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부터 중학생을 대상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코딩 교육이 시작됐다. 내년에는 초등학교 5ㆍ6학년에게도 실시할 예정이다. 처음 이 소식을 듣고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간 교육시간이 중학생 34시간, 초등학생 17시간으로 주당 한 시간도 안 됐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질 높은 교육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코딩이라는 어려운 과정을 가르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교육부의 생색내기용 전시행정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그런데 프로그래머 출신 유명 벤처기업가들과 얘기해 보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코딩 교육의 최대 효과로 아이들의 적성 발견을 들었다. 즉 짧게나마 기초교육을 해보면 아이들 입장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적성에 맞는지, 장래 직업으로 삼을만한 일인지 정도는 쉬이 알 수 있다는 거였다.

이는 참으로 중요하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우리 공교육은 아이들의 적성 발견을 위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했다. 최소한 위인전만큼의 정보도 제공하지 못하다 보니 많은 아이들이 장래희망으로 아이돌 같은 연예인을 꼽는다. 공교육이 TV만큼도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코딩 교육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프로그래머가 될 필요는 없다.

조기 교육을 통해 장래 프로그래머의 자질 여부를 알 수 있다면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시간과 비용 등 여러 가지를 아낄 수 있다. 취직이 잘 된다기에 무턱대고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하고 나서 뒤늦게 적성에 맞지 않음을 알고 방황하는 것보다 백배 낫다.

그런 점에서 코딩 교육은 매우 반갑다. 다만 이 교육이 소기의 효과를 거두려면 훌륭한 선생님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흥미를 느낀 아이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제대로 진로를 안내하려면 교사들의 전문성이 중요하다. 현재 3,200개가 넘는 전국 중학교 가운데 컴퓨터교사 자격증을 가진 교사는 3,000명을 약간 넘는다고 한다. 숫자로만 봐도 부족해 보인다.

전문교사 부족을 해결하려면 지금이라도 대학의 컴퓨터 관련 학과에 교직 과목을 개설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잘 가르칠 수 있는 전문교사를 적절하게 양성해야 한다. 즉 초ㆍ중등학교의 코딩 교육을 위해서는 대학도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곧 사회시스템의 변화를 의미한다.

학교에 장비는 충분한지도 살펴봐야 한다. 컴퓨터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사양을 갖춰야 한다. 충분한 성능의 장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컴퓨터실습실은 전시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

반드시 갖춰야 할 것 못지 않게 피해야 할 것도 있다. 코딩 교육을 단순 입시 과목으로 만드는 일이다.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성적을 위해 강요하면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효과를 높인다는 명분으로 입시 교육에 반영되는 순간 뜻하지 않은 사교육 열풍 등 부작용이 커질 것이다. 따라서 입시 교육에 반영하려면 좀 더 전문적인 연구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맛보기 교육을 통해 적성을 발견한 아이들 중에 더 많은 교육을 원하면 스스로 전문 학원을 찾든가, 마이스터고에 진학해 특성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일부 대학의 컴퓨터 관련학과에서는 마이스터고 학생들을 특별 전형으로 뽑는데, 만족도가 아주 높다고 한다. 여기에 맞는 마이스터고 육성 역시 교육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막 발을 뗀 코딩 교육의 성패는 결국 교육당국에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려서 하는 데 달려 있다. 이왕 시작했으니,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 검토가 이뤄져 대학까지 이어지는 교육시스템 변화를 부르길 기대한다.

최연진 디지털콘텐츠국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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