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 고르고 결정해 드립니다' 비즈니스 급부상

# 맞춤 추천 ‘큐레이션 커머스’
크리에이터, 뷰티 콘셉트 정하면
제조사들 통해 화장품 물량 확보
‘OO의 박스’란 이름을 내걸고
화장하는 모습 유튜브 올리면
소비자는 믿고 선택할 수 있어
# 기업은 다양한 서비스 시도
전문가ㆍ빅데이터ㆍAI기술 등 활용
필요한 정보만 제공하는데 사활
개인 맞춤형 콘텐츠 제공은 필수
시간ㆍ장소 등 접목 음악 선곡하고
검색 대신 대화로 상품 추천도
1인크리에이터 써니가 화장품을 골라 직접 화장을 하면서 제품을 추천하고 있다. 유튜브 구독자 수 108만 명이 넘는 써니가 추천하는 화장품을 ‘써니 박스’라는 이름으로 포장 판매하는데, 화장품 결정을 힘들어 하는 10대 후반~20대 초반 여성들로부터 그 인기를 끌고 있다. CJ다이아티비 제공

구독자 108만 명. 국내 뷰티 분야에서 손꼽히는 1인 크리에이터 ‘써니’가 유튜브 화면에 등장했다. 써니는 5분 44초 동안 한 걸그룹 멤버가 최근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인 화장을 따라 했다. 중간중간 화면 아래쪽에는 ‘써니박스 구성품’이라는 말과 함께 5가지 제품명이 자막으로 나갔다. 영상 아래에는 ‘글로시 써니박스’에 대한 안내가 나오고 링크를 누르면 제품 구매창으로 연결된다. 써니박스를 기획한 최홍준 글로시데이즈 대표는 “지난 금요일(16일) 오후 7시에 유튜브로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8시간 만에 준비된 3,000박스가 동났다”라며 “걸그룹 멤버처럼 예쁘게 화장을 하고는 싶은데 제품을 일일이 찾아보고 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화장 잘하기로 유명한 크리에이터가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이 고객들 특히 10대 후반~20대 초반 여성들에게 확실히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고르고 결정해 드립니다’ 비즈니스가 뜨고 있다. 포털 사이트 검색 한 번으로도 셀 수 없이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 정보의 양이 많아진 만큼 그 안에서 나에게 필요한 진짜 정보를 찾는 게 일이 됐다. 고객 입장에서는 비용을 치르더라도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대신 찾아 추리거나 심지어 누군가 대신 결정해 줬으면 하고, 기업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적재적소에 제공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게 됐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정보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접하는 상품 관련 정보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전통적으로 하나의 상품은 생산자를 시작으로 도매상, 소매상 등 5∼7단계를 거쳐 소비자에게 도착했다. 단계마다 별도 거래 정보 체계, 결제 환경, 배송 네트워크 등이 만들어져 있고, 소비자들은 한 두 단계 앞에 있는 정보만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보 습득 경로가 다양해지고, 결제 배송 등 지원 서비스도 빠르게 발달하면서 정보의 양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고 있다.

실제 소비자가 국내 소매업 등을 이용하지 않고 해외 판매자로부터 직접 구매하는 ‘직구(해외 직접 구매)’ 규모가 2010년 2억7,000만 달러(약 2,885억원)에서 2016년 16억3,000만 달러(약 1억7,416억원)로 급증했다. 소비자가 공구(공동구매) 플랫폼을 통해 제조업자나 도매업자로부터 직접 구매하는 직거래도 크게 늘고 있다. 도매업 사업체가 중간 소매상을 거치지 않고 일반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상품 판매액이 전체 판매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9년 1.9%에서 2015년 6.1%까지 증가했다. 소매업자가 도매업체를 통하지 않고 해외 제조 생산 업체로부터 물건을 직수입하는 금액이 전체 매입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9년 5.3%에서 2015년 12.6%로 2배 이상 커졌다.

