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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김정은 위원장을 움직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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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김정은 위원장을 움직이려면

입력
2018.03.28 14:5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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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믿지는 말되, 너무 멀리하지도 말라.”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당시 외교부장에게 여러 차례 지시한 말이다. 이는 지금도 중국을 상대하는 북한의 외교일꾼들뿐만 아니라 상당수 일반 주민들에게도 ‘금언’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과 중국의 대북제재 동참으로 밑바닥까지 악화되었던 북중 관계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으로 회복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왜 북중정상회담을 먼저 선택했을까. 여러 가지 의도와 배경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에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는 정작 비핵화 의지를 밝혔지만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달성하기까지는 갈 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졌을 법하다. 미국으로부터 체제안전보장 약속을 받아 내는 것은 그야말로 언감생심이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CVID)만 강조하고 있다. 비핵화 의지를 표명해도 대북 제재를 해제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미국 측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때까지 제재와 압박을 지속할 것이라는 신호를 끊임 없이 발신하고 있다. 틸러슨 국무장관, 맥매스터 안보보좌관 등 비교적 합리적이고 온건한 외교안보라인이 경질되고, ‘슈퍼 매파,’ ‘최강 매파’로 불리는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존 볼턴 전 유엔대사가 각각 그 자리에 내정됐다. 볼턴은 북한의 관심사인 경제 지원이나 평화협정 체결에 대해서는 ‘필요 없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펴고 있다.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지긋지긋한 미국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싶지만, 워싱턴이 보내는 신호들은 왠지 미덥지 못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5일 방북한 우리 측 특사단에게 미국 측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표명한 바 있다. 그는 미국과의 대화 조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지만 대화 상대로서 진지한 대우를 받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는 향후 북미정상회담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나 볼턴 신임 안보보좌관 등이 김 위원장을 북한 최고지도자로서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정상회담을 비핵화 압박을 통해 무릎을 꿇리려는 장으로 활용하려 한다면 결과는 끔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방북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여동생 김여정을 포함한 북한 측 고위 대표단뿐 아니라 선수단, 예술단 등을 진심으로 환대해 준 문재인 정부에 각별한 감사의 뜻을 여러 차례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중국의 시진핑 정부는 26일 베이징을 방문한 김 위원장에게 최고 수준의 경호와 의전을 제공했다. 중국을 방문했던 트럼프 대통령을 접대한 수준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당국은 인터넷에서 김 위원장을 부정적으로 지칭하는 단어의 검색까지 차단했다. 얼마 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전원만장일치로 국가주석에 재선출되고, 연임 제한 규정도 없애면서 사실상의 황제 지위에 오른 시진핑 주석이 김 위원장을 극진하게 예우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실하게 입증했다.

과연 미국 측은 김정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북한 최고지도자를 어떻게 대우할 준비를 하고 있을까. 미국은 동맹인 한국을 믿고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 측도 마찬가지다. 역시 미국은 아직 믿을 수 없지만 문재인 정부를 믿고 북미정상회담에 응하겠다는 것이다. 북미정상회담을 중재하고, 최선의 성과를 도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어쩌면 가장 신경쓸 대목이 북미 간 상호 존중과 최고 수준의 경호와 의전을 제공하는 분위기와 환경을 만드는 일인지도 모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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