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구나! 생생 과학] 자동차 고속 주행의 비밀들

'차체 강성ㆍ엔진 출력' 2가지 높이고
'중량ㆍ공기저항ㆍ무게중심' 3가지 낮춰
고강성 차체로 공기저항 견디고
차체 눌러주는 '스포일러' 장착
접지력 높여주는 전용 타이어와
속도의 심장인 터보엔진도 중요
앞뒤 무게 비율 50대 50이 최적

자동차의 미래는 무인 자율주행차로 압축된다. 그래서 오늘날 자동차 제조사들은 탑승객의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교통사고율 ‘제로’(0)를 향해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가 탄생했을 때부터 자동차의 본질은 ‘속도’였다. 인류는 오랫동안 거리와 시간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빠른 속도에 대한 열망을 키워왔고, 자동차가 등장하자 자연스럽게 속도 경쟁으로 이어졌다. 차가 고속주행을 하기 위해선 크게 다섯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최대로 높여야 하는 요소는 ▦차체 고강성 ▦엔진 출력이고 반대로 최대로 낮춰야 하는 요소는 ▦중량 ▦공기저항 ▦무게 중심이다.

차는 고속으로 주행할수록 공기저항이 엄청나게 커진다. 이 때문에 고강성 차체가 없으면 고속주행은 꿈도 꿀 수 없다. 게다가 도로는 평탄하지 않고 급제동과 급가속, 급회전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차체 강성을 높이면서도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무게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철보다 가볍지만 강도는 높은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이나 알루미늄 소재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다만 CFRP는 제작원가가 워낙 높아 최소 3억원 이상을 호가하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알루미늄은 각 자동차업체의 최고급 모델을 중심으로 적용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공기저항이 높아지면 차의 추진력이 감소한다. 차체가 견뎌야 하는 공기저항 계수를 낮추기 위한 가장 유리한 디자인은 ‘돌고래’ 모습의 유선형이다. 다만 차가 도로를 박차고 나가기 위해선 도로 노면과 접촉하는 타이어의 접지력은 커야 한다. 공기저항 계수가 낮은 상태에서 차의 속도가 증가하게 되면 물체를 공중으로 띄우는 양력이 발생해 속도를 무한정 높일 수 없다. 같은 이유로 고속주행을 위해 무조건 공기저항을 낮추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차의 공기저항 계수와 차체를 아래로 눌러주는 ‘다운포스’ 간의 최적 조합을 찾아내는 게 고속주행을 위한 개발자들의 과제다. 보통 비행기의 날개를 거꾸로 뒤집어 놓은 형태의 ‘스포일러’가 스포츠카 뒤쪽에 달린다. 비행기를 뜨게 하는 날개의 역할을 반대로 이용한 것이다.

접지력을 높이기 위해선 타이어의 성능도 중요하다. 타이어의 재질이나 사양에 따라 견딜 수 있는 하중과 속도는 천차만별이다. 고속주행을 위해 전용 타이어를 개발하는 경우도 많다. 슈퍼카 부가티 베이런의 경우 시속 약 400㎞를 견딜 수 있는 타이어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빠른 차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물론 차가 강한 추진력을 내기 위해선 엔진 성능이 가장 중요하다. 자동차 역사상 엔진의 가장 큰 변화는 과거 자연 흡기 엔진 방식에서 탈피해 터보 엔진을 도입한 것이다. 엔진이 강한 힘을 내기 위해선 많은 양의 연료와 공기를 흡입해 엔진 내부에서 큰 폭발을 일으켜야 하기 때문에 엔진 배기량이 커야 한다. 그런데 엔진 배기량은 무게와 크기의 제약 때문에 무한정 커질 수 없다. 터보차저는 많은 양의 공기를 흡입해 압축시킨 다음 냉각시켜 고밀도의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작은 배기량으로도 큰 폭발력을 내게 하는 기술이다. 현대차 아반떼에 적용된 1.6L 자연흡기 가솔린 직분사 엔진은 약 140마력의 힘을 내는 반면, 터보차저를 적용한 1.6L 가솔린 터보 직분사 엔진은 200마력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높은 배기량 엔진을 고집했던 BMW 고성능 모델 M시리즈,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 등은 물론 현대ㆍ기아차도 G70, G80스포츠, 스팅어, 벨로스터 등에 터보차저 엔진을 도입했다.

고성능 스포츠카의 디자인은 각 브랜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콘셉트에 따라 자동차 브랜드별로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예외 없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차체가 낮고 넓은 비율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의 연기 중 회전을 하는 모습을 보면 저속회전과 고속회전 시 각각 손의 위치와 모양이 다르다. 자동차에서도 회전 관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무게중심은 상하를 기준으로 최대한 바닥 면에 가까운 게 좋고, 전후좌우로 치우침이 없는 게 이상적이다. 고성능 스포츠카들은 일반적으로 낮은 전고(차체 높이)와 지상고(노면에서 차체 바닥면까지의 높이), 넓은 전폭(자동차 오른쪽 바퀴부터 왼쪽 바퀴까지 거리)과 광폭 타이어를 갖춘다. 세계 최대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 원’(F1)에 나서는 레이싱카의 지상고는 약 15㎜에 불과하다. 또한 엔진을 운전석 뒤에 위치시키거나 후륜 구동 방식을 적용해 차체의 앞뒤 무게 비율을 조절한다. 이론상으론 50대 50의 무게 비율을 갖춰 무게중심의 이동을 최소화할 때 가장 큰 속도를 낼 수 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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