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들 철저한 말맞추기로
‘다스 주인 MB’ 꼭꼭 숨겨
민간인 신분 네번째 위기엔
측근들 돌아서 법 심판대 올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일 오전 검찰에 소환되어 21시간의 조사를 마친 후 15일 새벽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정치에 발을 들인 뒤 앞서 세 차례 사법처리 위기를 무사히 넘겼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더 이상의 행운은 없었다. 일사불란한 측근 관리와 말 맞추기 ‘신공’을 동원해 관재수(官災數)를 피해왔지만 그 방패막이가 되레 비수가 돼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부른 격이 됐다.

이 전 대통령은 1996년 10월 다스 직원을 선거사무소에서 일하게 하고 다스 회삿돈을 선거에 쓴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 다스 경리 직원 등에게 거짓 진술을 하도록 지시했고, 이 진술이 받아들여져 이듬해 판결에서 무죄를 받을 수 있었다고 검찰은 판단한다.

2006년 초 검찰의 현대차 비자금 수사가 협력업체인 다스로까지 이어졌다면, 다스의 비자금 조성과 횡령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었다. 검찰이 현대차 수사에 착수하자,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 전 대통령은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등에 지시해 비자금 조성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국세청 조사에 대비해 분식회계 수법을 바꾸는 주도면밀함도 보였다. 당시 현대차 비자금 수사는 총수를 구속시키는 등 수사 본류에서 큰 성과를 거두면서, 협력업체로까지 범위가 확대되지는 않았다. 운도 따랐던 셈이다.

2007과 2008년, 다스 및 BBK와 관련한 검찰ㆍ특검 수사에 이 전 대통령이 대응하는 과정을 보면 매우 노련한 측근관리를 통해 위기를 빠져 나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당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처남인 고 김재정씨, 이상은 회장, 이영배 금강 대표,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 김성우 사장 등 핵심 측근들에게 “이명박은 다스와 무관하다”는 내용을 검찰ㆍ특검 조사 과정에서 진술하도록 지시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 측에서는 변호사들이 검사 역할을 하면 측근들이 대답하는 ‘모의 신문’을 하면서 진술 신뢰도를 높였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검찰ㆍ특검 수사에 대비해 ▦서류 파기 ▦디지털 파일 삭제 ▦참고인 해외 도피 등 수법이 모두 동원됐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그는 검찰과ㆍ특검에서 의혹을 털고 17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국회의원 시절 첫 위기, 서울시장 때 두 번째 위기, 대통령이던 세 번째 위기와 달리, 민간인 신분으로 네 번째 위기를 넘기는 데는 실패했다. 처남(김재정)은 세상을 떠났고, 집사(김백준ㆍ김희중ㆍ김성우)들은 진실을 말하기 시작했으며, 금고지기(이영배ㆍ이병모)들은 검찰에 붙잡혔기 때문이다. 수 십년 구축해 둔 ‘인의 장벽’이 붕괴되면서 이 전 대통령의 ‘불패 신화’도 함께 무너지고 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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