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100여 차례에 걸쳐 성접대를 강요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신인배우 고 장자연씨, 단역배우 관리자들에게 수십 차례 성폭력을 당하고 2차 가해까지 이어지자 극단적 선택을 한 단역배우 고 A씨. 이 두 사건에 대한 철저한 재조사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들 사건의 처리 방향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투(#MeToo)’ 운동과 관련해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할 역량이 있느냐를 보여주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관계자들이 지난 1월 23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프라자 앞에서 지난 2009년 자살한 탤런트 고 장자연 사건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두 사건이 (피해자와 가해자 간) 권력 관계가 있고, 직업적 가치의 훼손이 전제돼 있으며, 끔찍한 성폭력이 있었기 때문에 전형적인 ‘미투’ 사례”라면서 “이 두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는가를 보면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우리 사회의 미투 운동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전 의원은 장자연씨 사건의 재조사가 집중적으로 이뤄져야 할 시점을 2009년 3월 7일 장씨 사망부터 이틀 후까지로 짚었다. 사망 다음날 ‘장자연 문건을 입수해 실명을 확인했다. 강력하게 수사하겠다’고 발표했던 경찰이 이틀 후 ‘실명 문건을 갖고 있지 않다’고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이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최 전 의원은 “조선일보가 장자연 리스트에 거론된 조선일보 사장은 스포츠조선 전 사장이며 장자연씨 소속사 대표인 김씨가 직위를 부풀려 말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명한 뒤 경찰과 검찰의 수사결과도 조선일보의 입장과 같았다”고 주장했다.

접대 자리에 있었다고 지목된 스포츠조선 전 사장 하모씨는 나중에 알리바이가 입증돼 혐의를 벗게 됐다. 최 전 의원은 “리스트에 있던 모든 사람이 혐의 없음으로 결정 났다”면서 “그래서 국민들이 불쌍하고 억울하고 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역배우 A씨 사건은 성폭력 자체는 물론 수사 중 일어난 2차 피해에 대한 조사가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게 최 전 의원의 생각이다. A씨는 2004년 7월부터 3개월간 단역배우의 출연 여부를 결정하는 현장 반장, 부장, 캐스팅 담당자 등 12명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피해 사실을 알게 된 A씨 어머니가 경찰에 고소했으나 가해자가 함께 있는 상태에서 A씨에게 진술을 하게 하거나 가해자의 성기를 그려보라는 등 수사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했다. A씨는 정신적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2009년 8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소개했던 A씨의 동생도 언니를 따라 세상을 등졌다. 역시 가해자 처벌은 없었다.

두 사건 모두 범행이 일어난 시점이 공소시효 10년을 지났기 때문에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는 일부의 견해에 대해 최 전 의원은 “3차 가해 행위”라며 단호한 목소리를 냈다. 가해자에 의한 1차 피해, 주변의 잘못된 시선과 수사 중 발생한 2차 피해처럼 ‘시간이 지났으니 덮자’는 말도 피해자와 그 유가족들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이다. 그는 “공권력이 진실을 은폐하고 피해자와 유족에게 또 다른 가해를 한 사건들”이라면서 진상 규명을 수사기관에만 맞길 것이 아니라 국회도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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