정보의 바닷속에서 “정보를 줄여 주세요”

소비자들은 보다 합리적 가격에 더 마음에 드는 제품을 선택할 기회를 얻었지만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전해영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에서 팔리는 품목이 다양해지고 상품 정보가 지나치게 많이 제공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엇을 살지 결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며 “유통기업의 대형화, 온라인 쇼핑몰의 확산 등에 따라 선택 가능한 상품 종류와 수가 급증하기 때문에 원하는 상품을 찾기 위한 소비자의 노력 투입도 늘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커머스 마케팅 전문기업 크리테오에 따르면, 온라인 소비자가 가전제품을 사기 위해 처음 검색한 날부터 구매까지 열흘 정도 걸리며, 그 사이 19개의 상품을 비교 검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작권 한국일보]주요 상품 별 구매를 결정하는 데 걸리는 기간과 비교해 본 품목 수. 강준구 기자

특히 제품 구매에서 남들과 다른 자기만의 취향과 개성을 반영하려는 개인화 양상이 강해지면서 기업들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려 하고 소비자들은 그 정보를 감당하느라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하는 상황이다.

양도 양이지만 정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스트레스는 더 강해지고 있다. 박용석 아이코닉브랜드 대표는 “광고성 정보도 너무 많고 가짜뉴스 논란이 끊이지 않는 등 기업과 제품에 대한 정보를 쉽사리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깔려 있다”며 “화려하지 않은 포장이나 브랜드 없는 제품 등 담백한 접근이 소비자에 어필하는 것도 이런 상황의 방증이다”고 평가했다.

편의점의 인기도 같은 이유로 설명된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은 2011년 2만1,221개 점포에서 10조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2016년에는 3만2,611개 점포에서 20조4,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5년 새 매출 규모가 두 배나 뛴 셈이다. 전 위원은 “적은 매장에서 제한적 상품만을 판매하는 편의점은 물건을 고르는 수고를 덜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 이마트가 브랜드 없는 제품을 모아 ‘노브랜드(Nobrand)’라는 제품군을 내놓았고 오히려 이게 대박이 났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기업의 주요 마케팅 채널의 무게 중심이 전통적 매스미디어에서 벗어나 소셜미디어, 인터넷 개인방송국 등 디지털 광고 채널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전체 디지털 광고 대비 소셜미디어를 통한 광고 비중이 2013년 23.2%에서 2016년 34.5%로 증가했다.

