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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대통령 참석해 “국가 폭력에 깊이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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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대통령 참석해 “국가 폭력에 깊이 사과”

입력
2018.04.03 16:4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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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 명예회복 더 이상

중단되거나 후퇴 없을 것”

4ㆍ3 상징 동백꽃 배지 달고

행방불명인 표석 찾아 헌화도

유족 등 1만5000여명 참석

문재인 대통령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눈물을 짓는 김정숙 여사를 쳐다보고 있다. 고영권기자
문재인 대통령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눈물을 짓는 김정숙 여사를 쳐다보고 있다. 고영권기자

“여러분, 제주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 4ㆍ3 희생자 제70주년 추념일인 3일 추념사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 방문 이후 12년 만에 추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4ㆍ3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사과했고,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으며, 역사 직시와 화해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제주 4ㆍ3평화공원에서 열린 추념식에서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리고, 또한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며 “배·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 때 4ㆍ3진상규명특별법이 제정됐고, 2003년 노 전 대통령이 처음 4ㆍ3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또 “더 이상 4ㆍ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4ㆍ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4ㆍ3을 부정하는 세력에 대해 경고도 날렸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4ㆍ3의 진실을 외면하는,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ㆍ3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제 우리는 아픈 역사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화해의 역사도 강조했다. 4ㆍ3 당시 군경에게 총상을 입었지만 6ㆍ25전쟁에 해병대 3기로 자원 입대해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던 고 오창기씨 사례 등을 언급한 문 대통령은 “4ㆍ3에서 ‘빨갱이’로 몰렸던 청년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조국을 지켰다”며 “제주도민들은 화해와 용서로 이념이 만든 비극을 이겨냈다”고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념식에 앞서 김정숙 여사와 함께 제주 4ㆍ3을 상징하는 동백꽃 배지를 가슴에 달고 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을 찾아 헌화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유족들은 “대통령이 진짜 와신게(왔네).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이여”라며 반가워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여러 차례 올해 추념식에 참석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행불인 표석을 찾은 것도 처음이다.

이날 추념식에는 4ㆍ3 생존자, 유족 등 1만 5,000여명이 참석했고, 작곡가 김형석의 연주를 배경으로 제주도민인 가수 이효리가 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이날 추념식은 또 유족을 배려한 행사장 자리 배치부터 남달랐다. 문 대통령 주변 자리는 정치인들이나 기관장이 아닌 4ㆍ3 수형생존자와 유족 등으로 채워졌다. 문 대통령은 방명록에 ‘통곡의 세월을 보듬어 화해와 상생의 나라로 나아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추념식 후 희생자 유족 등과 함께 한 오찬에서 문 대통령은 “이제 누구도 4ㆍ3을 부정하거나, 폄훼하거나, 모욕하는 일이 없도록 4ㆍ3의 진실이 똑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양윤경 제주 4ㆍ3유족회장은 “문 대통령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진실된 마음이 담겨 있어 유족들의 70년 묵은 한이 많이 녹아 내려간 것 같다”며 “제주에 봄이 오고 있다는 대통령의 말씀처럼 진정한 봄의 선물을 주고 가신 것 같아 유족을 대표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유족들과의 약속을 반드시 실천에 옮겨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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