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오른쪽)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2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미국의 통상공세에 맞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소폭 개정하는 것으로 방어하면서 선방했다. 자동차 시장 추가개방과 대미 철강 수출 물량을 70%로 줄이기로 했지만 국내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한미 FTA 개정협상 타결로 한미 통상분쟁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철강관세 영구 면제로 경제적 불확실성까지 제거했다는 평가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6일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부과를 20년간 연장 ▦미국 자동차는 한국 안전기준을 맞추지 못해도 미국 안전기준만 충족하면 업체별로 연간 5만대까지 한국에 수출 ▦철강 대미 수출 물량 축소 등이 골자다.

자동차 시장 일부 개방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번 협상에서 한미 양국은 미국의 최대 관심 분야인 자동차에서 화물자동차(픽업트럭) 관세철폐 기간 연장, 자동차 안전·환경 기준의 유연성 확대에 합의했다. 기존 협정에서 미국은 2021년까지 픽업트럭에 대한 25% 관세를 완전 철폐하기로 했지만, 이번 합의에서 철폐 기간을 오는 2041년까지 20년 연장했다

지금은 미국 자동차 안전기준을 준수한 경우 한국 안전기준을 준수한 것으로 간주해 제작사별로 연간 2만5천대 수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5만대까지 가능해진다. 미국 기준에 따라 수입하는 차량에 장착되는 수리용 부품에 대해서도 미국 기준을 인정한다.

양국은 5년 단위로 설정하는 연비·온실가스 기준에 대해 현행(2016~2020년) 기준을 유지하되, 차기 기준(2021~2025년) 설정시 미국 기준 등 글로벌 추세를 고려하고 판매량이 연간 4천500대 이하인 업체에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는 '소규모 제작사' 제도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친환경 기술을 적용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것으로 인정해주는 '에코이노베이션 크레딧' 상한도 확대하기로 했다. 휘발유 차량에 대한 배출가스 시험 절차와 방식도 미국 규정과 더 조화를 이루도록 개정한다.

농업ㆍ자동차 부품 등 시장개방 막아

산업부는 미국의 관심 분야에서 일부 양보하면서 우리의 핵심 민감 분야는 성공적으로 방어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우리 정부가 협상 전부터 '레드라인'이라고 설정한 농축산물 시장에서 미국의 추가 개방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미국은 협상 과정에서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을 강력히 요구했고 우리 협상단은 이를 막기 위해 상당히 애쓴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요구한 미국산 자동차부품 의무사용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업부는 협상 결과에 대해 "필요한 수준에서 명분을 제공하되 우리측 실리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우리 정부가 미국에 요구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제도(ISDS) 개선에 대해서는 투자자 소송 남발 방지와 정부의 정당한 정책권한 행사에 필요한 요소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무역구제에 대한 절차적 투명성·공정성 의무를 부여하는 조항도 협정문에 반영했다.

철강면제 받아

한국산 철강이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철강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신, 미국의 우려 해소 차원에서 대미(對美) 철강 수출 물량은 지난해의 74% 수준으로 줄어든다. 김 본부장은 이날 "한미 양국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관세부과 조치에서 한국을 국가 면제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관세 면제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한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5월 1일까지 유예하겠다고 밝혔는데 우리 정부가 막판 협상을 통해 국가 면제를 얻어낸 것이다.

우리 정부는 국가 면제를 받는 대신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에 대한 쿼터(수입할당)를 수용했다. 쿼터는 2015~2017년 대미 평균 수출량인 383만t의 70%인 268만t으로, 2017년 수출량의 74% 수준이다. 쿼터가 국내 업체별로 어떻게 할당될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철강업계 내 조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 같은 쿼터를 요구한 것은 한국 등 주요 수출국을 다 면제하면 당초 미국이 관세를 통해 달성하려고 했던 목표인 철강 수입 37%(2017년 대비) 감소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협상 결과는 당초 미국 상무부가 발표했던 3개 관세안보다 국내 철강업계에 훨씬 유리한 결과라고 산업부는 자체 평가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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