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상스토리(9)] 실전대국 많아지며 기량 유지... 좋은 성적 거둬

이세돌(왼쪽) 9단이 지난 7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JTBC 챌린지 매치’ 2차 대회 4강전에서 이원영 7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사이버오로 제공

이쯤 되면 반란이다. 10, 20대 초반 기사들이 주름잡는 국내 바둑계에서 ‘노장(老壯)’으로 평가 받는 30대 기사들이 예사롭지 않은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다. 빠른 두뇌 회전이 필수적인 반상(盤上)에서의 단면이기에 더 도드라진다. 30대 프로 기사들이 여전히 건재한 베테랑들로 거듭나면서 올해 국내 프로바둑계가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GS칼텍스배 프로기전’(우승상금 7,000만원) 8강에 오른 5명의 선수가 30대 전후 선수들이다. 이세돌 9단(35)과 허영호(32) 9단, 윤준상(31) 9단, 박진솔(32) 8단, 김지석(29) 9단이 주인공이다.

또한 입신(入神ㆍ9단의 별칭) 대전으로, 프로기사 9단들만 참가한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우승상금 5,000만원) 4강에 오른 선수들도 조한승(36) 9단과 박영훈(33) 9단, 이영구(31) 9단, 김지석 9단이다.

올해 총 4차 대회(각 우승상금 1,500만원)로 신설된 ‘JTBC 챌린지 매치’ 역시 김지석 9단이 1차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2차 결승에선 이세돌 9단과 허영호 9단의 맞대결이 예정돼 있다.

허영호(왼쪽) 9단이 지난 23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GS칼텍스배 프로기전’ 16강전에서 심재익 초단과 대국을 벌이고 있다. 바둑TV 제공

다승에선 이세돌 9단이 22승 5패, 승률에선 김지석 9단이 90.91%(20승2패)로 각각 1위에 올라 있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누적 상금에서도 1위에 오른 박정환(25) 9단(4억6,300만원)을 제외하고, 이세돌 9단(1억1,400만원), 박영훈 9단(9,800만원), 김지석 9단(1,800만원) 등 30대 전후 기사들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30대 기사들이 젊은 기사들의 패기에 밀려 고전했던 예년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에 대해 프로바둑계에선 지난해 보다 늘어난 실전대국을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다. 허영호 9단은 “바둑대회가 많이 줄어 들면서 주로 인터넷 대국으로 경기 감각을 유지했지만 아무래도 마주보고 두는 실전대국과는 차이가 있었다”며 “그런데 올해는 ‘JTBC 챌린지 대회’나 ‘용성전’ 등이 새로 생겨나면서 바둑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우리 같은 기사들이 성적을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3월 총 8판의 대국을 벌인 허 9단은 올해는 벌써 18판의 대국을 소화했다. 일본 바둑장기채널에서 후원하는 용성전(우승상금 3,000만원)은 한국 프로바둑 소개를 위해 지난 6일 개막했다. 일반조와 시니어(50세 이상), 여자조 등에서 참가한 총 204명의 프로바둑기사들 가운데 27명이 본선에 올랐다.

지난 22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용성전 개막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창혁(앞줄 가운데) 한국기원 사무총장이 오카모토 고세이(岡本光正,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 일본 바둑장기채널 대표 등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하지만 전문가들은 30대를 전후한 기사들의 상승세와 관련, 부정적인 시각도 내놓고 있다. 지난달 기준, 52개월 연속 랭킹 1위를 질주 중인 박정환 9단을 제외하고 30대 전후 기사들의 뒤를 받쳐줄 후배들이 마땅치 않다는 진단이다. 바둑TV 해설위원인 윤현석(44) 9단은 “현재 성적을 내고 있는 30대 전후 기사들의 실력이 탄탄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 만큼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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