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 순방을 순조롭게 마쳤다. 취임 1년도 안 돼 두 번째 방문이다. 중국과 함께 곧 2대 교역국으로 떠오를 베트남의 무게를 엿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베트남 일정이 시작된 22일,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은 하노이에서 한국 베트남 100여 기업을 대상으로 ‘전대금융설명회’를 열었다. 여기서 은성수 수은행장은 “전대금융이 한국기업의 전통적 수출뿐 아니라, 베트남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탈원전, 탈석탄 기조를 갖고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행보로 보인다.

그러나 속단은 이르다. 우리나라 공적 금융기관의 맨 얼굴은 딴판이기 때문이다. 수은을 비롯한 공적 금융기관은 재생에너지보다는 석탄화력사업에 더 많은 지원을 해왔고, 추가지원도 계획 중이다. 2013~16년 한국이 해외 석탄화력에 제공한 공적 금융 규모는 약 2조 1,600억원이지만 재생에너지 지원은 3,200억원에도 못 미쳤다. 국제환경단체에 따르면 수은과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의 해외 석탄화력 금융지원은 중국, 일본 다음으로 크다.

베트남은 한국이 석탄화력 금융을 지원하는 대표적 국가다. 수은과 무역보험은 이명박 정부 이래 몽즈엉, 송하우 등 베트남 석탄화력사업 다섯 건에 4조원 이상을 지원했다. 현재도 두 기관은 응이손 2호기, 롱푸 등 네 곳 이상의 석탄화력발전소에 수조원의 금융지원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이들 석탄화력발전소가 국내에서 더는 쓰이지 않는 구식 기술을 사용, 현지인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한국전력이 수은 자금으로 건설하려는 베트남 응이손 석탄발전소 2호기는 국내 신규발전소보다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10배 가량 많다.

더구나 이들 사업은 해외석탄화력 금융제공에 관한 OECD 합의에도 반한다. 현행 OECD 합의에 따르면 회원국은 가장 효율적 초초임계압 방식의 화력발전소 외 석탄발전소에 금융을 제공해선 안 된다. 그러나 한국이 지원하는 베트남의 응이손 2호기와 롱푸 발전소 등의 효율성은 그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내서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국민 건강을 우려해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을 일시 중단하고 신규 화력발전소도 더 이상 짓지 않기로 한 정부다. 우리 국민은 안되고 베트남 국민은 된다는 이기적 태도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기 십상이다. 나아가 선진국에서 해외 석탄화력은 사회적 책임은 물론, 불확실한 수익성 때문에 이미 투자가 금지 혹은 철회되고 있다. 3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과 교직원연금의 발전용 석탄회사 신규투자를 막고, 기존 투자도 모두 회수하도록 했다. 앞서 약 1,000조원을 운용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전력생산 또는 매출액 30% 이상을 발전용 석탄에 의존하는 기업을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문 대통령과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은 한-베트남 미래지향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은 에너지 분야를 따로 언급,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등에서의 협력을 약속했다. 지금이야말로 석탄에너지에 투입해온 공적 금융을 청정에너지로 돌릴 기회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

인기 기사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