알아서 추천해주는 큐레이션 커머스

기업들은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소비자가 정보 홍수 속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결정하는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배달대행업체 ‘띵동’은 ‘해주세요’ 서비스가 있다. 마트에 가면 수 십 가지 종류의 우유 중 어떤 것을 골라야 하는데, 해주세요 서비스는 품목만 정하면 ‘메신저’라 부르는 배달원이 알아서 골라서 배달까지 해준다. 물론 특정 브랜드나 특정 제품을 원하면 그 제품을 사다 준다. 이충우 팀장은 “ ‘삼계탕 어디가 유명해요’라고 하면 다른 고객들의 주문 데이터를 활용해 가장 많이 주문한 곳을 직접 추천하고 ‘알아서 사다 주세요’라고 요청하면 메신저가 직접 장을 봐 드린다”며 “고객들이 제품을 고르는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최소화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유통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을 통해 기대 하는 효과. 강준구 기자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갖가지 첨단 기술을 활용, 필요한 정보를 골라 제공함으로써 정보의 양을 줄이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맞춤 추천’ 서비스인 ‘큐레이션(Curation) 커머스’가 대표적이다. 이는 믿을만한 사람이나 전문가가 ‘당신에게 딱 맞는 제품은 이런 것’이라며 추천해 주는 것이다. 큐레이션은 ‘돌보다’, ‘보살피다’라는 뜻의 라틴어(curare)에서 나온 말로 흔히 미술관, 박물관에서 기존에 알려진 작품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거나 우수한 작품을 찾아내 여러 작품으로 하나의 주제를 형상화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를 위한 작품 배치, 조명 조정, 해설 활동 등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저작권 한국일보]최홍준 글로시데이즈 대표가 1인크리에이터 써니가 추천한 화장품을 모아 구성한 ‘써니박스’를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에 영상을 공개한 지 8시간에 3,000박스가 ‘완판’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어떤 화장품을 써야 하나 결정을 힘들어 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맞춤형 제품이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글로시데이즈의 경우, 구독자 수 기준으로 뷰티 분야에서 국내 20위권 안에 드는 크리에이터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최홍준 대표는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시중 제품 중에 본인이 원하는 콘셉트에 맞는 제품들을 고르면 우리는 각 제조사를 통해 해당 제품의 물량을 확보해서 ‘○○의 박스’ 식으로 제품을 구성한다”라며 “소비자들은 광고에 의해서가 아니라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고른 제품들이고 실제 화장하는 영상으로 보여지기 때문에 믿고 선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통 1박스에 4~6개의 제품이 들어가는데 평균 3,000~4,000박스가 팔린다. 최 대표는 “제조사는 물건을 많이 팔아서 좋고, 우리는 중간 연결자 역할을 해 수수료를 받고 크리에이터들은 판매액 일부를 모델료 격으로 받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각종 콘텐츠 분야도 활발하다. 매일 수없이 많은 콘텐츠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개인 맞춤형 콘텐츠 제공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사업 초기 비디오와 DVD 배달 서비스가 주축이었던 ‘넷플릭스’는 2007년부터 인공지능 알고리즘 개발에 주력했다. 이용자가 시청한 모든 기록을 랭킹 알고리즘, 클러스터링 기법 등 시스템 분석을 통해 보다 개인의 취향에 잘 맞는 콘텐츠를 추천한다. 감독, 배우는 물론 장르, 캐릭터, 스토리 전개 방식까지 모든 방식을 자세히 반영해 분류한다. 특히 각 이용자의 취향을 묶는 클러스터군만 수천 개가 있고 계속 늘어가고 있다. 국내에선 ‘왓챠’, KT의 ‘올레tv’, SK브로드밴드 ‘옥수수’ 등 동영상 플랫폼 업체들은 대부분 큐레이션을 제공하며 소비자의 결정 노동을 줄여준다. 구조상 드러나지는 않지만 소비자의 ‘결정비용’이 이용요금에 포함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인 ‘멜론’은 빅데이터를 통해 시간, 장소, 상황까지 접목해 음악을 선곡하는 ‘포유(For U)’ 서비스 등을 도입하면서 지난해 유료 가입자가 60만명 늘었다. KT뮤직 ‘지니’는 1년 동안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음악을 골라주는 ‘마이스타일’ 기능을 서비스하고 있다. 웹툰, 웹소설 플랫폼 레인코믹스도 비슷한 큐레이션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올리브영이 지난해 서울 강남역 인근에 문을 연 스마트스토어는 사물인터넷 기술을 통해 고객의 피부 상태나 피부톤을 체크한 뒤 어울리는 색 조합을 추천하는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리브영 제공

유통업계에도 추천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올리브영은 지난해 10월 강남 본점에 최신 사물인터넷 기술을 통한 맞춤형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스토어를 열었다. 누적 관람객이 3개월 만에 100만 명을 넘어섰다. 매장 안 다양한 스마트기기를 가지고 자신의 피부 상태나 피부톤을 확인하고 이에 맞게 어울리는 색 조합을 추천 받을 수 있어 색조 화장품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받는다.

신세계백화점은 인공지능 고객 분석 시스템 ‘S 마인드’를 통해 매장을 자주 찾는 고객 500만 명의 온ㆍ오프라인 구매 기록과 요일별 구매 패턴 등 100여 개 변수를 분석한 뒤 개인 맞춤형 쇼핑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마트는 고객들이 레시피에 맞춰 쇼핑할 수 있는 ‘오늘의 e-요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국내 최대 요리 앱인 ‘만개의 레시피’와 손잡고 약 8만 여개의 레시피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추천 상품을 소개해 주고 있다. 이마트 몰은 신선, 가공식품 위주의 장보기 수요가 많은데, 이 서비스를 통해 종류별, 상황 별, 재료별, 방법 별로 레시피를 나누어 검색할 수 있게 하고 각 검색한 레시피에 맞춰 품목별로 3∼10개의 상품이 소개되는데, 그 중 가장 많이 팔린 상품과 그 주의 행사 상품을 우선적으로 노출되도록 구성해 본인이 원하는 상품을 고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추천 서비스 영역은 날로 넓어지고 있다. 취업포털 사람인은 최근 ‘스마트 필터’ 기능을 새로 선보였다. 이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키워드 별 필터 사용량을 분석해 채용 공고 노출 순서를 최적화해서 추천과 검색 결과 정확도를 높여주는 것. 또 30대 그룹사 검색 시 ‘계열사’ 항목이 추가돼 상단에 바로 관련 계열사가 노출 되며, 원하는 계열사 클릭 시 기업정보와 채용 공고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앞서 검색 시 자동완성 키워드도 단순히 단어의 유사성이 아니라 현재 채용을 진행 중인 기업, 인기 검색어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반영해 사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먼저 보여줄 수 있도록 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되면서 이용자의 행동패턴 안에 숨어있는 니즈까지 반영된 더욱 고도화된 맞춤 서비스가 가능해진 것. 제주항공은 지난해 말 고객의 예산과 취향 등 원하는 조건을 고려해 여행지를 추천해 주는 ‘여행 큐레이션’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객은 자신의 원하는 금액대를 체크하고 휴양여행, 음식여행, 쇼핑여행, 체험여행, 배낭여행 등 원하는 타입을 설정하면 예산과 원하는 유형에 맞는 제주항공의 모든 노선과 모든 시간대 항공권을 알려준다.

