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추측ㆍ혼선 뉴스 속출
중 관영언론은 관련보도 안 해
지난 26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방중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측 대표단이 묵는 중국 베이징 국빈관 조어대 앞에서 중국 공안들이 교통을 통제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세계가 놀라고 있다. 중국 정부가 김 위원장 방문 사실의 전모를 함구하는 바람에 26일, 27일 이틀간 세계 언론 보도에서 추측과 혼선이 난무하는 풍경이 이어졌다. 베이징(北京)에 있는 북한 최고위 인사가 김정은 위원장인지 그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중앙위 제1부부장인지를 놓고 하루가 넘게 냉온탕을 오가며 흥분된 뉴스가 속출했다.

소문이 베이징 현지 외교가에 공론화된 것은 26일 저녁이다. 전날 북한에서 출발한 열차가 북중 접경도시인 단둥에 도착했다는 얘기들이 퍼졌고 북한의 특별열차 사진이 이 과정에서 신빙성을 높였다.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한 게 결정적이다. 이날 밤 북한 최고위 인사 추정 열차와 시내 차량행렬 장면을 내보낸 일본 방송도 해당 인물이 누구인지는 단정하지 못했다. 블룸버그는 김 위원장 방문 목적과 일정이 알려지지 않았다며 방중이 사실이면 2011년 집권이후 첫 해외방문이라고 긴박하게 의미를 부여했다.

27일 아침에도 일본 조간신문들은 베이징 움직임을 일제히 전하면서도 김 위원장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북한 인사의 방중이 사실로 밝혀지면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악화된 중국관계 개선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김여정일 가능성이 있고 김정은 본인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베이징발 기사에서 “요인은 김정은이라고 소식통이 말했지만 외교가에선 김여정의 가능성도 거론된다”고 두 가지 가능성을 동시에 전했다. 김여정일 가능성에도 적지 않게 무게를 실은 것이다.

그러다 이날 점심 직전 홍콩 명보(明報)가 베이징 방문 인사가 김정은이라며 구체적인 회담 정황을 보도하면서 이쪽으로 세계 언론의 기류가 급속히 기울었다. 명보는 김 위원장으로 추정된다며 중국 국가지도자와 3시간가량 회담했다고 전했다. 직후 일본 산케이(産經)신문도 중국 공산당 당국자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전날부터 베이징을 방문하고 이날까지 여러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과 회담했다고 보도했다. 당국자를 인용해 북중 양국이 올해 초부터 김정은 방중시기를 협의했다며 중국 측은 방중 조건으로 핵포기에 대한 입장을 보여줄 것을 요구해왔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방중이 실현된 것은 북한이 긍정적 답변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주요언론은 한반도 정세를 둘러싸고 4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5월에 북미정상 회담이 열릴 예정인 가운데, 북한 최고지도자가 최대의 ‘보호국’인 중국 지도자들과 사전 협의를 한 것으로 총평했다. 속보 경쟁에도 불구하고 신중한 보도에 무게를 둔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 NHK방송은 27일 오후 늦게까지도 방중인물이 김 위원장 또는 여정씨라는 관측이 나온다며 톤을 바꾸지 않았다.

외신들이 이틀 연속 관련 기사를 쏟아낸 것과 달리 중국 관영 언론들은 이날 오후까지도 보도를 내보내지 않았다.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에 ‘조선’이란 단어로는 검색이 되지 않고 관련 게재글들도 모두 삭제돼 언론 통제도 강도 높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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