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을 고유의 문자로 적게 된 것은 15세기에 와서이다. 그 전에도 당연히 ‘우리말’은 있었지만 ‘우리글’은 없어서 한자를 빌려서 썼었다. 그러다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면서 비로소 우리 고유의 문자를 지니게 되었다. 창제 당시의 문자 중 소멸한 것도 있어서, 현재는 자음 14개, 모음 10개를 기본으로 하고 이를 다시 결합하여 적고 있다. 이러한 자음과 모음은 순서도 정해져 있는데, 현재 이 순서는 한글 맞춤법에 명시되어 있다. 또한 한글 자모, 특히 자음은 ‘기역’, ‘니은’과 같이 각각의 이름도 있다.

그러면 이러한 순서와 이름은 어떻게 생겨난 것일까? 이는 1527년 최세진이 지은 ‘훈몽자회’에서 비롯한다. ‘훈몽자회 범례’에서는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서 순서대로 한글 자음의 이름을 적어 놓았다. 예를 들어 ‘ㄱ’은 ‘基役’, ‘ㄴ’은 ‘尼隱’이라고 적어서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이것을 한자음 그대로 읽으면 ‘기역’, ‘니은’이 된다.

다른 자음도 같은 방식으로 적었는데, ‘ㄷ’과 ‘ㅅ’은 조금 다르게 되어 있다. ‘ㄷ’은 ‘池末’로, ‘ㅅ’은 ‘時依’으로 적혀 있고, ‘末’과 ‘依’에는 동그라미가 쳐져 있다. 이 두 한자는 ‘말’, ‘의’라는 음이 아니라 ‘끝’, ‘옷’이라는 뜻으로 읽으라는 의미이다. 이는 ‘끝’, ‘옷’으로 발음 나는 한자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방식으로 읽으면, 당시의 한자음과 현대의 한자음이 달라서 조금 차이 나는 부분은 있지만, ‘디귿’과 ‘시옷’이라는 현재의 이름과 거의 같다. 이와 같이 16세기 훈몽자회에서 비롯한 한글 자음의 이름은 1933년 조선어학회에서 펴낸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서 확정되어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이운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