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흰물결아트센터 예술극장에서 청년일자리대책 설명회 '정책을 켜고 청년을 밝힌다' 에서 참석자들과 청년일자리 대책 경과 및 주요 발표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논의가 한창인데, 고용노동부의 입장은?”

“청와대가 공무원 노동3권을 보장하는 개헌안을 냈다. 공무원 단체교섭권(파업)에 대한 의견이 있나.”

“3년 한시적인 청년 일자리 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부적절하다’고 느낀 질문들입니다. 30일 예정됐던 한국일보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전달한 사전 질문지에 담긴 내용인데요. 이 질문지를 받아 든 김 장관은 “이런 문제를 정말 인터뷰에서 다 묻겠다는 거냐”고 주변에 언성을 높였다고 합니다. 사전 질문지에 담긴 질문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대책 및 산입범위 개편, 청년 일자리 대책의 적절성, 대통령 개헌안 속 노동권 등 최근 연이어 터진 노동 이슈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김 장관은 민감한 질문 대신 업적 홍보와 관련된 질문을 해달라며 인터뷰 일정 연기까지 요청해왔고, 결국 이날의 인터뷰는 취소됐습니다.

우리나라 노동정책을 총괄하는 고용부 장관이 자신의 권한 내 노동 현안에 “대답하기 곤란하다”고 손사래를 친 이유는 무엇일까요. 설령 매우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이라고 해도 얼마든지 에둘러 답변을 할 수도 있을 텐데 말이죠.

정치권 관계자는 “혹시 말실수라도 했다가 문제가 생길까 봐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잘라 말했습니다. “특히 개헌안처럼 청와대가 추진하는 사안에 결이 다른 목소리라도 냈다가는 큰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코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밑바닥 표심에 끼치는 영향이 큰 노동정책에 대해 장관이 잘못된 시그널을 보냈다가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가뜩이나 현 정부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로시간제 도입 등 굵직굵직한 노동 정책들이 쏟아졌지만,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면서 정작 주무부처인 고용부 장관의 역할이 희미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언제 떠날지 모르는 ‘정치인 장관’의 한계를 지적합니다. 정치인들은 장관직을 경력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이른바 ‘스펙’으로 한 줄을 더하는 자리라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때문에 임기를 채우지 않고 다시 정치를 하겠다며 국회로 돌아가거나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이들도 적지 않죠. 이런 상황에선 부처의 권한과 힘을 정책 실현이 아니라 자신의 의정활동을 위해 활용하는 일들도 벌어집니다. 김 장관 역시 올해 1월 최저임금 인상 관련 자영업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며 장소를 자신의 지역구인 영등포구 소재의 한 커피 전문점으로 잡았다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쏟아지자 급하게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의 계보를 잇기보다는 ‘비주류’라고 스스로를 평가해 온 김 장관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최근 그의 행보는 더욱 아쉽게 느껴집니다. 김 장관은 농구선수 출신으로 부상 후엔 은행원 생활을 하다 여성 최초로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의 상임부위원장을 지냈고, 2004년 국회에 진출해 3선 의원이 됐습니다. 지난해엔 노동계 출신 최초 여성 장관의 자리에 올랐죠. 김 장관은 2015년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와 식사를 하며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으로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노동법 개정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합니다. 그는 당 지도부와 노동법을 둘러싼 입장이 달랐다며 “1시간 40분 가량 밥을 먹으면서 쓴소리를 많이 했는데, 문 대표가 큰 눈을 끔벅거리며 내내 경청했다”(시사인 2017년 11월1일 인터뷰)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당 대표에게도 거침없이 쓴소리를 내뱉던 ‘비주류’ 김영주의 소신이 고용부 수장의 자리에서도 빛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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