전문가가 골라 준 향수 집에서 받는다

단순 추천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 ‘큐레이션 정기 구독 서비스’다. 나만을 위한 선별된 제품들이 담긴 상자를 정기적으로 집 또는 사무실까지 가져다주는 방식으로 전문가의 큐레이션과 개인별 맞춤화가 결합됐다. 정기 구독료를 지불하고 제품을 주기적으로 배송받는 이 서비스는 기존의 우유ㆍ신문 배달과 같은 고전적 구독 서비스로부터 한층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최신 트렌드나 제품 정보를 찾기 위해 매체를 뒤적거리는 수고도 대신해 주고, 소모적 생필품의 제품 구입 타이밍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게끔 제때 물건을 보내주기 때문에 정보 수집이나 제품 구입 절차에 많은 시간을 쓸 수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이들이 구미에 맞는 제품을 손쉽게 획득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퍼스널 쇼퍼(Personal Shopper)’ 역할을 한다.

식품ㆍ뷰티 업계가 대표적이다. 동원홈푸드 가정간편식 전문 온라인몰 ‘더반찬’은 롯데홈쇼핑과 손잡고 가정간편식 정기 배송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더반찬 고객들의 주문 내역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라 소비자들이 선호할 만한 국과 반찬 등의 메뉴로 구성 배송된다. 청과회사 돌 코리아의 프리미엄 수입 과일 전문몰 ‘돌리버리’에서는 원하는 날짜에 전문가가 고른 과일을 배송받을 수 있는 ‘정기배송박스’를 운영한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남성용 화장품을 정기 배송하는 ‘그루밍박스’를 출시했다. 어떤 화장품을 사야 할지 모르거나, 시간이 없는 남성들을 위해 자사 남성 화장품 브랜드와 생활용품 브랜드 제품 중에서 꼭 필요한 뷰티 제품만을 골라 고객에게 보낸다.

꽃을 정기 배송 해주는 꾸까는 고객이 원하는 테마를 선택하면 한달에 3종류의 꽃다발을 전문가가 큐레이션 해서 배달해 준다. 꾸까 홈페이지

향수 추천 서비스 회사 파펨은 계절과 개인 취향을 반영해 향수를 추천하는 정기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100년 역사의 독일 드롬사의 원향을 사용해 64종의 베이스 향수를 갖추고 있는데, 서비스 가입 전 4개 기준에 따라 고객의 향수 취향을 파악한 뒤 해당 고객이 싫어하는 꽃 향을 뺀 나머지 중에서 선별한 향수를 매달 1개 5㎖(7,500원) 용량으로 제공한다. 최영렬 대표는 “주로 한 가지 향수만 쓰던 고객들에게 다양한 향수를 접해 보는 기회를 얻게 하고 새로운 취향을 찾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꽃 전문 브랜드 꾸까(kukka)는 한 달에 3종류씩 전문가가 큐레이션한 식물을 집이나 사무실로 배달해 주는 플랜드 정기 구독 서비스 ‘꾸까 그린’을 운영 중이다. 런칭 2주 만에 1,000명 고객을 넘어섰다.

