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공포가 확산되면서 정부에 초비상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연중 며칠 안 되는 고농도 오염을 줄이기 위한 단기 응급 대책은 비용만 많이 들뿐 효과는 떨어진다는 반론이 만만찮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 정책이 대표적이다. 대중교통 분담률을 높여 교통량을 줄이고 화력발전을 축소하는 등 평상시 오염도를 줄이는 장기대책을 꾸준히 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은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미세먼지 줄이기 캠페인에서 한 시민이 방독면을 착용한 모습. /연합뉴스

1952년 12월 4일 영국 런던. 시민들을 부드럽게 감싸던 바람이 오후 들어 잠잠해졌다. 동시에 도버 해협을 건너온 대륙의 차가운 공기 덩어리가 템스강 계곡에 내려 앉았다. 추위를 이기려 가정마다 석탄화로를 때기 시작했다. 굴뚝으로 토해진 연기와 이산화황 가스가 안개와 섞이며 끈적끈적한 스모그가 도심을 뒤덮었다. 날이 밝자 공장과 자동차도 앞 다퉈 매연을 토해 냈다. 스모그 첫날부터 심장발작, 폐기종으로 쓰러지는 환자가 속출했다. 4일간의 스모그로 목숨을 잃은 런던 시민은 4,000명에 달했다.

▦ 런던 스모그 사건은 단기간 고농도 오염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으며 서울 하늘도 잿빛으로 물들었다. ‘은밀한 살인자’로 불리는 미세먼지는 중금속 덩어리 발암물질이다. 폐 깊숙이 침투해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언론은 ‘사상 최악’ ‘재앙’ 같은 표현을 쓰며 특단의 대책을 요구한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정부의 무능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고농도 미세먼지 오염 국가는 아니다. 지난해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날은 10일에 불과했다.

▦ 정부는 공공기관 주차장 폐쇄와 차량 2부제, 소각장 가동 중단 등 미세먼지 저감 조치에 나섰다. 시민에게는 보건용 마스크 착용, 외출 자제도 요청했다. 고농도 오염을 줄이려는 비상대책이긴 하나, 대기 정체가 원인이다 보니 건강 및 오염 개선 효과는 크지 않다. 반면 시민 불편과 고비용이 불가피하다. 국내 도시는 고농도 오염일이 며칠 안 되고 오염 수준이 높아도 200㎍/㎥ 정도다. 단기간 노출이 건강에 큰 피해를 줄 확률은 낮다. 오히려 저농도 미세먼지에 장기간 노출되는 게 더 해롭다.

▦ 대중교통 무료 등 실효성 없는 단기 대책보다 중장기 대책에 집중하는 게 옳다. 그런데도 낭비성 응급 대책이 남발되는 건 여론의 과민반응 탓이 크다. 중국발 미세먼지 대응에는 한계가 있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세계 최고의 에너지 과소비, 자가용 위주 출퇴근 등 국내요인 제거가 우선이다. 대중교통 분담률을 높이고 석탄발전을 줄이며 노후시설을 교체하는 노력으로 평소 오염도를 줄여야 한다. 장재연 아주대 교수(예방의학)에 따르면, 평균 오염도를 선진국 도시 수준의 절반인 10㎍/㎥만 줄여도 단기대책의 100배 효과가 있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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