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비용 평균 1000만원 달해
집 마당에 묻어 사회 문제 되기도
영국 정부가 사망한 아동 장례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BBC 캡처.

‘부모는 산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다. 자식을 앞세운 슬픔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하지만 수천 만원에 달하는 고비용 장례 문화로 악명이 높은 영국에선 예를 갖춰 자식을 떠나 보내는 일도 쉽지 않았다.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편히 보내 줄 수 있게 해달라”는 부모들의 절절한 호소가 통했을까. 영국 정부는 1일(현지시간) 18세 이하 아이들이 사망했을 경우 장례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아이를 잃은 슬픔에 가득 찬 부모가 자식의 장례 비용까지 걱정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삶의 가장 어두운 순간, 빛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지원은 있다”고 아동 장례 비용의 국가 책임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최대 1,400만 파운드(208억원) 규모의 기금을 별도로 마련해 아이들의 장례 비용을 무상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영국 정부 결단은 웨일스 스완지 동부 지역 캐롤린 해리스 하원 의원의 끈질긴 집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89년 교통사고로 8살 난 아들을 잃었던 해리스 의원은 턱없이 비싼 장례비용을 감당하느라 빚을 질 수 밖에 없었다. 어린 아들을 혼자 두는 게 싫어 할아버지와 할머니 무덤에 함께 묻으려 했더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던 것. 해리스 의원은 2016년 BBC 인터뷰에서 “대출까지 받아 세상을 떠난 아이를 위로해주다 보니, 그 돈을 갚느라 남은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서, 형과 엄마를 모두 잃게 만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후 아동의 장례 비용에 대한 국가 지원을 요구하는 캠페인이 점차 힘을 얻기 시작했고, 지난해 웨일즈 자치정부가 기금을 마련한 데 이어 이날 중앙정부까지 국가 차원의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영국은 최소한의 예의만 갖춘 장례식도 기본 비용이 평균 1,000만원에 달할 만큼 비싼 게 문제다. 장례비를 해결하지 못해, 집 마당에 구덩이를 직접 파 부모 시신을 묻은 자식들의 이야기가 영국 언론에 등장할 정도다.

영국 보험회사 선라이프(SunLife)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에서 매장 및 화장 비용은 평균 4,078파운드(605만원)였는데, 운구차 대여와 꽃과 음식 준비 등 부대비와 재산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합치면 8,802파운드(1,305만원)에 달했다. 2004년 조사 당시만 해도 1,920파운드(284만원)에 그쳤던 것이 매해 증가한 결과다. 이 같은 속도라면 2026년에는 매장 비용만 7,049파운드(1,045만원)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다.

영국은 1988년부터 저소득층이 장례지원금을 신청할 경우 1,200파운드(178만원) 가량을 보전해주고 있지만, 기본 매장 비용을 지불하기에도 역부족이다. 더욱이 지역별로 장례 비용이 천차만별인 데다, 지원 편차도 커 형평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영국 배스대학교 정책연구소는 영국의 저소득층 10만 명이 돈이 없어 장례를 포기하는 ‘장례 빈곤’ 상황에 처해 있다며 정부의 정책 보완을 주문한 바 있다.

관혼상제에 비용을 아끼지 않는 한국은 어떨까.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 조사한 결과, 화장 시엔 1,381만원, 매장할 땐 1,558만원의 비용이 발생해 영국보다 결코 상황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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