강현지 전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단순히 소비자가 좋아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나열하면서 선택하라고 숙제를 안겨주기보다는 실제 구입 의사가 있는 품목에 한해 제품을 선별해 손쉽게 구매까지 연결해줌으로써 제품 구입 과정에 더 깊게 파고든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분석 시스템에 의한 추천보다는 지속적인 상호 관계를 통해 내 취향을 잘 알만 한 사람이 추천해 준 제품에 더욱 신뢰와 애착을 느낀다는 점에서 단순 추천 모델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검색 대신 대화로 추천 받는다

추천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인터넷에서 검색하지 않고 문자 메시지를 통해 질문하면 제품 등을 추천 받는 ‘대화형 커머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에서 제공하는 챗봇 서비스. 고객이 메신저를 통해서 문의하면 보유한 상품군에서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준다. 알고리즘을 벗어나는 질문은 상담원이 대응한다. 인터파크 제공

예를 들어 과거에는 노트북을 사려면 스마트폰 앱을 내려 받고, 전자기기 카테고리에 들어가 브랜드, 가격, 크기 등의 필터를 사용해 추려진 제품 리스트 안에서 마음에 드는 제품을 일일이 찾아야 했다. 반면 대화형 커머스에서는 ‘12인치 울트라 노트북이 필요합니다. 가격대는 100만원 이하로’라고 요청만 하면 기업 측이 추천 제품을 제안해 주고 마음에 들면 결제까지 할 수 있다. 제품 검색부터 결제, 배송조회, 고객 서비스 등 모든 단계가 하나의 대화창에서 제공된다.

황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통화보다 텍스트를 이용하는 의사 전달을 더 편하게 여긴다”라며 “게다가 스마트폰으로 쇼핑을 한다 해도 여러 유통업체가 제공하는 앱을 따로따로 다운로드 받는 과정이 번거롭고, 최소 몇 메가바이트에 달하는 데이터 사용료, 저장 메모리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메시지가 효율적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매장 직원, 관련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네트워크를 꾸려 고객에게 맞는 제품, 서비스를 일대일로 추천까지 해준다. 특히 최근에는 AI를 기반으로 한 ‘챗봇(Chatbot)’ 도입이 활발하다. 미 유통업 전문 조사기관인 BRP에 따르면, 미국 내 기업 10개 중 4개 이상이 챗봇이나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했거나 3년 내로 도입할 계획이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10년 뒤 모습에 대해 “페이스북의 미래는 메신저에 있다”고 했고, 미국에서는 페북 메신저로 주소를 보내면 우버와 연결돼 택시 호출은 물론 결제도 가능하다. 하얏트 호텔은 메신저로 예약은 물론이고 룸서비스까지 주문할 수 있도록 했는데 서비스 개시 후 한 달 만에 고객 문의가 20배 늘었다.

메신저를 통해 고객에게 제품을 추천하고 결정을 편하게 해주는 대화형 커머스의 사례. 강준구 기자

국내에서도 인터파크는 챗봇 ‘톡집사’ 사업 대상을 공산품에서 금융, 통신 서비스까지 넓히고 있다. 올해 초 KT계열사 케이티스와 손잡고 ‘통신톡집사’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이는 지난해 도입한 금융상품 전용 ‘금융톡집사’을 본떴다. 기본적으로 고객이 메신저를 통해 문의하면 KT가 보유한 통신 상품군에서 가장 적합한 상품을 제안하고, 톡집사 알고리즘이 해결할 수 없거나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상품은 상담원이 대응한다.

인터파크는 개별 사업자와 제휴하고 상품 판매에 일정 수수료를 받는다. 챗봇을 오픈마켓 채널로 활용하는 셈이다. 최근 시작한 ‘쇼핑 카메라’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스마트폰 저장 사진이나 즉석 촬영 이미지를 쇼핑몰 내 상품 이미지와 비교해 가장 유사한 제품을 알아서 찾아주는 서비스다. 지난해 9월에는 특정 제품 이미지로 유사 디자인, 색상, 패턴을 도출하는 ‘스타일 추천’을 선보였다. 11번가, 티몬 등 주요 온라인 쇼핑 사업자를 비롯해 오프라인 사업자들도 챗봇을 출시하고 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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