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북바우어 스와로브스키 CEO

2000년대 후반 사업 다각화
중국 저가공세에도 매출 증가
품질 차별화로 성장 이어가
명품업체 온라인 매장 오픈
브랜드 가치 훼손 우려 컸지만
과감한 변혁으로 긍정적 결과
글로벌 기업서 경영 대물림
“가족이어서 경영철학 잘 공유
미래지향적 장기투자도 쉬워”
로버트 북바우어 스와로브스키 CEO

“크리스털은 다이아몬드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여성들의 다양한 취향과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글로벌 크리스털 패션기업인 스와로브스키(Swarovski) 창업주 다니엘 스와로브스키가 120년 전 처음 공장을 세우며 외친 기업이념은 지금까지도 스와로브스키를 성장시키고 있는 원동력이다.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은 다이아몬드와 비견될 정도로 아름다우면서도 젊은 여성들이 살 수 있는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1895년 오스트리아 와튼스 지역의 폐공장에서 시작했던 스와로브스키는 지금 전 세계 170여 개국에 2,300여 개의 매장을 갖추고 있고 직원수 가 2만6,000명이다. 스와로브스키는 지난 2014년엔 연간 3,000만개의 제품을 판매, 2초마다 1개꼴로 판매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크리스털 액세서리에 머물지 않고 사업을 시계(2009년), 선글라스(2011년) 등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중국산 저가 액세서리의 공세에도 매년 12~15%씩의 매출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스와로브스키의 현재 최고경영자(CEO) 로버트 북바우어 씨는 “우리는 크리스털 제품의 질적인 면에서 전혀 타협하지 않는다”며 “스와로브스키는 앞으로도 독립 브랜드로서 모습을 유지하면서 지금처럼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모든 여자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크리스털”

스와로브스키는 체코 서부지역 유리세공 기술자였던 다니엘 스와로브스키가 1895년 오스트리아 와튼스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크리스털 생산ㆍ가공 공장을 설립하면서 첫발을 뗐다. 1883년 빈 국제전기박람회에 출품된 산업기계에서 영감을 받아 세계 최초로 크리스털을 전기를 이용해 정교하게 커팅, 연마하는 기계를 개발한 게 그의 사업 밑천이었다. 당시 석영계 천연광물인 크리스털은 다이아몬드와 달리 값비싼 보석은 아니어서 장신구로써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다니엘은 정교한 커팅 기술로 크리스털의 투명도를 유지하면서도 여러 각도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크리스털 제품을 만들어 다이아몬드에 버금가는 쥬얼리로 재탄생시켰다. 다니엘의 증손녀인 나디아 스와로브스키 재단 이사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할아버지는 모든 여자가 살 수 있으면서도 모든 여자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게 바로 크리스털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며 “다이아몬드가 ‘럭셔리’의 상징이라면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은 ‘민주적인 럭셔리’를 상징한다”고 강조했다.

스와로브스키는 1930년대 들어서면서 크리스털 가공업체에서 탈피해 유행을 선도하는 패션기업으로 발돋움한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만든 샹들리에를 좋아했던 세계적 디자이너 크리스챤 디올, 마드모아젤 샤넬 등이 패션쇼에서 의상 장신구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활용하면서다. 특히 프랑스 패션계를 이끌던 샤넬이 모자 장식이나 가방 등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부착하자 당시 유럽 패션 트렌드의 중심이었던 파리에서 스와로브스키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스페인의 유명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가 자신의 작품인 ‘시간의 잔상’ 연작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이용하면서 스와로브스키는 대중성과 고급스러움의 이미지를 모두 갖는 데 성공하게 된다. 뉴욕타임스(NYT)는 “1962년 당시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의 생일파티에 초대된 할리우드 배우 메릴린 먼로가 무대 의상으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촘촘히 박힌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장면은 스와로브스키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평가된다”며 “스와로브스키는 이후 유럽뿐만 아닌 전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탔다”고 설명했다.

