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안이 구체화하고 있다. 상비 병력 감축에 복무기간 단축까지, 나아가 장군 정원도 큰 폭으로 줄인다니 혹자는 이러한 국방개혁이 국방력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라며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국방부가 병영문화 개선 방안으로 병사들의 평일 일과 후 외출과 개인 휴대전화 사용 등을 검토할 것임을 밝히자 지방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이라는 의심이 잇따르고 개혁 순수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문제 제기가 국방개혁의 발목을 잡아 개혁의 파행을 부르지 않을지, 우려된다.

국방개혁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1988년도의 이른바 ‘818계획’부터 30년,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2006년부터도 10년이 넘는 논의의 연장선상에 있다. 개혁의 핵심은 싸워 이기는 강한 군대를 건설하는 데 있다. 휴전선을 가운데 두고 밀고 당기는, 6.25 한국전쟁과 같은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현재 및 미래의 위협에 최적화한 강한 군을 만드는 데 개혁의 지향점이 맞춰져 있다. 그 동안의 성과는 지지부진하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해관계에 따른 군 안팎의 저항과 이로 인한 추진 동력의 상실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 정부는 ‘국방개혁 2.0’을 통해 새로운 작전수행 개념을 기초로 군의 조직 구조를 개편하고 부대와 병력의 편성, 국방운영 체제와 병영문화를 혁신할 것을 밝혔다. 수많은 전쟁의 역사는 국방개혁이 왜 필요하며 어떠해야 하는지를 시사한다. 1806년 예나 전투에서 구시대적 군사조직과 군사전술을 고집했던 천하무적의 프로이센 군대는 뛰어난 기동력을 바탕으로 포위와 기습이라는 전혀 새로운 전술을 구사한 나폴레옹의 시민 군대에 궤멸 당했다. 비대해진 우리 군을 개혁하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다.

최근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병사들의 일과 후 외출과 휴대전화 사용을 포함한 병영문화 개혁 또한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수용과 통제의 병영에서 자율과 책임의 병영으로 나아가는 것은 군 복무를 명예롭게 하고 국방력을 강화시키는 토대이자 핵심이다. 우리의 병영은 여전히 폐쇄적이고 억압적이다. 정체불명의 군대용어인 ‘아니지 말입니다’는 사고와 행동이 ‘얼어있는’ 우리의 병영문화를 여실히 대변하고 있다. 주체적으로 행동할 줄 아는 전략적 수준의 병사(strategic soldier)를 강조하는 미군의 병영정책, 일석점호가 없고 출퇴근이 자유로운 징병제 이스라엘의 사례는 열린 병영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대비태세의 약화, 군 기강의 해이, 보안상의 문제에 대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할 수 있다. 연평도 포격도발 등 위기상황에서 신속히 부대로 복귀하는 휴가 중인 장병, 전역을 연기하는 다수의 병사들, 5:1이 넘는 ‘최전방 수호병’ 지원율은 이를 반증한다. 요컨대 본질에 충실하도록 군 복무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이 핵심에 열린 병영이 있다. 엄격하고 무의미한 내무반 생활, 잡초제거나 제식, 청소, 관물대 정리 등과 같은 부차적 일이 교육과 훈련보다 더 힘들게 느껴지는 기형적 군대의 모습을 혁신해야 한다. 올해 우리 군은 건군 70주년을 맞이한다. 70년의 역사에 걸 맞는 당당하고 강한 군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건강한 군대로 거듭나야 한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