창립 3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 법무법인 한결 사무실에서 만난 김 변호사는 “감사와 책임감, 두려움과 희망을 갖게 됐다. 민변은 공익을 위해 사서 고생하는 변호사들의 자발적 결사체이고, 회원의 열띤 활동이 가장 큰 동력이다. 이 동력에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부담감이 큰 자리라서 경선을 치렀다면 자신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변 창립 이래 첫 경선을 통해 회장직에 오른 정연순 현 회장을 제외하고 민변 회장은 모두 단독 출마로 선출됐다.

김 변호사는 당선 직후 ‘회원들의 공익 변론 참여를 더 활성화 하고, 민변 내 미래 리더십을 발굴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는 “민변 구성이 다양하고 젊어졌다. 회원 중 로스쿨 수료생이 300명을 넘어 400명 가까워지고 있으니 3분의 1에 육박한 셈”이라면서 “청년 변호사 가입도 대폭 늘어 (회원 간) 세대차에서 오는 문화적 간극이 있을 수 있다. 변화된 상황에 맞는 새 리더십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1988년 민변 창설 당시만 해도 군부독재 저항이 주요 이슈였지만 이제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난민 등 인권 보호가 필요한 분야가 다양해졌고, 변호사들의 관심도 세분화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구체적인 방식은 새 집행부를 구성하고 의논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3대 민변회장으로 선출된 김호철 변호사. 신상순 선임기자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김 변호사는 1994년 ‘동부종합법률사무소’를 개업한 뒤 곧바로 민변에 가입했다. 그는 “당시 문민정부가 들어섰지만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초 당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서울 동부지법 근처 발생한 국보법, 인권 위반 사례를 변호할 필요가 있어서 사시 20기 동기 2명과 사무소를 냈는데, 모두 민변 회원이었다. 애초 변호사로 활동할 때 민변을 준거틀로 삼겠다고 생각했다. (민변 회원으로 활동한 20여년 간) 기대한 만큼 보람도, 성취도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민변 부회장을 맡고 있다.

환경, 보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01년부터 5년간 이어진 ‘새만금 소송’에서 전북 새만금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를 대리했다. 당시 주민 3,500여명과 환경단체는 국무총리와 농림부를 상대로 새만금 개발사업 취소 소송을 냈고, 2006년 대법원에서 주민 패소로 확정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 인근에 거주하는 경주 주민을 대리한 소송에서 ‘발전소 수명 10년 연장 위법’ 소송을 내 승소 판결을 받았다. 2006∼2008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상임위원을 지냈고, 2007년부터 7년간 시민단체인 환경운동연합 감사를 맡았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재정위원과 환경오염피해 구제정책위원회 위원 등을 두루 거쳤다. 현재 국무총리 직속인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이다.

새 정부 들어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실세’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위원장 김갑배 변호사),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송두환 변호사) 등 법무부·검찰 산하에 새로 들어선 주요 위원회마다 민변 변호사들이 위원장 및 위원으로 입성했다. ‘탈(脫)검찰화’를 선언한 법무부 요직에도 검사 대신 민변 변호사가 기용됐다. 문재인 대통령 본인이 과거 민변 회원으로 활동한 만큼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실세’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김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기간 ‘민변의 권력화’ 우려에 대해 “회칙에 따라 공무원이 되면 특별회원으로 전환되어 의결권 등 중요한 권리를 잃게 되는 등 민변이 권력화되지 않고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에 충실하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민주주의와 인권은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면 헛구호에 그친다. 제도가 설립되고 사회로 정착되는 데에 정부와 공공단체의 역할이 있고 시민의 자리에서 문제제기하고 지켜볼 영역이 있다”면서 “두 영역의 지향이 같다면 상호보완적일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민변 출신 법조인들이 공공기관 자문에서 배제된 이명박 정부, 사찰 감시 대상이 됐던 박근혜 정부에 비해 ‘호시절’에 중책을 시작한다. “제가 아무리 잘해도 어려운 시절, 민변의 위상을 지킨 전임 집행부보다 더 잘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민변은 자기 성과 내자고 구성된 단체가 아니다. 이 시대가 저에게 주어진 소명을 감당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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