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각서’ 서명 직후
中 “손해보는 상황 좌시 않을 것”
언론들 “한밤중에 선전포고” 비난
미국산 돼지고기ㆍ철강 파이프 등
7개 분야 관세 부과 계획에 포함
시 주석, 대응 못할 땐 입지 약화
“무역전쟁 수위 조절할 것” 전망도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베이징=EPA 연합뉴스

중국은 미국의 ‘관세폭탄’이 현실화하자 “철저히 싸우겠다”며 곧바로 미국산 돼지고기에 25%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종신 절대권력을 손에 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른 형국이다.

중국 상무부는 2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600억달러(약 64조8,000억원)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한 직후 성명을 통해 “일방적인 무역보호주의 조치로 중국의 합법적인 권익이 손해 보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충분한 준비가 끝났다”고 경고했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도 성명에서 “미국이 무역전쟁을 시작한다면 중국은 정당한 이익을 지키기 위한 모든 조치를 하면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매체와 관변학자들도 일제히 미국의 조치를 맹비난했다. 관영 CCTV는 “이번 조치는 미국 스스로 조사하고 조처한 일방적인 보호무역 조치”라며 “중국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통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영 환구시보는 논평에서 “미국이 한밤중에 선전포고를 했다”면서 “미국은 정상적인 국제 무역질서를 심각하게 교란시켰다”고 비난했다. 투신취안(屠新泉) 중국 대외경제무역대학 교수는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를 거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건 일방주의적인 보호무역주의 행위”라고 지적했고, 장머우난(張茉楠)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연구원도 “미국이 고율 관세 부과로 세계 무역이든 소비자의 복리든 모든 부분에서 엄청난 손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곧바로 30억달러(약 3조2,400억원) 규모의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았다. 미국산 돼지고기에는 25%를, 철강 파이프와 과일ㆍ와인 등에는 1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등 7개 분야 128개 품목을 관세 부과 계획 리스트에 포함시켜 공표했다. 또 미국산 필름 인화지에 대해 5년 기한으로 반덤핑 관세 부과를 연장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보잉 항공기 구매 계약을 취소하거나 중국에 진출한 미국 정보기술(IT)ㆍ자동차 기업들의 활동을 제약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이처럼 즉각적인 반격에 나섰지만 동시에 시 주석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역대 중국 지도자들은 대미관계가 원만할 때 지도력을 인정받았다”면서 “무역전쟁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시 주석의 정치적 입지가 약화하고 1인 중심체제의 정당성도 의심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시 주석이 정면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세계 경제가 휘청이면서 중국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물러서면 약한 지도자라는 이미지가 각인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이되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가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국의 600억달러 관세 부과에 30억달러 수준의 보복관세로 대응한 것도 같은 맥락일 수 있다. 마이클 필스버리 허드슨연구소 중국전략연구센터 소장은 “시 주석이 미국의 대미 외교 전문가들에게로 눈을 돌리면서 월스트리트에 인맥이 넓은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과 하버드대 출신인 류허(劉鶴) 부총리를 중용한 건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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