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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진 칼럼] 김정은이 운전대를 잡았다

입력
2018.03.28 16:0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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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정상회담으로 게임 체인저 된 김정은

한반도 대화 중대 변수된 중국의 부상

정부, 한반도 전략 정밀하게 가다듬어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논의가 김정일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북중 정상회담으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주도로 남북ㆍ북미 대화의 장이 펼쳐진 종전 상황이 중국의 등장으로 급반전하는 양상이다. 남북미 대화 틀에 중국이 가세하면서 한반도 평화 논의의 불가측성도 높아지고 있다. 남북ㆍ북미 대화를 성사시킨 문 대통령으로서는 ‘한반도 운전자론’에 근거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구상과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상황이다.

김 위원장 방중과 북중 정상회담은 북한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중국은 평창동계올림픽 전후로 조성된 남북미 대화 국면에서 계속 배제되는 상황을 해소해야 했다. 6년 동안 척을 진 김 위원장을 과감히 베이징으로 불러 환대한 데서 중국이 느꼈을 초조감이 감지된다. 북한도 북미 정상회담 실패를 대비한 안전판, 정상회담 전 대미 포석전의 배경으로 중국이 필요했다. 중국과 관계 복원으로 제재 압박의 전선을 약화 또는 무력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4월과 5월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개될 북미 간 치열한 수 싸움과 북중 밀착에 정부는 당혹스러울 것이다. 청와대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 전 북중 관계 개선은 긍정적 신호”라고 했지만 전략 수정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흔들린다는 점이 그렇다. 문 대통령은 21일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 회의에서 남북미 정상회담 구상을 공개했다. 남북-한중일-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북한 비핵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미관계 정상화를 단숨에 매듭지으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북중 관계 복원과 중국의 등장은 이 같은 구상을 흐트러뜨릴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 중국이 북한의 후원자 역할을 맡으며 대화의 한 축으로 적극 개입하면 북핵 대화의 판 자체를 흔드는 변수들이 다종다기해지기 때문이다. 가령 중국이 쌍중단(雙中斷) 입장에 따라 북한 핵ㆍ미사일 도발과 한미 군사훈련 동시 중단을 고집할 경우 대화는 출렁이고 협상은 교착될 수 있다.

대화 구도가 ‘한미 대 북한’에서 ‘한미 대 북중’으로 바뀌고, 이 과정에 김 위원장이 북일ㆍ북러 정상회담을 가진 뒤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과거 6자 회담 같은 구도를 만들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목표는 다시 수렁에 빠질 수 있다. 한반도에서 추구하는 이익과 목적이 다른 6개 관련 당사국의 개입은 과거 6자 회담 실패에서 보듯 목표 달성은커녕 논의의 진전조차 끌어내기 어렵다. 무엇보다 중국을 업게 된 김 위원장이 대화 과정에 제기할 수 있는 요구와 조건들이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은 판을 깰 수 있는 위험 요인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를 위한 대화의 본게임은 지금부터다. 북중 정상회담이 갑작스럽긴 해도 양측의 접근은 예상범위 안의 변수다. 북중관계 정상화로 김 위원장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며 한반도호의 운전대를 잡은 모양새지만 우리 정부의 역할과 비중도 여전히 상당하다. 최소한 남북 정상회담 때까지 한반도호 운전의 방향과 목표는 우리 주도 아래 있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세계무대를 향해 비핵화 약속을 공식 언급한 것은 긍정적 결과인 만큼 김 위원장이 제 방향으로 운전하도록 관리ㆍ통제하는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북 제재와 압박 기조를 유지하며 미국과 긴밀히 공조해야 한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중국과 적극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북한 비핵화를 위한 공통분모를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접근이 필요하다. 올해 신년사부터 휘몰아치듯 남북ㆍ북미ㆍ북중 관계 흐름을 바꿔 놓은 김 위원장의 본심을 정확히 짚어 내지 못하면 우리는 계속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북한 내부 상황과 김 위원장의 구상을 꿰뚫는다면 한 발 앞선 전략을 펼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이 우리의 판단과 전략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돼야 함은 물론이다.

황상진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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