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대변인들이 잇따라 구설수에 올랐다. 며칠 전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경찰을 향해 “정권의 사냥개가 광견병에 걸렸다.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라고 맹비난했다가 혼쭐이 났다. “경찰을 사랑한다”며 사과하긴 했지만 공당의 대변인이 입에 담을 소리는 아니었다. 이어 홍지만 대변인은 세월호 7시간 의혹이 허위로 드러났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불쌍하다”는 논평을 냈다가 더 큰 파문을 일으켰다. 논평을 수정했지만 당 지도부는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 거칠고 직설적인 막말에 홍준표 대표를 빼놓을 수 없다. 검찰을 ‘사냥개’라 지칭하고 언론에는 ‘괴벨스’ 딱지를 붙였다. ‘깽판’ ‘이 양반아!’ 같은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홍 대표는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라는 주변의 충고에도 오불관언이다. 친박 정치인들을 ‘바퀴벌레’로 비하하고 최근에는 당내 중진 견제세력을 향해 “틈만 있으면 연탄가스처럼 비집고 올라와 당을 흔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정우택 전 원내대표가 “바퀴벌레는 연탄가스에 죽느냐”고 비꼬면서 내홍의 불씨가 되고 있다.

▦ 홍 대표의 이런 언어 습관을 일부에서 ‘놀라운 언어 근육’이라고 평가하고 나섰다. 한국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김대식 원장 표현이다. 홍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모아 최근 엮어낸 ‘꿈꾸는 로맨티스트’라는 책에서다. 김 원장은 ‘평창 올림픽’을 ‘평양 올림픽’으로 명명했던 사례를 들어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대중 소구력을 높이는 모습에선 정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홍 대표의 언어 구사 특징을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무하마드 알리의 복싱 스타일에 비유하며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면서 무릎을 탁 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도 했다.

▦ 홍 대표의 조어 능력이 때로는 ‘언어 강펀치’가 되어 여권을 강타하고 보수 진영에 쾌감을 선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1야당 대표의 품격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거친 막말이 보수 진영을 일시적으로 열광시킬 수 있을지 모르나 건전한 정치풍토를 바라는 합리적 중도 보수로 외연을 넓힐 수는 없다. 당내 중진 의원들이 홍 대표에게 막말 자제를 요청한 뜻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홍 대표의 ‘언어 근육’이 유연해지지 않으면 지방선거에 희망이 없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 적지 않다.

김정곤 논설위원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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