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파죽의 3연승 창단 첫 통합우승

수비 안 하는 ‘반정아’ 오명 벗고
기자단 몰표 받으며 MVP 영예
“장난 아닌 실력의 동료들 덕분”
도로공사 박정아(오른쪽)가 27일 경기 화성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박정아는 1~3차전 내내 맹활약을 펼쳐 챔프전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화성=연합뉴스

박정아(25)는 1년 전인 지난해 3월 30일 경기 화성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17시즌 여자 프로배구 V리그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IBK기업은행 소속으로 맹활약하며 팀에 우승을 안겼다.

그러나 박정아는 시즌을 마친 뒤 우승 팀을 박차고 나와 꼴찌 팀인 한국도로공사로 이적하는 모험을 강행했다.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 최하위에 그친 ‘만년 꼴찌’ 팀이다.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고 6시즌 동안 3차례나 챔피언을 경험한 박정아가 안정된 둥지를 떠난 건 ‘반쪽’ 선수 오명을 벗기 위해서였다. 그는 기업은행에서 공격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리시브를 사실상 면제받았다. 그 탓에 수비는 안 하고 공격만 하는 선수라는 비판을 받았고 ‘반정아’(반쪽짜리 박정아)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2016년 리우올림픽 때 박정아는 잇달아 리시브 실책을 범해 인스타그램을 폐쇄해야 할 정도로 비난에 시달렸다.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껍질을 깨고 나온 박정아가 또 한 차례 정상에 우뚝 섰다. 27일 화성 실내육관에서 벌어진 도로공사와 IBK기업은행의 2017~18시즌 챔피언결정전 3차전. 지난해와 똑같은 장소였지만 박정아의 유니폼은 바뀌어 있었다. 그는 이날 친정 팀에 19점을 퍼부으며 도로공사의 세트스코어 3-1(26-24 25-16 21-25 25-12) 승리를 이끌었다. 앞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뒤 챔프전 홈 1,2차전에서 내리 이겼던 도로공사는 이날 승리로 정규리그와 챔프전 통합 우승을 달성하며 창단 후 처음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도로공사는 프로배구 출범 원년인 2005시즌과 2014~15시즌 정규리그 1위를 하고도 두 번 다 챔프전에서 무릎을 꿇었던 아픈 기억도 털어냈다.

1년 전에 비해 박정아는 분명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세트가 좋지 않거나 팀에 점수가 꼭 필요한 고비 상황에서 기어이 공격을 성공해내며 진정한 ‘에이스’로 거듭났다. 또한 후위에 있을 때는 깜짝 디그(스파이크를 받아내는 수비)를 여러 차례 성공할 정도로 수비력도 보강됐다. 이날 기업은행과 챔프전 3차전 1세트에서 박정아는 5개의 디그를 시도해 모두 성공했는데 이는 팀의 전문 수비수인 리베로 임명옥(32)과 같은 숫자다. 박정아는 기자단 투표 29표 중 26표를 받으며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우승을 확정한 도로공사 선수들이 모자를 던지며 기뻐하고 있다. 화성=연합뉴스

도로공사에 박정아만 있었던 건 아니다. 리베로 임명옥부터 리시브 문정원(26), 베테랑 세터 이효희(38), 외인 공격수 이바나 네소비치(30ㆍ세르비아), 철벽 센터라인의 정대영(37)-배유나(29)까지, 도로공사의 코트 위 7명(배구는 실제로 6명이 경기. 이 중 리베로는 수비 때만 교체 투입)의 역할 분담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임명옥은 지난 19일 모친상을 당하고도 이틀 만에 팀에 복귀했고 동료들은 근조 리본을 단 채 코트를 누벼 임명옥에게 값진 우승 선물을 안겼다.

전날인 26일이 생일이었던 박정아는 “어제 특별히 저만 미역국을 먹었다”고 웃으며 “제가 잘 한 게 아니라 장난 아닌(능력 있는) 동료들 덕분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신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리시브 능력에 대해서는 “우리 팀이 워낙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분위기라 앞으로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화성=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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