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화 땐 도쿄까지 기능 마비
1707년 분화 후 300년 지나
시즈오카현에서 바라본 후지산. 일본정부관광국ㆍ뉴스1

일본 정부가 도쿄 인근 후지산(3,776m)이 폭발해 대량의 화산재가 수도권을 덮는 재난 상황에 구체적으로 대비하기 시작했다. 야마나시(山梨)현과 시즈오카(靜岡)현에 걸쳐 있는 후지산의 분화 예상주기는 300~500년. 1707년 ‘호에이(寶永) 분화’후 300년이 흘러 통계학적으로 재분화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자 국가 차원의 대비태세에 돌입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 측이 일반에 공개할 수는 없지만 상황이 긴박해진 단초를 포착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26일 요미우리(讀賣)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후지산 분화 시 화산재의 범위와 양을 예측해 피난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을 올여름부터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후지산은 현재 모습이 된 약 3,200년 전 이후 7회의 대규모 폭발을 일으켰다. 1707년은 화산 연기 높이가 2만m까지 치솟았고 일대 주변에 3m가 넘는 화산재가 쌓였다. 현재의 요코하마(橫濱)시와 사가미하라(相模原)시 등 가나가와(神奈川)현 동부에는 10㎝ 이상, 도쿄 지역엔 화산재가 4㎝ 쌓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후지산이 300년 전 수준의 화산재를 내뿜으면 도쿄까지 도시기능이 순식간에 마비된다. 화산재가 송전설비를 덮어 대규모 정전이 일어나고, 수도권 전철과 항공기, 차량운행이 불가능해진다. 화산재 무게로 목조 가옥이 붕괴하고 상하수도를 장기간 사용할 수 없다. 화산재는 가스 성분이 포함된 직경 2㎜ 이하 입자로 호흡기나 눈을 통해 인체에 들어가 폐 조직 등을 파괴할 수 있고, 항공기 엔진에 끼어들면 기능을 정지시킨다.

지금까지 일본 기상청은 후지산의 최악 상황에 대비하지 않아 왔다. 내각부와 후지산 인근 4개현으로 구성된 협의회의 ‘후지산화산방재지도’에는 분석(噴石)과 화쇄류(火碎流ㆍ화산재와 화산가스가 빠르게 흘러내리는 것) 영향 범위만 표시하고 있을 뿐 화산재가 쏟아질 경우의 피난계획은 담겨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올여름 검토회의는 화산학자와 관료들이 참가해 예측정보 운용 시나리오를 짜고, 2018년도 예산안에 할당된 1억8,300만엔(약 18억원) 일부를 사용할 예정이다. 후지이 도시쓰구 도쿄대 명예교수는 “100년 이상 평온했던 화산이 활동을 재개하면 몇 년간 대규모 분화가 계속된다”며 “후지산은 300년 이상 잠자고 있어 당장 대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2014년엔 고베대 대학원의 다쓰미 요시유키 교수팀이 화구 직경이 수십㎞에 이르는 ‘거대 칼데라 분화’가 100년 안에 일본에서 발생할 확률이 1%라며 주의를 환기한 바 있다. 산이 함몰되고 화산재가 1,000억톤 이상 떨어지는 상황이다. 다쓰미 교수팀 연구에 따르면 규슈의 아소산(阿蘇山)에서 2만8,000년 전 발생한 수준의 분화가 이뤄지면 2시간 내 700만명이 숨지고, 서일본지역은 50㎝의 화산재가 쌓여 4,000만명의 삶의 터전이 매몰되는 재난이 예상된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그래픽=송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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