지난 1962년 당시 존 F. 케네디 미 대통령의 생일파티에 초대된 할리우드 배우 메릴린 먼로(가운데)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촘촘히 박힌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모습.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 제품.
스와로브스키 가문만의 크리스털 기술

일반적으로 크리스털의 품질은 원재료 배합률과 컷팅, 그리고 컬러 기술로 결정된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은 이 세가지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 인조 크리스털은 유리(규석)과 탄산칼륨, 산화납을 배합해 만들어지는데 배합률에 따라 크리스털의 투명도와 굴절률, 무게감 등이 결정된다. 또한 컷팅면에 따라 다양한 반사광이 생기는 크리스털의 이상적 컷팅면 수는 28개인데, 일반 크리스털 제조업체들이 평균 12면 안팎의 커팅기술을 보유한 반면 스와로브스키만 유일하게 28면 컷팅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크리스털 고유의 투명함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색깔을 입히는 것은 경쟁사가 따라 하기 어려운 기술이다. 스와로브스키는 매년 유행에 맞춰 다른 업체에서 선보인 적 없는 새로운 색깔을 선보이고 있다. 스와로브스키가 현재 전 세계 크리스털 시장에서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건 이런 노하우 덕분이다. 스와로브스키는 해당 기술들의 비밀이 유출될 것을 우려해 가족 이외에는 전수하지 않는 것은 물론 특허등록도 하지 않는다. NYT는 “창업주인 다니엘은 크리스털의 활용도와 대중성, 발전 가능성에 대해 누구보다 먼저 주목한 인물”이라며 “크리스털이 천연 보석이 아닌데도 보석 못지 않은 대접을 받는 건 순전히 스와로브스키의 독창적 기술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와로보스키는 1989년부터 고결함과 여성성을 상징하는 백조를 형상화한 로고를 완성, 독창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1995년엔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본사가 위치한 오스트리아 와튼스에 ‘크리스털 월드’라는 대형 테마파크를 조성하기도 했다. 테마파크 안에는 크리스털을 이용한 영상과 유명 설치 예술작품들이 전시됐는데, 크리스털 제품이라는 상업적 이미지에서 탈피해 크리스털이 가진 예술성과 가치 등 문화적인 의미까지 더하기 위한 광고 전략이었다. 북바우어 CEO는 “경쟁사들을 이기기 위해선 가격도 중요하지만 독창성을 유지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며 “소비자들의 기호를 충족할 수 있는 디자인과 혁신적인 기술력, 이를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제조 여건을 갖추고 있다면 경쟁사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그림 5스와로브스키 귀고리

120년 된 기업의 디지털 혁신

120년이 넘는 역사의 스와로브스키는 오프라인 판매에 집중, 사업을 키운 기업이다. 주로 프라다와 아르마니, 구찌 등 5,000여개 기업고객 및 패션, 주얼리 업체를 대상으로 크리스털을 판매해왔다. 기업고객들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을 이용해 크리스털 장식이 달린 구두와 가방 등의 완제품을 소매 채널에 판매한다. 스와로브스키도 소매 판매 채널이 있지만 기존 유지해왔던 사업방식인 ‘기업 간 거래’(B2B)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전자상거래로 대변되는 온라인 판매의 비중이 늘면서 스와로브스키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북바우어 CEO는 “회사에 들어온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온라인 사업 확장이었다”며 “하지만 명품업체가 온라인 매장을 열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물론 오프라인 매출이 줄어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컷다”고 회상했다.

북바우어 CEO는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혁신을 밀어붙였다. 롤란드 하스트 스와로브스키 글로벌 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현재 스와로브스키는 웹사이트, 애플리케이션, 소셜 미디어 등의 온라인 마케팅과 B2B 전자상거래, 온라인 소매 전반에 걸쳐 디지털 변혁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는 B2B 고객과의 실적도 견인하면서 긍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와로브스키는 B2B에서 탈피, 일반 대중들과 접점을 만드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 상에 있는 구두, 가방 등의 제품만을 보고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소재로 쓰였는지 알기 어렵다. 제품에 스와로브스키임을 알리는 별도 태그나 로고가 없기 때문이다. 스와로브스키는 이에 따라 온라인 사이트인 ‘크리스털 허브’를 개설, 고객들이 해당 홈페이지에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들어간 다양한 제품을 직접 검색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축했다. 하스트 부사장은 “디지털 혁신이 아직 직접적인 매출 상승으로 연결되진 않고 있지만 고객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향상되고 있어 긍정적”이라며 “스와로브스키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충성도 프로그램을 활용해 크리스털 허브 사이트의 트래픽을 증가시켜 앞으로 더욱 많은 가치를 창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스와로브스키의 철저한 가족 경영 대물림은 문제로 지적된다. 전문경영인 체제의 필요성이 커지는 요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스와로브스키의 경영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비판이다. 북바우어 CEO도 창업자 다니엘 스와로브스키의 외증손자다. 북바우어 CEO는 “가족 경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한편으론 가족이어서 회사의 경영철학을 가장 잘 공유하고 이를 통해 미래 지향적인 장기적 투자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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