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아산 윤할머니 살해 사건

혈흔 채취용 시약 루미놀은 2009년 연쇄살인범 강호순 사건 때부터 본격 주목 받았다. 그가 입었던 회색 점퍼 소매에 묻은 극소량의 피해자 혈흔이 루미놀을 통해 발견돼, 혐의 입증에 결정적 증거로 작용하면서다.

루미놀은 아산 윤 할머니 살인 사건처럼 범인이 혈흔을 지우거나, 넓은 사건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하기 힘들 만큼 극소량의 흔적만 남아 있을 때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범인 석모씨는 피해자를 흉기로 4차례 찌른 뒤 물과 세탁용 가루비누 등으로 증거를 없애려 했지만, 루미놀을 피할 수는 없었다.

현장에서는 주로 루미놀 분말을 증류수에 섞어 만든 용액을 과산화수소수에 한 번 더 결합, 혈흔 추정물질에 뿌리게 된다. 용액이 혈흔에 닿으면 화학적으로 강한 빛을 내게 돼 있는데 과학수사요원들은 이때 발견된 혈흔을 채취한 뒤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다. 보통 1만 배 희석된 혈흔도 검출할 수 있어 한 양동이 물에 피 한 방울이 떨어져도 감지해 낼 수가 있다고 한다. 핏자국을 인위적으로 지우려 해 봤자 루미놀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국내 루미놀 개발 기술은 세계 최정상 수준이다. 이전까지는 프랑스에서 비싼 가격(ℓ당 약 14만원)에 전량 수입해야 했지만, 지난해 말 8년간에 걸친 연구 끝에 국산화에 성공했다. 개발을 주도한 임승(44) 광주경찰청 보건사무관은 26일 “해외 제품보다 저렴하면서 (채취하는 과정에서) 혈흔에 남아 있는 DNA를 훼손하지 않도록 개발하는데 주력했다”라면서 “수입 제품과 비교해 가격은 10% 수준(ℓ당 약 1만4,000원)이지만, 혈흔과 용액이 만나 발생하는 화학 효과가 하루면 사라지는 외국 제품과 달리 일주일 이상 지속될 정도로 성능이 월등하다“고 설명했다. 개발팀은 시약 기술을 상업화하지 않고, 국가에 귀속했으며 경찰청은 이 기술에 대한 해외특허 출원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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