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일본 수입산 판매 혐의
“경찰에 거짓 자백했다” 호소
극단적 선택 암시 결백 주장 편지
수사관 신고로 자살 시도 중 발견
검찰 조사 결과 ‘혐의 없음’ 처리
검사원이 일본산 생태에 대해 방사능 오염여부를 측정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올 2월 26일 오후 7시 30분쯤 도착한 유서 한 통에 부산지검 서부지청 604호 검사실은 발칵 뒤집혔다. 조사를 앞둔 피의자 S(56)씨가 참담한 심정을 풀어낸 편지지 석 장에는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제가 죽거든 장기를 기증하고 화장해주길 부탁합니다.’ 담당 수사관은 S씨 휴대폰으로 다급히 전화를 걸었지만 S씨는 받지 않았다. ‘이거 큰일이다.’

앞서 수사관은 소환을 위해 S씨와 통화하면서 그의 극심한 압박감 내지 불안 호소를 들은 터라 긴급 상황임을 실감했다. S씨는 경찰 수사 때는 ‘거짓 자백을 했다’는 내용까지 썼다.

수사관은 신속히 경찰에 신고했고, 긴급한 사정을 설명했다. 경찰은 S씨 휴대폰을 위치 추적했고, 그가 부산 송도 자택에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인근 지구대 경찰관들은 주소지를 찾아가 문을 강제로 땄다. 방 안은 검은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경찰은 연탄불을 피워둔 채 의식을 잃은 S씨를 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했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고, S씨는 입원 치료 뒤 지난달 2일 퇴원했다.

S씨는 수산물 도매업자다. 2005년부터 13년 가량 부산에서 주로 노가리를 팔았다. 그런 그는 지난해 11월 27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부산경찰청은 S씨가 2015년 5월 초부터 6월 중순까지 수입이 금지된 일본 미야기(宮城)현에서 나온 노가리 84톤을 수입업자 김모씨로부터 받아 팔았다고 결론 냈다. 김씨가 일본 현지 수출업자 등과 함께 수입금지 지역에서 잡은 노가리를 ‘홋카이도(北海道)’로 옮겨 방사능 검사를 받은 뒤 마치 홋카이도 해역에서 잡은 양 원산지를 ‘세탁’해 국내에 들였고, S씨가 이를 소매업자에게 팔았다고 봤다. 정부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로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가는 데 대한 국민 불안이 커지자 2013년 9월부터 미야기현을 포함한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에서 잡히는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해왔다.

몸을 추스른 S씨는 퇴원 나흘 만에 찾은 검찰에서 “원산지를 속인 노가리인지 몰랐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경찰에선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되면서 거짓 자백했다고 주장했다. S씨는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데 혐의를 다투며 계속 조사 받는 게 부담됐으며, 수입을 중개하던 지인에게도 불똥이 튈까 봐 그냥 자백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사결과, S씨가 수입업자로부터 미야기현산 노가리라는 말을 듣지 못했고, 수입 당시 한국에서 직접 매수 물품을 확인하지 않았던 점 등을 이유로 S씨가 수입 금지 물건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수입해 판매했다고 판단, ‘혐의 없음’ 처리했다. S씨처럼 김씨에게 노가리를 수입해 판매한 다른 도매업자 3명은 혐의를 거듭 부인해 경찰에서 입건되지도 않았다.

수입업자 김씨는 노가리 108.9톤을 국내에 유통해 1억2,000만원의 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 기소돼 최근 1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고 항소한 상태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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