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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의 우충좌돌] 비핵화보다 중요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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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의 우충좌돌] 비핵화보다 중요한 것들

입력
2018.04.03 15:0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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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이 체제보장의 필수조건이라고?

무조건적 재앙이라는 눈길도 이상해

비핵화 이후의 상황을 생각해 두자

김정은과 트럼프가 반복적으로 도발을 주고받던 ‘미친’ 상황이 지나가고, 정상회담들이 예정되어 있다. 폭발 직전 상황을 대화 국면으로 이끌고 긴장을 완화시키는 데 정부가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비핵화’와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의견이 매우 다르다.

크게 보면 다음과 같은 논리들이 있다. 첫째, 엄밀한 의미에서 비핵화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수많은 위험을 뚫고 핵을 개발한 북한이 그것을 깨끗이 포기할 리 없다. 논리적으로는 어쩌면 제일 명확하다고 할 수 있고 또 현실적이다. 둘째는, 북한이 단계적으로 핵을 동결하면 트럼프도 조금이라도 외교적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희망으로 협상을 하리라는 것이다. 가능하기는 하지만, 살라미 조각을 얇게 썰어내듯 협상이 힘겹게 이루어져야 한다. 오바마 때의 전략적 인내가 실패했다는 난점도 있다. 셋째는, 핵이 완성되었으므로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를 가졌으리라는 것이다. 경제 제재를 풀고 경제 발전으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것. 현 정부의 대화 의지도 여기에 해당한다. 논리적으로 가능하지만, 따져 보면 허술한 면이 많다. 왜 그런가?

그 논리는 핵이 체제 보장을 위해 북한에게 꼭 필수 조건이었던 것처럼 여긴다. 정말 그런가? 소련이나 동독은 핵을 가지지 못해서 붕괴한 게 아니다. 리비아가 핵이 없어서 붕괴한 것처럼 얘기되지만, 그렇지 않다. 핵을 포기하고 경제 제재에서 벗어났지만, 나중에 아랍의 봄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붕괴했을 뿐이다. 북한 정권은 개방을 하지 않은 채 세습정권을 보장받기 위해 핵을 개발한 면이 컸고, 이 점에서 ‘체제 보장을 위한 핵’ 논리는 다소 북한을 대변하는 면이 있다. 또 그 논리가 북한에게만 적용되라는 법은 없다.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에도 적용될 수 있다. 또 경제 발전을 원하기에 북한은 개방을 할 것이라는 희망도 희망고문에 머물 수 있다. 물론 정말 개방을 한다면 말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만, 개방을 하는 데 핵이 전제조건은 아니지 않은가.

북핵은 물론 위험이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 재앙인가?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을 보더라도 꼭 그렇진 않다. 중요한 점은, 북한은 이미 핵을 보유한 상태이며, 그걸 깨끗이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걸 전제조건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 또 북한이 믿는 것처럼, 핵을 가진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십여 년 전부터 북핵 이슈가 과도하게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되었는데, 그럴 필요가 있는가? 경제대국이 되기 전 중국도 핵을 가졌지만, 큰 리스크는 아니었다. 경제력이 더 위협적 요인이다. 베트남은 핵이 없었지만 미국과 가까워졌다. 핵강국이었지만 소련은 개혁과 개방의 쓰나미 속에서 붕괴했다. 비핵화는 물론 중요하지만, 거기에 목을 맬 필요는 없다. 강대국의 논리를 분석한 미어샤이머도 중국에게 북핵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며, 따라서 비핵화는 핵심 의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북한이 핵을 폐기하리라고 기대할 수도 없으며, 또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한국도 핵무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쉽게 무시하기 어려운 현실주의적 처방이다.

오히려 비핵화 이후의, 그것 이외의 상황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북한이 제대로 개방을 하고 말 그대로 ‘인민’을 위한 민주적인 정치를 하느냐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동결하고 경제 발전을 목표로 하더라도 제대로 개방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또 장마당 경제에 크게 의존하고 내부적으로 여러 격차가 큰 데도 불구하고,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거론하는 이중성도 버려야 한다. 또 설령 북한이 비핵화의 길을 간다고 하더라도 중국이 아시아에서 점점 더 패권 세력이 되고 미중 사이의 갈등도 더 커진다면, 그래서 한국의 외교 안보가 점점 더 중국에 종속된다면? 지금보다 더 나쁜 상황이 온다. 북한의 비핵화만 이루어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믿음은 착각이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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