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이 미래다] 김태경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대표
맥주에 빠져 억대 연봉 직장 포기
전문가들 뜻 모아 2016년 창업
수제맥주 ‘첫사랑’ 인기몰이
점포 늘리며 브랜드 확장 단계
올해 9월 이천시에 공장 준공
품질관리 강화 오비맥주 출신 고문 영입
김태경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대표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본점에서 자사의 인기 맥주 '첫사랑'이 담긴 잔을 들어 보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스타트업 회사를 세운 건데 ‘억대 연봉의 좋은 직장 그만두고 맥줏집 차렸네’라는 말을 들을 땐 섭섭한 마음이 듭니다. 회사 이름도 가장 어메이징(굉장한) 맥주 회사를 만들겠다는 뜻으로 지은 거니까요.”

김태경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대표는 지난해 대한민국주류대상 크래프트 맥주 부문 최고상을 받은 흑맥주 ‘쇼킹 스타우트’를 한 잔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애초부터 맥줏집이 아니라 맥주 회사를 차리겠다는 생각에 자영업이 아닌 법인 설립을 선택했다”며 “기술을 가진 젊은 사람들이 모여 빠른 속도로 의견을 나누고 결정하며 성장한다는 점에서 우리 회사는 스타트업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성수동에 자리한 수제맥주 펍,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가 바로 맥주 양조 스타트업의 본사인 셈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에서 인수ㆍ합병(M&A) 전문가로 일하던 김 대표가 2016년 초 맥주 전문가들과 뜻을 모아 창업했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와인의 소믈리에 격인 맥주 자격증 시서론(Cicerone) 레벨 2등급을 땄을 만큼 실력을 갖춘 맥주 전문가이고 직원들도 상당수가 시서론 초급 자격증을 갖고 있다.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2년 만에 직원 45명에 연간 수십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정보기술(IT) 업체에 주로 투자하는 유명 벤처캐피털 알토스벤처스와 본앤젤스벤처파트너스가 지난해 이 회사에 투자를 결정할 만큼 소규모 맥주 회사 가운데서도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경기 이천시에 공장을 짓고 있는데 9월 준공하게 되면 월 100톤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는 세 곳의 매장에서 매달 총 25톤가량의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P&G에서 근무하다 2010년대 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김 대표는 시카고 인근 에번스턴에 있는 명문 사립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중 드넓은 맥주의 세계에 빠졌다. 인근 양조장을 찾아다니고 직접 맥주를 만들어 보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취미에 불과했다. 취미는 조금씩 일로 이어졌다.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에 다니며 주류 관련 프로젝트를 도맡아 했다.

2015년 순환 근무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지낼 적엔 틈이 날 때마다 벨기에, 독일, 영국 등으로 맥주 기행을 떠났고 그 경험을 책으로 내기도 했다. “대기업에서 높은 연봉을 즐기며 살 수도 있었죠. 억대 연봉을 포기하고 취미를 업으로 삼는다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한번 시도라도 해보지 않는다면 죽을 때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맥주 사업은 정부의 규제 완화로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소규모 맥주 제조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규모에 제한 없이 양조 시설을 설치할 수 있게 됐고 영업장 외부에 유통하는 것도 가능하게 됐다. 그는 “한국에선 절대 안 될 것으로 여겼던 일들이 5년 만에 가능하게 되면서 ‘맥주 회사로 먹고사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김 대표는 라거 맥주가 지배하는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수제맥주로 승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4단계 전략이다. 점포 1개로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를 알린 뒤 점포를 늘려 브랜드를 확장하고, 유통망을 넓혀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한 다음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현재 우리 회사는 3단계 초기에 있다”며 “공장에서 대량생산을 하더라도 당분간은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유통하는 것보다 외식 채널에 집중해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가격이 다소 비싸도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의 맥주를 선뜻 구입하는 수준이 될 때까지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를 쌓겠다는 것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100억원이다. 김 대표는 최근 오비맥주에서 30여년간 맥주 제조 업무를 맡았던 백우현씨를 고문으로 영입해 품질관리를 강화하고 나섰다. 공장에서 대량생산 방식으로 제조하는 맥주의 맛과 품질을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는 맥주를 만드는 회사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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